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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과 러시아 긴장 고조…오바마 "전폭기 격추는 러시아 잘못"

중앙일보 2015.11.25 18:01
24일 터키에 의한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으로 다시 냉전 시대로 돌아간 듯했다. 터키와 러시아는 물론이고 한때 '이슬람국가(IS)'에 맞선 연합 전선 논의까지 나오던 서방과 러시아 간 기류도 얼어붙었다. 그러나 물밑에선 터키와 러시아 모두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세기만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의한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을 두고 터키 국방부는 24일 “러시아 수호이(Su)-24 전폭기 두 대가 터키 영공에 침범해 두 대의 F-16 전투기를 출격시켰고 5분 동안 10차례 영공 침범 사실을 경고했으나 벗어나지 않아 한 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서방엔 당시 조종실 녹음을 공개했다고 한다. 미 국방부의 스팁 워런 대변인은 “(10차례나 사전경고를 했다는 터키 정부의 주장은) 사실”이라고 했다. 나토 긴급회의에 참석했던 외교관도 “러시아 전폭기가 짧게 침범했고 공격을 받은 뒤 시리아 영토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터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선 “두 전폭기가 터키 영공 5790m 상공에서 2㎞, 1.8㎞를 17초 동안 침범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나토는 “양쪽이 진정해야 한다”면서도 터키를 지지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한 톤으로 말했다. 그는 당일 백악관에서 열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전폭기가 터키 및 여러 국가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시리아) 온건 반군을 추격하다가 터키 국경을 가깝게 나는 바람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만일 러시아가 그 에너지를 IS에 쏟는다면 그런 갈등이나 실수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터키는 영공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솔직히 (러시아 전폭기는) 날아선 안 되는 곳을 날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방으로선 곤혹스러운 점도 있다. 침범 시간도 짧은데다(17초) 러시아 전폭기가 공격을 받은 곳이 터키 영공이 아닌 시리아 영공이란 분석 결과가 나와서다. 익명의 미 정부 당국자는 “격추된 전폭기의 열 신호를 분석했다”며 이 같이 전했다. 나토의 한 관리는 “(17초였는데도 격추시킬 수 있었던 건) F-16s가 그 장소에 있을 정도로 아주 운이 좋았거나, 아니면 (러시아 전폭기의) 영공 침범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터키의 ‘의도된’ 공격이란 얘기다.

러시아와 터키는 이전에도 영공 침범 문제로 갈등했다. 최근 드론이 터키 공군에 의해 격추됐는데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운용하던 드론이었다고 말한다. 당시 서방에선 “전투기가 아니어서 다행”이란 말이 돌았다.

러시아는 전폭기 격추 이후 벌어진 일에도 분노하고 있다. 러시아 전투기에서 비상 탈출한 두 조종사 중 한 명, 또 구조에 나섰던 헬기에 탔던 러시아 해병대 한 명이 시리아 투르크멘 반군에 의해 사살돼서다. 터키는 ‘동족’이라며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양국은 시리아에서의 이해도 다르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한다. 알아사드에 맞서는 반군들도 공격해 왔는데 그 중 하나가 투르크멘 반군이다. 터키는 알아사드가 퇴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군이 IS 공습을 위해 터키 내 공군 기지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지만 정작 IS 작전에는 소극적이다. 러시아는 “터키가 IS로부터 기름을 사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투르크멘 반군에 대한 지원은 하지만 미국 등이 신뢰하는 지상군인 쿠르드족도 공격해왔다. 이 때문에 서방의 한 관료는 “터키는 이름만 나토 회원국이지 러시아는 물론 서방과도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했다.

서방으로선 IS에 의한 러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 이후 러시아가 IS에 대한 공습을 늘려가던 차 이런 사건이 돌출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서방-러시아 연합 전선이 어려워져서다. 당장은 러시아의 보복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주목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긴장 완화를 위한 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워싱턴=김현기, 런던=고정애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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