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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걷다보면] 두모악에서 눈물을 흘리다

중앙일보 2015.11.25 11:22
제주올레 트레킹 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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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대표하는 것은 많다.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그것을 좋아해 제주를 찾는다.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의 바람을 사랑하고,
제주의 오름을 사랑하고,
제주의 하늘과 바다를 사랑해

제주에 정착하며 살다간 한 사진작가가 있었다.

자신의 덩치보다 큰 카메라를 지고 제주의 곳곳을 찾아다니며 기록한 사진작가. 루게릭병으로 고통스런 육체를 끌며 제주의 모습을 담았던 사진작가. 바로 고 김영갑 작가다. 살아생전 먼발치에서 한번 뵈었다. 사실 그때 난 그가 몸이 아픈 것은 전혀 몰랐다. 생각보다 왜소하다는 느낌만 들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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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를 걷다 보면 생전의 그가 머물며 작업을 했고, 그가 하늘로 떠난 뒤에는 전시관으로 쓰이고 있는 ‘두모악’ 을 만나게 된다. 입구를 통과해 잘 꾸며놓은 정원을 지나 전시관에 들어서면 그의 사진과 삶이 주르륵 펼쳐진다. 그의 사진을 몇 장 보고 있으니 눈물이 흘러내린다.

병으로 지친 육신으로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오름을 오르는 그의 모습을 그려본다. 무엇을 남기고자 그렇게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였을까? 난 내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전시관을 미처 다 보지 못하고 나와 버렸다. 그의 사진을 다 봤다면 난 다시 카메라를 들 자신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그늘진 정원 한 편에 신발을 벗어버리고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바람 한 점 없다. 그 강렬한 사진 속에서 불던 바람이 잠시 멈추었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오늘로 약 일주일째 걷고 있다. 처음 올 때 아무 생각 없이 걷던 내가 올레길을 통해 길을 알아가고 있다. 아직도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가슴속 저 끝에서 올라오는 감정의 씨앗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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