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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 서열1위까지 … 방산비리의 끝은 어디인가

중앙일보 2015.11.25 00:46 종합 30면 지면보기
최윤희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24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했다. 해군참모총장 재직 당시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선정 비리와 관련해서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최 전 의장의 아들이 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무기중개상 함모씨로부터 수표 2000만원을 받은 정황을 확인했다. 최 전 의장은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 “1500만원은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이 말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국군의 최고 지휘자가 직무 관련성 있는 업자에게 돈을 받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는 2010년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계획된 사업이다. 하지만 해군의 작전요구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제원을 갖추고도 이를 충족하는 것처럼 시험평가 결과서가 조작돼 도입됐다. 돈의 대가성이 있느냐를 떠나서 최 전 의장은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 도입을 최종 승인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국군과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금품을 챙긴 악질적인 반역죄에 해당한다.

 잠수 못하는 잠수함, 1970년대 구형 수중탐지기를 단 구조함, 엉터리 제거장비를 장착한 기뢰제거함, 원가를 부풀린 수리온헬기 등 도대체 방산비리의 끝이 어디인지 안 보일 정도다. 방산비리는 대형 무기사업뿐 아니라 일반 사병들의 목숨과 직결되는 개인장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적의 총알에 뚫리는 방탄복, 쏘면 망가지는 K11 복합소총, 던지기 전에 터지는 불량 수류탄 등이 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젊은이들에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가.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이 출범한 이후 밝혀낸 비리 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 우리 군의 방위력 손실을 감안하면 유사시 국가에 수십조원의 손실을 끼칠 수도 있다. 방산비리는 단순한 개인비리가 아니라 이적행위인 이유다.

 그러나 방산비리를 대하는 군 수뇌부의 의식은 별로 심각한 것 같지 않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생계형 범죄’라고 지칭한 것은 단순한 말실수로 볼 수 없다. 이런 인식 수준에선 방산비리를 근절하는 제도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 방산비리는 쉽게 캐낼 수 없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93년 율곡사업비리 수사에서 전직 국방부 장관 2명과 전 공군참모총장과 해군참모총장 등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비리에 연루된 장성들의 별 숫자를 합치면 23개나 됐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방산비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현재 해군 호위함 납품비리에 연루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등 전·현직 장성 10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방산비리 척결을 외쳤지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은 관련자 처벌에만 그친 채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병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산비리를 없애려면 처벌에 앞서 방위사업청의 허술한 감독능력부터 강화해야 한다. 금품과 선후배의 유착에 휘둘리는 군에 성능평가를 전담시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무기 도입 예산을 깎으려고만 하지 말고 정확한 성능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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