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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유승민 국회의원

중앙일보 2015.11.25 00:56 종합 2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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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 윤동주(1917~45), ‘별 헤는 밤’ 중에서
 
  

외로운 정치의 길을 달래준
영원히 푸른 청년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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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한 소양도 없고 시보다는 소설을 더 좋아하니 시 얘기가 면구스럽다. 이런 내가 겨우 읽고 좋아하는 시가 있다면 윤동주다. 고등학교 시절 때 처음 읽었으니 40년도 훨씬 지났다. 보통 시라면 국어 시간에 어떻게 해석할까를 놓고 머리에 쥐 났던 기억이 대부분인데, 윤동주는 달랐다. 쉽고 서정적인 시어 속에 식민지 지식인 청년인 그가 처한 상황이 단박에 와 닿았다. ‘별 헤는 밤’은 그가 일본 감옥에서 28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기 직전에 쓰여졌다. 옥중에서 느꼈을 좌절과 슬픔, 그럼에도 광복을 바라는 절절한 심경, 꼿꼿한 저항정신이 구절구절에서 느껴졌다. 이때가 일제 말기였다는 것도 중요하다. 일제 초기에는 저항하다 말기에는 투항한 이가 적지 않았으나, 윤동주는 끝까지 저항정신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나중에 일본에 가서 그의 시비를 찾아간 적도 있다.

 정치인으로 살면서 외로움이 깊어질 때마다 그의 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사실 정치인만큼 외로운 사람도 없다. 하루아침에 친구였다가 이상한 관계가 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니 말이다. 그럴 때 그의 시의 깊은 슬픔이 나를 위로해주곤 했다.

유승민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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