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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책 몇 글자만 고쳐 … ‘표지갈이’ 교수 200명 적발

중앙일보 2015.11.25 02:02 종합 14면 지면보기
남의 책 표지만 바꾸는 이른바 ‘표지갈이’ 수법으로 전공 서적을 출간하거나 이를 묵인한 대학 교수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대부분 재임용 평가 앞둔 이공계
유죄 확정땐 대량 퇴출사태 가능성

 의정부지검 형사5부는 24일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전국 60여 개 대학 교수 200여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교수와 공모한 3개 출판사 임직원 4명도 함께 입건했다. 이번에 적발된 교수들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각 대학 재임용 심사에 반영되면서 대규모 교수 퇴출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해당 교수들은 전공 서적 표지에 적힌 원저자명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거나 한두 글자를 추가해 책 제목을 살짝 바꾸는 수법으로 새 책을 출간한 혐의다. 이들 중에는 지방 국공립대와 서울 사립대 교수를 비롯해 각종 학회장과 인기 강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기존 저자인 교수들은 자신의 책이 표지갈이를 통해 불법 제작·유통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출판사나 동료 교수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이공계 교수로 대학 재임용 심사를 앞두고 연구 실적을 남기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출판사는 비인기 전공 서적의 재고 처리를 위해 표지갈이를 적극 활용했다. 일부 교수는 제자들에게 자신이 표지 갈이를 해 출간한 전공 서적을 팔아 인세를 챙기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서울과 파주 지역 출판사 3곳을 압수수색해 e메일과 연구 자료 등 관련 증거를 확보했으며 다음달 초 이들 중 150여 명을 기소할 방침이다. 김영종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는 “1980년대부터 대학가와 출판업계에서 공공연히 행해져 온 표지갈이가 이처럼 대규모로 적발된 것은 처음”이라며 “다른 대학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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