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평균 39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역은 철길과 도로로 사방이 가로막혀 주변 지역으로의 이동이 어렵다. [김경빈 기자]

역 일대 하루 39만 명 이용
보행자 사고 1위 불명예
주변 관광지와 연계도 안돼
요즘 1930년대 ‘구보’처럼 이 일대를 걷는 게 가능할까. 경기대 안창모(건축대학원·사진) 교수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원인은 일제강점기·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철길과 고가도로, 복합 환승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섬처럼 고립돼서다. 이 때문에 서울역 동·서 지역의 경제적 불균형 현상이 나타났고 숭례문·약현성당·서소문공원 등 주변 문화관광지와 이어지는 길들도 끊겼다.
실제로 현재 서울역 서쪽인 만리동에서 동쪽인 퇴계로까지 900m에 불과한 직선거리를 걸어가는 데에만 최대 25분이 소요된다. 횡단보도 6개와 육교를 건너고 서울역 내·외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서다. 만리동 주민 김명진(33)씨는 “길을 지날 때 급하게 출발하는 버스나 신호를 위반하는 택시 때문에 아찔했던 적이 많다”고 했다. 최근 3년간 버스·택시로 인한 보행자 사고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곳은 서울역광장(18건)이었다.

안 교수는 “현재 광화문에서 숭례문까지 한정돼 있는 ‘국가상징거리’를 서울역까지 확장시켜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용산국가공원(2020년 이후 조성)까지 이어져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개선문~콩코드 광장) 부럽지 않은 거리가 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조성룡(건축학과) 석좌초빙교수는 “자동차와 기차에 내줬던 길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단순히 ‘거쳐가는 곳’이 아닌 ‘머무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세계 주요 도시들은 독일 베를린 중앙역사, 일본 도쿄의 오사키(大崎)역 등에서 보듯 역세권의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에선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을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김태현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17개의 보행로가 설치될 서울역고가 공원은 역 주변을 통합하고 연결하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대 이경훈(건축학과) 교수는 “서울역고가는 이용이 불편해 보행로로 활용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