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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맨날 경제 어렵다 립서비스만 … 위선이다”

중앙일보 2015.11.25 02:25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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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최근 시위와 관련해 “불법폭력 행위는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며 “불법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 대통령,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집회를 ‘불법 폭력사태’라고 비판하면서 국회를 성토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발언 원고는 4600여 자에 달했다. 발언 시간은 13분이었다.

‘국민심판론’ 이어 또 공개 경고
한·중 FTA 비준안 처리 촉구
“오늘도 40억원 수출 기회 사라져
통과 안 되면 국민에게 호소할 것”


 박 대통령은 이날 정기국회 내 경제활성화 법안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강조하며 국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6월 25일과 11월 10일 국무회의에서 내세웠던 ‘국민 심판론’과 맥이 닿아 있는 발언이다. 세 번째 공개 경고에선 강도와 표현도 더욱 강해졌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경제 걱정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면서 자기 할 일은 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위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날 우리 경제를 걱정하면 뭐 하느냐.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도리”라고도 했다. 이어 “앞으로 국회가 다른 이유를 들어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이는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중국·호주·베트남·뉴질랜드 등 한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들이 국내 절차를 마무리하고 한국 국회의 비준만을 기다리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국회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중 FTA 발효가 하루 지연될 때마다 약 40억원의 수출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다시 말해 오늘도 가만히 앉아서 40억원의 기회가 달아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뒤 “올해 안에 비준이 되지 않으면 그 피해가 1년간 1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어디서 보상받을 것이며 누가 어떻게 이를 책임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은 “어렵게 타결된 FTA인데 우리가 이것을 제때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익에 얼마나 큰 손해가 나는지 (내가 직접)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나설 것”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한·중 FTA의) 연내 발효를 위해선 비준이 이번 주까지 이뤄져야 한다”며 “서비스 규제 개선의 핵심인 경제활성화 관련 4개 법안은 반드시 정기국회 내에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긴급하게 소집한 것은 상황이 급하고 박 대통령의 심정이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실제 전날 새벽 7박10일간의 다자회의 순방을 끝낸 탓에 박 대통령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있는 일정도 가급적 줄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오히려 없었던 일정까지 만들어 강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박 대통령이 얼마나 현 상황을 절실하게 느끼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한 참모는 “이번 순방에서 우리와 FTA를 체결한 국가들이 ‘우리는 준비가 끝났다’며 우리 국회만 쳐다보자 박 대통령의 인식이 단호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비공개 석상에서도 “이번 정기국회가 19대 국회의 마지막이나 다름없어 이번에 못하면 내년 4월까지 아무것도 못한다”며 장관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순방의 여독 탓에 모두발언 시작 때는 목소리가 잠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국회를 비판하는 대목이 나오면서 목소리가 또렷해졌고 손 제스처도 자주 사용했다. 발언 중 한숨을 내쉬기도 했고 목청을 높이다 힘겨운 듯 말이 끊기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내 불법시위가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테러와 동일선상에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테러에 대한 선제적인 대처를 위해 테러방지법안 등의 처리를 촉구한 직후 광화문 시위를 불법 폭력 사태로 규정하면서 비판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각국은 테러 방지를 위한 선제적인 대책들을 세우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테러 관련 입법이 14년간이나 지연 되고 있다”며 “현재 테러방지법·통신비밀보호법·사이버테러방지법 등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의 처리에 국회가 나서지 않고 잠재우고 있는데 정작 사고가 터지면 정부에 대한 비난과 성토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디 14년간 지연돼온 테러 관련 입법들이 이번에는 통과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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