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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안녕 …" 어느 의사의 5000만원 작별 선물

중앙일보 2015.11.25 01:23 종합 21면 지면보기
지난달 29일 전남 장흥군청에 손님 한 명이 찾아왔다. 장흥읍내에서 7년 가까이 조은의원을 운영하다 최근 서울로 올라간 현미숙(57·여) 원장이었다. 현 원장은 핸드백에서 5000만원짜리 수표가 들어 있는 봉투를 꺼내 군청에 전달했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학생들이 좌절하지 않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써달라”는 말을 남기고서다. 현 원장이 건넨 돈은 24일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됐다.

 현 원장과 장흥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완도 출신인 현 원장은 여름휴가 때 고향집을 찾았다 돌아가는 길에 장흥의 풍광에 빠졌다. ‘언젠가 장흥에 내려와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이듬해인 2009년 1월 조은의원을 열었다.

 현 원장은 의원이 자리를 잡은 뒤인 2010년부터 매달 병원 수익 중 70만~80만원씩을 따로 모았다. 모은 돈은 개원 기념일인 매년 1월 15일 장흥군에 기탁했다. 그가 6년간 낸 5000여만원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교복 구입비와 장학금 등으로 쓰였다.

 현 원장은 지난달 24일 의원 문을 닫고 서울로 돌아갔다.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온 가족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서다. 현 원장은 장흥을 떠나기 직전에도 780만원 상당의 교복 상품권을 증정했다. 현 원장은 “서울에서 병원 문을 연 뒤에도 장흥 지역의 어려운 주민들을 계속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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