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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저스 VS 머스크, 뜨거워지는 우주 전쟁

중앙일보 2015.11.25 18:37

'베저스-머스크의 우주경쟁'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블루오리진은 24일(현지시간) 무인우주선 ‘뉴셰퍼드’의 추진 로켓 회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블루오리진은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앞장서 2000년에 세운 우주개발회사다. 뉴셰퍼드는 하루 전인 23일 오후 12시 21분 미국 텍사스주 서부 밴 혼 기지에서 발사됐다. 고도 100km 정도까지 올라가 음속의 4배까지 다다른 뒤 캡슐과 액체연료 로켓(BE-3)이 분리돼 약 8분 뒤 지상에 다시 착륙했다. 착륙 지점은 발사 지점에서 4.5피트(약 1.4m) 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베저스 우주벤처의 중요한 진척이다. 블루오리진은 "로켓은 파손되지 않아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주 여행의 시대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우주벤처 경쟁자인 엘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거듭 실패하고 있는 와중에 베저스가 거둔 의미심장한 성과다.

두 사람의 우주 경쟁은 2000년대 초에 시작됐다. 베저스는 2000년 민간 우주항공사인 블루오리진을, 머스크는 2002년 스페이스X를 각각 세우고 우주 산업에 뛰어들었다.두 회사는 장군과 멍군을 주고 받았다. 스페이스X가 지난해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과 손잡고 미 항공우주국(NASA)가 추진하는 유인왕복선 사업인 ‘우주 택시’ 사업자로 선정되며 일격을 가했다.
블루오리진도 물러서지 않고 응수했다. 유나이티드런치얼라이언스(ULA)와 함께 로켓엔진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ULA는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세운 합작회사로 미국의 모든 군사위성 발사를 책임지고 있다. NASA의 우주왕복선 발사대 임대권을 놓고도 맞붙기도 했다.

먼저 웃은 쪽은 베저스였다. 24일 성공으로 민간 개발 우주선이나 로켓의 재사용 가능성이 엿보였다. NASA 등 공공기관은 우주선 재사용에 여러번 성공했다. 민간부문의 재사용은 상업화의 중요한 조건이다. 한번 쓰면 버려야 했던 우주선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발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주선을 재사용할 수 있게 되면 비용은 10분의 1로 줄어들어, 우주 여행의 상업화 가능성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베저스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주선의 재사용은 우주여행 비용 구조를 완전히 바꿀 게임 체인저”라며 “우주에서 사람들이 살고, 태양계를 계속 탐험할 수 있게 하려는 장기 목표를 위한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우주선 재사용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전히 기술적인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블룸버그는 “대기권에 다시 진입할 때 고열을 견뎌야 하고 착륙 지점을 정확히 찾아야 하는 데다 시속 수천 마일에 이르는 속력을 부드럽게 줄일 수 있어야 하는 등 여전히 보완해야 할 기술적 도전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우주선 재사용을 시도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쳤다. 스페이스X는 선박을 이용한 추진 로켓을 회수 실험을 4차례 실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로켓이 배 근처까지는 돌아왔지만 착륙할 때 배에 부딪혀 폭파됐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블루오리진의 로켓 추진체 회수 성공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주와 궤도의 차이를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블루오리진의 실험이 지구 궤도 내에서 이뤄진 만큼 더 먼 우주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베저스-머스크 경쟁은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블루오리진은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차세대 우주왕복 셔틀 ‘스페이스 플레인’ 개발을 위해 보잉사와 협력하고 있다. 머스크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2030년까지 유인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 최대 8만여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자립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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