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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3만 달러 시대의 불법도박 대응전략 ‘이도치도’

중앙일보 2015.11.25 00:50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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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광운대 범죄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이 허가하는 온라인 도박, 슬롯머신 등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重)위험 도박 유병률은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등보다 2~5배나 높다. 흔히 도박을 망국의 병이라고 하면서도 절도죄의 벌칙은 6년 이하의 징역인 데 비해 도박장을 개설해 수많은 사람을 도박중독자로 내몰아도 5년 이하의 징역에 지나지 않는다. 대법원은 “도박죄의 입법 취지는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아니한 재물의 취득을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근로의식을 보호하는 데 있으므로 도박죄 처벌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그래서인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2013년 불법 사행산업에 대한 신고포상금으로 겨우 885만원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검경에서는 도박 관련 사범 3만4391명 가운데 1.39%인 481명만 구속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불법도박 규모는 101조~16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한국의 주요 수출업종인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제품을 합친 규모와 같다. 2016년 우리나라 예산의 41.5%에 육박한다. 불법도박으로 연간 28조원의 세금이 탈루되고 있으며, 사감위 자료에 의하면 2011년 2000명이 해외 원정도박으로 1조9000억원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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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는 사치와 낭비, 퇴폐적 향락 행위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2011년 1인당 구매력지수(PPP)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오히려 근검절약이 소비지수를 떨어뜨리며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제는 1만 달러 시대의 산아제한 정책을 180도 바꾸어 다자녀가구 정책으로 가듯이 지하경제의 상징인 도박에 대한 정책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도박에 대해 뼛속 깊이 부정적인 40대 이상의 고위공직자들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우리 소득수준이 3만 달러에 이른 데다 현 정부도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지향하지 않았는가.

 첫째, 불법 도박을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양성화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엔터테인먼트가 갖고 있는 특성을 살리는 추세다. 즉 재화를 취득하는 상업성, 소비 대상으로서의 대중성, 다양한 소비 형태 발굴 및 가공의 창조성, 감동과 재미의 오락성 등을 살려 도박과 엔터테인먼트를 융합해 흥미 위주의 다양한 부대시설 및 문화시설을 운영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도박산업이 한류문화와 융합해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복합엔터테인먼트 장소로 양성화해 외국 관광객 유치 등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돼야 할 것이다.

 둘째, 사행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단속만으론 불법도박을 근절할 수 없다. 불법도박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책은 사행산업의 경쟁력 강화다. 불법도박의 높은 환급률, 단속을 무력화하는 높은 기술력, 공격적인 마케팅, 다양한 상품 등 강점을 합법적인 사행산업이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사감위에서 매년 규제하고 있는 매출 제한도 과감히 풀어야 할 것이다.

 셋째, 온라인 사행산업 합법화 추진이다. 미국·프랑스·독일·일본 등에서는 온라인 도박을 합법적으로 확장하면서도 해외 불법 온라인 사이트에 대해서는 감독 및 사행행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홍콩자키클럽(HKJC)에서는 아시아권 불법 온라인 게임시장의 규모를 500조원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도박을 사행산업으로 발전시켜 국가 차원에서 감독 및 사행 행위를 규제하는 등 합법화를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넷째, 불법도박 처벌 강화 및 광범위한 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도박장 개설자들은 단속돼도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고, 바지사장에게 수억원의 보상비를 주어 처벌을 피해나간다. 또한 한탕을 잘 하면 엄청난 돈을 번다는 인식 아래 해외에 서버를 두고 기를 쓰고 온라인 도박을 운용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도박 관련 죄는 형법 및 특별법의 벌칙을 마약에 관한 죄와 동등한 사회적 법익 차원으로 상향시켜 처벌해야 한다.

 다섯째, 도박 중독의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국민 1인당 사행산업 참여율이 가장 낮고, 정부의 강력한 도박 통제와 치료에도 불구하고 도박 중독 유병률이 5.4%에 이른다. 도박의 천국이라는 홍콩이나 마카오보다 높다. 도박 중독의 원인을 무의식을 통해 치료하는 최면요법 등 같은 새로운 치료 기법의 도입이 절실하다.

 우리나라의 소득 1만 달러 시대 때 가장 혐오스러운 장소는 쓰레기 매립지인 상암동의 난지도였다. 그러나 3만 달러 시대인 지금은 난지도가 방송과 문화 콘텐트의 메카로 거듭 태어났다. 이제 혐오의 대상으로 지하경제의 대명사인 도박을 500조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독치독(以毒治毒)처럼 도박을 활용한 이도치도(以賭治賭)만이 불법도박과 도박 중독을 막는 강력한 처방이 될 것이다.

이종화 광운대 범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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