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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김 지나자 민주적 무정부상태 … 문제해결형 리더 나와야”

중앙일보 2015.11.25 02:22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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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야당인 신한민주당의 개원협상 태도를 지지했다. [중앙포토]


김영삼(YS), 김대중(DJ)의 리더십은 강력했다. 그러나 이젠 그런 강력한 리더십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양김 시대 그 후 <상>
대표 뽑으면 흔들지 말고
리더십 키울 시간·권한 줘야
정당 밑바닥부터 커오면서
소통·협치 능한 지도자 필요
정치인은 눈앞 이익 벗어나
공공성이란 가치 존중을


 고려대 임혁백(정치외교학) 교수는 현 상태를 ‘민주적 무정부 상태’라고 정의했다. 그는 “속담에 늑대를 피하려고 하다 범을 만난다는 말이 있는데, 3김 시대의 반작용으로 분권화는 이뤄졌지만 정치 리더십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3김 시대의 문제가 지역주의이니 이것만 없애면 민주주의가 잘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지역주의로 유지됐던 전근대적 질서마저 없어지고, 지역주의를 피하니 무질서가 나타난 꼴”이라고 말했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절차적 민주주의는 됐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는 아직도 만들지 못하고 선진화의 깔딱 고개를 못 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대 손병권(정치학) 교수는 민주화에 맞는 새로운 정치 리더십으로는 소통형 리더십, 정책형 리더십을 꼽았다. 손 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낮은’ 리더십”이라며 “정당 밑바닥에서부터 커 오면서 소통 능력,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풀뿌리 단위에서부터 커서 큰 정치인이 되는데 한국은 그런 경우가 드문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강대 손호철(정치학) 교수는 “3김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경우 ‘바보 노무현’이라고, 지면서 리더십을 키웠지 3김을 따라서 리더십을 키운 게 아니다”며 “지금 정치인들은 그런 경우가 보이지 않고, 변화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을 개발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정치인들은 정치라는 직업을 가진, 눈앞의 이익만 보는 생계형 자영업자로밖에 안 보인다”며 “희생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클 수 있으려면 지역주의를 깰 수 있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모두 ‘선거 패배=대표 사퇴’라는 등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한국 정당은 3김 시대 이후 ‘강력한 리더=반민주’라는 등식 아래 리더십을 형성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리더를 선출할 때는 최대한 경쟁을 시키지만 리더로 선출되면 사소한 패배에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것보다 상당한 권한과 시간을 줘야 리더십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강원택(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정치 리더십이 제대로 되려면 자신들이 선출한 당 대표에게 충분한 권한과 시간을 주는 책임정치를 하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4~5개월 단기 리더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어떤 리더가 제대로 힘을 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외대 이정희(정치학) 교수는 “대통령과 여당은 소통이 부족하고, 야당은 복잡한 이슈를 풀 리더십이 부족하다”며 “정치인들의 반성과 함께 리더를 키우는 정당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임 교수는 “옛날에는 정당이 당원의 정당이었는데, 21세기에는 SNS로 소통하고 있다”며 “당원이 아닌 정당 지지자들, 즉 서포터의 정당이 되어야 하고 공천보다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금 정치지도자들이 제대로 된 리더십을 못 보여주는 것은 순간의 개인 이익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치에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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