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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동지들이 국민 통합” YS 뜻 살린 장례위 2222명

중앙일보 2015.11.25 02:20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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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전 총리, 한승수 전 총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부터)이 24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101일째이던 2009년 11월 26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옛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멤버들을 한 음식점에 불러모아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 우리 민주화 동지들이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못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 상도동 인사가 전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양김(兩金)이 갈라선 뒤 YS의 상도동계와 DJ의 동교동계가 처음으로 모인 자리였다.

“민추협의 상도동·동교동계 총망라
작고한 김동영·서석재 부인도 포함”
전두환·노태우는 101명 고문단에
정대철 “장례 함께하게 돼 기쁘다”


 상도동에선 김수한 전 국회의장,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김덕룡 전 의원, YS의 차남 현철씨 등 30여 명이, 동교동에선 권노갑·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김옥두 전 의원, DJ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 등 60여 명이 왔다. 식단은 DJ가 즐겼다는 광둥(廣東)식 상어 지느러미와 오룡해삼이 올랐다.

 양쪽의 연락책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희상 의원이었다. 문 의원은 24일 “그때 ‘내가 이마에 DJ라고 써놓고 다니는 사람인데 정작 DJ의 글씨는 2개밖에 없고 YS의 글씨는 10개가 넘는다. 책방을 할 때 상도동 사람들이 맨날 책을 100만원어치씩 그냥 가져갈 때마다 돈 대신 대도무문(大道無門)을 놓고 가서 그렇다’고 하니까 YS도 깔깔거리면서 웃더라”며 “YS는 ‘화합’이나 ‘힘을 합치자’는 말을 많이 했다. 이미 그날 자리를 ‘화합과 화해의 장’이라고 이해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6년 뒤인 2015년 11월 26일. 민추협 멤버들은 YS 장례식의 ‘공동 상주’를 맡는다. 2222명으로 구성된 장례위원회에 민추협 멤버 350여 명이 모두 포함됐다. <본지 11월 24일자 1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YS의 마지막 메시지인 통합과 화합의 의미와 과거 동지에 대한 남달랐던 애착을 감안해 대통령 당선을 못 보고 돌아가신 고 김동영 전 의원의 부인과 고 서석재 전 장관의 부인까지 민추협 멤버에 포함시켰다”며 “작고하신 분을 뺀 상도동과 동교동이 총망라됐다”고 말했다.

 장례위원회 규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때(1383명)보다 많고, DJ의 국장(2371명)보다는 적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YS가 구속시켰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포함된 ‘통합과 화합의 장례위원회’였다.

 장례위원장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맡았고 정갑윤·이석현 국회부의장, 이정미 헌법재판소 수석재판관, 황찬현 감사원장, 홍준표 경남지사, 김봉조 민주동지회 회장 등 6명이 부위원장으로 위촉됐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김종필·고건·정운찬 전 총리,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손학규 새정치연합 전 상임고문 등 101명은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언론계에선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고대영 KBS 사장 등이 장례위원에 포함됐다.

 유가족의 요청으로 부위원장을 맡은 김봉조 민주동지회 회장은 “민주화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는 화합의 길”이라며 “민추협이 장례위원으로 들어간 건 YS가 남긴 통합과 화합의 정신, 특히 지역감정이 타파됐으면 하는 유족과 동지의 뜻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6년 전 YS가 내세웠던 ‘지역감정 해소’를 유훈이 된 ‘통합과 화합’의 핵심으로 내세웠다는 뜻이다. 김무성 대표도 빈소에서 일일이 장례위원 이름을 적으며 “과거 민주당 신(新)파가 장면·오위영·김대중이었고 구(舊)파가 조병옥·김영삼이었다. 보통 신파가 경상도, 구파가 전라도 사람인데 희한하게 YS와 DJ 두 사람만 바뀌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추협이 장례식을 함께하는 건 기쁘고 잘된 일”이라고 했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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