본문 바로가기

[Russia 포커스] 모스크바대 ‘엄친녀’가 사랑한 이슬람 청년? … 그는 IS가 만든 가공의 인물이었다

중앙일보 2015.11.27 00:03 부동산 및 광고특집 4면 지면보기
지난봄 터키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붙잡힌 모스크바국립대 여대생
바르바라 카라울로바(19), 그는 러시아에서는 불법 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을 시도한 테러리즘 혐의로 기소됐다. 바르바라는 IS 의 모집책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Russia포커스는 바르바르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의
아버지와 그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사 이미지

지난 11월20일, 카스피아 해에서 러시아 구축함이 시리아 내 목표물을 향해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 공격으로 IS의 석유 시설과 탱크들을 폭격, 수입원을 차단시켰다고 밝혔다. [AP]


상류층, 5개 국어 구사‘범생이’
중?고교때부터 학교서 외톨이
대학서 아랍어 수강 쿠란 관심
채팅서 만난 연인 찾아 중동행
6월 터키?시리아 국경서 체포돼
IS 포섭자와 연락한 혐의로 구속
전문가들 “바르바라 같은 모범생
IS 사상 유포하기에 좋은 후보감“


예카테리나 시넬시코바
러시아의 외로운 늑대 바르바라 의 이야기는 예기치 않은 사태를 맞았다. 먼저 그의 스토리는 이렇게 사회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5월 27일 모스크바대 철학과 학생인 바르바라는 등교한다고 말하곤 그 길로 이스탄불로 갔다. ‘인맥이 넓은’ 그의 아버지 파벨 카라울로프는 연방보안국(FSB)과 외무부에 국제적 수색을 요청했다. 터키 인터폴은 6월 4일 터키-시리아 접경지역의 킬리스에서 바르바라와 다른 러시아인들을 체포했다. 터키-시리아 접경을 불법으로 넘으려 했던 혐의다. 러시아 당국은 IS에 합세하기 위해 넘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러시아로 송환되자 당국은 그에게 혐의점이 없다고 발표했다. 대신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고 그와 함께 터키에서 체포된 러시아인 두 명만 IS 가담 시도 혐의로 체포했다.

사회도 그를 희생양으로 생각했다. 상류층의 착하고 순진하고 공부를 잘하는 여학생이 사랑하는 이슬람교 청년을 찾아간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끝난 것 같았다.

그런데 몇 개월 후 수사관들이 바르바라를 다시 찾았다. 당국이 이슬람교도가 주로 쓰는 ‘WhatsApp’의 채팅방에서 그와 IS의 관련성을 밝혀낸 것이다. 그는 테러 조직 가담 계획 관련 조항(최대 15년 자유 박탈) 위반으로 체포돼 지난 10일 IS 가담 시도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IS의 모집책이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상류층 가정 출신으로 5개국어를 구사하는 우등생이자 지성인인 그가 왜, 어떻게 이렇게 변했을까.

바르바라는 ‘영재’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줄곧 우등생이었고 지역-도시-연방 올림피아드 같은 학력 경시대회에 단골 출전해 상도 받았다. 고등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해 들어가기 어려운 모스크바국립대 철학부 문화학과에 진학했다. 남자를 만나고, 패션에 민감하고, 짙게 화장하는 일과는 멀었다. 검소하고 편안한 스커트와 티셔츠 차림이었다.
기사 이미지

IS 가입을 위해 터키로 갔다가 체포돼 송환된 러시아의 ?외로운 늑대? 바르바라 카라울로바가 모스크바 법정에 출두했다. 러시아에서 혐의자는 이런 식으로 쇠창살 뒤에서 재판을 받는다(왼쪽). 바르바라가 체포돼 송환되기 위해 터키의 이스탐불 공항에 와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리아 노보스티, 타스]


그런데 폐쇄적이었다. 고등학교에서 그는 또래 친구들과 무난하게 어울렸지만 대학교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1학년 때 바르바라는 동료 학생들을 ‘멍청이들’이라 했고 혼자 있기를 좋아했다. 바르바라의 삶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동급생은 “어떤 남자가 쫓아오면 ‘내가 마음에 드나 본데 나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걸로 끝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동료 여학생도 “그는 사람들을 멀리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바르바라에 관해 말하는 걸 꺼려했다. 교수들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바르바라가 1학년 때 강의를 들었던 철학부 학술 담당 알렉세이 코지레프 부학장은 “조용하고 정숙한 학생이었고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가 이슬람에 빠져 있었다는 징후를 눈치 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 징후는 지난 9월 바르바라가 아랍어 특강에 스카프를 두르고 나오면서 나타났는데, 어떤 이들은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양한 신앙을 가진 학생들이 모인 철학부에서는 놀라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떠나기 직전 바르바라는 메신저 대화명을 아미나(예언자 무함마드의 어머니 이름도 아미나)로 바꿨다. 5월 27일 바르바라는 ‘저를 지켜 주옵소서’라는 글이 새겨진 반지와 러시아 정교식 십자가를 놔두고 사라졌다. 전에는 반지를 뺀 적이 없었다.

아버지 파벨은 즉각 당국에 도움을 청했고 딸이 이스탄불로 간 것을 알았다. 터키로 날아가 터키 법무장관을 만나 호소했다. 터키 이민국이 마침내 찾았다. 아버지는 딸을 이민국 사무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바르바라가 떠난 지 13일 만이었다. 파벨은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딸 아이의 관심 범위가 넓었다. 언어 능력이 뛰어나 아랍어 원서를 공부했다”고 말했다. 딸이 집으로 쿠란을 가져오고 이슬람교에 관심을 보였지만 곧바로 눈치 채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바르바라는 이슬람교와 함께 다른 종교들도 공부했다.

파벨은 딸을 찾으러 터키로 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바르바라가 이슬람 세계의 다양한 관심사를 경험해 보려고 터키에서 열리는 한 축제에 갈 계획이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바르바라는 사랑을 찾아, IS의 정인을 찾아 그 멀리 온 것이었다.

그 이슬람 청년, 그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남성이다. 문제는 그 청년이 WhatsApp의 채팅에서 만났고, 몇 사람의 이미지가 겹쳐져 구성된 인위적인 인물이 거의 확실하다는 점이다.

친척들에 따르면 가족 중 누구도 바르바라가 IS의 연인과 채탱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은 없었다. 바르바라의 변호사 알렉산드르 카라바노프(바르바라는 지난 10일 기소된 날 변론을 거부했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르바라 같은 학생이 IS 사상을 유포하기에 가장 좋은 후보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보기관은 바르바르와 이슬람교도의 관련성을 포착했고 실제로 이 기간 내내 정보기관의 감시망 안에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카라바노프는 “유감스럽게도 신병은 확보했지만 심리학자들은 그의 우행을 깨쳐 주지는 못했다. 바르바라가 자신이 한 짓을 실제로 얼마나 깨닫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답하게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일이 왜 바르바라에게 일어났을까? 바르바라의 동료 여학생은 “그건 반항이자 뒤늦게 나타난 청소년 위기”라고 평가했다. 열다섯 살 때 바랴(바르바라의 애칭)는 술 마시며 노는 모임에도 클럽에도 가지 않았고 친구 집에서 자고 오는 일도 없었다. 학업과 운동, 예습의 연속(그리고 늘 좋은 성적이었다)이었고 그런 뒤에 고독이 찾아왔다. 이게 전부였다. 아버지에 따르면 바랴는 ‘광적인 선량함’과 여린 마음이 낳은 희생양이다. 대학 진학 후 선물로 액세서리나 전자기기, 자동차 대신 애완견 보호소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다 달라고 했다. 타인의 고통, 어린이와 노인, 동물들의 고통을 모른 척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걸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지레프 부학장은 "과연 바르바라가 IS 대원들이 인질의 목을 자르는 참수 장면들을 인터넷에서 보지 못했을까”라고 물었다. “나는 그가 참수 장면을 반드시 봤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걸 보고 나면 어떻게 그런 사람들에게 갈 수 있겠는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