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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청소년 3명 중 1명 “또래간 성폭력 경험 있어”

중앙일보 2015.11.25 01:08
친구 사이에 SNS나 문자 등으로 성적인 농담을 하거나 야동 등을 보여 주는 것은 성폭력일까, 아닐까?

청소년들 사이에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속옷 잡아당기기, SNS에 벗은 몸 올리기 등 성폭력 문화가 만연해 있지만 이를 또래들 간의 가벼운 장난 정도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가 전국 초·중·고 학생 564명을 대상으로 지난 9일부터 9일간 온라인(스마트폰, 홈페이지)에서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 꼴(31.9%)로 또래 집단 내에서 성적 농담이나 성행위 묘사 등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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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성폭력 유형별(중복 응답 허용)로는 외모 놀리기나 성적인 농담, 성적 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이야기 등을 겪은 경우가 23.8%로 가장 많았고, 일부러 성기나 가슴, 엉덩이 등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도 11.3%로 뒤를 이었다. 속옷을 잡아당기거나 옷 벗김을 당했다는 응답도 11.3%였으며, SNS나 문자 등을 통해 성적 농담을 하거나 벗은 몸 사진, 야동 등을 요구하거나 게시한 경우도 9.0%에 달했다.

여학생(전체 59.8%)의 경우 외모 놀리기나 성적 농담, 성행위 묘사 등이 23.1%, 특정 신체 부위 만지기 11.3%, 속옷 당기거나 옷 벗기기 10.1% 순이었다. 남학생(40.2%)의 경우 외모 놀리기나 성적 농담, 성행위 묘사 24.7%, 앞에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야동 보여 주기 13.7%, 속옷 당기거나 옷 벗기기 13.2% 순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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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로는 중학생(전체 64.2%)이 이 같은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4.5%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생(22.2%) 32.0%, 초등학생(5·6학년, 13.7%) 19.5%였다. 고등학생의 경우 SNS나 문자 등을 통해 특정 신체 부위 사진, 야동 등을 요구하거나 게시하는 일이 11.2%로 가장 높아 ‘사이버 성폭력’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또래간 성폭력이 있느냐’는 직접적인 질문에는 2.8%(16명)만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적인 이야기나 신체 접촉, SNS 상의 성적 게시물 등이 성폭력이란 인식이 별로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또래간 성폭력 상황을 목격하거나 들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9.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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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래 성폭력에 대한 대처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에게 하지 말라고 요구한 경우가 절반 정도(50.0%)에 머물렀다. 상대방에게 똑같은 행동을 했다는 응답이 25.0%,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12.5%였다.

또래 성폭력을 목격했을 때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가 39.6%로 가장 많았으며, ‘함께 말렸다’가 20.8%,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알렸다’ 15.1%, ‘경찰서 등에 신고했다’ 15.1%로 각각 조사됐다.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소용없다고 생각해서’가 28.6%로 가장 높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가 23.8%,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해서’가 19.0%였다.

청소년들은 또래간 성폭력이 일어나는 이유가 ‘장난이나 놀이처럼 가벼운 사건으로 취급해서’(72.2%)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음란물과 대중매체의 영향으로’(33.5%), ‘성폭력에 대한 인식 부족’(28.5%)이 뒤를 이었다.

성폭력 근절을 위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교화 프로그램이 필요하고(62.8%) 피해자에 대한 지원 강화(31.9%),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 강화(28.0%)가 뒤따라야 한다고도 답했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는 24일 서울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또래간 성폭력 문화 개선을 위한 청소년 100인 원탁토론회’에서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계 정부 부처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명화 센터장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을 방치하면 향후 더 큰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청소년 스스로 문화를 개선하는 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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