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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좁히고 곳곳 횡단보도로 연결 … 역에서 쇼핑가 중심까지 걸어서 2분

중앙일보 2015.11.25 01:30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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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를 줄이고 인도를 넓혀 쇼핑거리 ‘마리아 힐퍼’로의 보행 접근성을 높인 오스트리아 빈 서역과 대조적이다. [김나한 기자]


“마리아 힐퍼(Mariahilfer)가 역 바로 앞에 있으니 가보세요. 산책하기에도 좋아요”

 지난 17일 오전 11시(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 서역(westbahnhof). 역 주변에 걸어서 갈 만한 관광지를 묻자 대학생 아이세나즈 코박(19·여)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 빈 서역을 나와 ‘빈의 명동’이라 불리는 마리아 힐퍼까지 가는 데는 걸어서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차도는 왕복 3차선을 넘지 않았고 짤막한 횡단보도들이 차도로 끊어진 보행로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었다. 마리아 힐퍼로 가는 길엔 자전거와 유모차가 끊이지 않았다.

 빈 서역은 관광 명소다. 헐리우드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 rise)’에서 각자 유럽여행을 하던 두 주인공이 우연히 만났다 헤어지는 장소로 나온다. 특히 직선 거리로 300m 떨어진 빈의 대표 쇼핑 거리 ‘마리아 힐퍼’와 함께 ‘걷기 좋은 관광지’로 손꼽힌다.

 빈 서역 주변이 보행 중심 거리가 된 건 1990년대 후반 빈 시가 진행한 ‘미래의 지속가능한 도시’ 프로젝트 덕분이다. 일대의 차도를 줄이고 보행로는 넓혔다. 차량 속도는 30㎞/h로 제한했다. 김정후 런던대학 박사는 “수준 높은 공공 공간을 보행로로 끊임없이 이어 도시 최고의 역세권과 쇼핑 번화가가 하나의 보행 관광지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빈 서역 일대는 서울역을 주변 관광지와 유기적으로 연결하겠다는 서울역 고가공원화의 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빈=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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