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5학년도 서울대 많이 보낸 일반고의 비결 살펴보니

중앙일보 2015.11.25 00:10 강남통신 8면 지면보기
영재학교 벤치마킹, 입시정보 심층 분석 … 교사 열정도 한몫

후기 일반계고 지원을 앞두고 진학하려는 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 달 9일(수) 예술·체육 중점학교를 시작으로 자율형공립고를 포함한 200개 학교의 서울 지역 후기 일반계고 고입 전형이 시작된다. 서울 지역 후기 일반고 전형은 서울 전 지역을 대상으로 원하는 학교 2개교를 지원하는 1단계와 거주 지역 인근 2개 학교를 지원하는 2단계로 이뤄진다. 복수지원 후 추첨하는 고교선택제다. 1·2단계 지원에서 탈락하면 통학거리·종교 등을 고려해 무작위로 배정한다.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학생의 선택권을 넓히고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약 92.6%의 학생이 1·2단계에서 지원한 학교에 배정받았다. 중앙일보 강남통신(江南通新)은 교육전문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서울대 진학 실적과 수능 3등급 이내 비율 등 서울 지역 후기 일반계고의 학력 수준을 점검해봤다. 각 구별 일반고의 서울대 진학 실적과 수능 3등급 비율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숙명여고·단대부고·서울고 순서로 서울대 보내
일반고에서 진학한 절반이 강남·서초·송파 출신
영동고·반포고 등 전년보다 7명 이상 실적 늘어

교육특구 일반고, 수시 발빠른 대응으로 약진
최상위권 특목고 학생, 의대로 몰린 것도 배경
지역 간 격차 커져…“비강남 고교 지원 늘려야”


 

일반고 서울대 진학 실적 개선

지난해 서울대 입시는 ‘일반고·자율고의 성장’과 ‘외고·과학고 등 특목고의 약세’로 요약된다. 2014·2015학년도 서울시 소재 고교 유형별 서울대 합격자 수(최종 등록자 기준)를 살펴보면 일반고 출신 합격자 수는 515명(40.6%, 서울 지역 출신 서울대 총 합격자 1270명)에서 582명(44.6%, 1306명)으로 67명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휘문고·중동고 등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는 160명(12.6%)에서 205명(15.7%)으로 늘어났다. 반면 외고(대원·대일·명덕·한영·서울·이화여고)는 210명(16.5%)에서 182명(13.9%)으로, 과학고(세종·한성고)는 72명(5.7%)에서 43명(3.3%)으로, 과학영재학교(서울과고)는 84명(6.6%)에서 57명(4.4%)으로 감소했다.
 
서울 소재 일반고의 성장은 각 구에서 고르게 나타났다. 각 구에서 배출한 일반고 출신 서울대 합격자 수를 각 구 소재 일반고 수로 나눈 학교당 합격자 수 평균은 25개 구 중 15개 구에서 증가했다. 상승 폭은 구별로 0.2명에서 2.3명까지 차이가 컸다. 노원·중·금천구는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고, 광진·강동·종로·서대문·영등포·은평·구로구 등 7개 구는 하락했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교육특구 안에서도 구별로 상승 폭은 달랐다. 서초구의 상승 폭이 눈에 띈다. 서초구의 학교당 서울대 합격자 수는 평균 7.6명에서 9.9명으로 2.3명이 증가해 25개 구 중 가장 많이 상승했다. 강남구의 학교당 서울대 합격자 수는 평균 10.2명에서 11.2명으로 1명이 증가했고, 송파구는 0.4명, 양천구는 1.2명이 늘어났다. 노원구는 3.4명으로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5개 구를 제외하고 학교당 서울대 합격자 수가 평균 1명 이상 증가한 구는 마포구·성동구 2개 구뿐이었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교육특구’로의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강남·서초·송파구 소재 일반고의 서울대 합격자 비율은 2014학년도 입학생 전체의 48.7%(251명)에서 2015학년도 49.5%(288명)로 0.8%포인트 증가했다. 이를 노원·양천구까지 확대해 보면 수치는 66%(384)까지 올라간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서울 소재 일반고의 서울대 진학 실적은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며 “하지만 강남·서초·송파구 등 소위 교육특구 지역의 상승 폭이 높아 교육특구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대학 입시 틈새 파고들면서 변화 꾀하는 일반고
 
입시 전문가들은 서울대 입시에서 서울 소재 일반고의 약진에 대해 의·치·한의대 정원 증가와 외고의 약세, 일반고의 진학 지도 역량 강화 등 크게 3가지 요인을 분석한다.

의·치·한의대 정원 증가는 2015학년도 상위권 대학 입시 판도를 뒤흔든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이 진학하는 의·치·한의대 전국 모집 인원은 2014학년도 2515명에서 지난해 3511명까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의학전문대학원이 의과대학으로 전환하면서 학부생 모집 인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의예과는 749명, 치의예과는 222명, 한의대는 25명이 증가했다. 이성권 서울 대진고 교사(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는 “서울대에 진학하던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여러 대학의 의·치·한의대를 많이 선택하면서 경쟁력 있는 일반고의 서울대 진학이 늘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서울 지역 외고의 약세가 보태졌다. 임 대표는 “2011학년도 특목고 입시부터 영어 내신 위주로 뽑기 시작하면서 외고의 전반적인 학력 수준 저하가 서울대 입시 결과로 나타났다”며 “최상위권 학생들이 외고 대신 지역 자율형사립고를 선호하면서 지역 자율고의 입시 실적이 대폭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24개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관악구 미림여고와 구로구 우신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한다)가 일반고로 있을 때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한 2012학년도 이들 학교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148명(11.9%)에 머물렀다. 하지만 자율고로 신입생을 선발해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한 2013학년도부터 서울대 진학 실적이 급상승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205명(15.7%)을 서울대에 보냈다. 불과 3년 만에 38.5%가 증가했다. 임 대표는 “3년 만에 서울대 진학 실적이 이렇게 큰 폭으로 올라간 것은 우수 학생 선점에 따른 선발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하지만 의·치·한의대 정원 증가와 외고 약세 등 반사 효과만으로 서울 소재 일반고의 약진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단순히 반사 효과 때문이라면 서울 소재 일반고가 아닌 서울 외 지역의 외고·과학고,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자율고의 입시 실적이 더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강남권 일반고의 진학 지도 역량이 상승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에 있는 서문여고는 강남권 지역 자율고의 강세 속에서도 최종 등록자 기준으로 2014학년도엔 9명을, 지난해엔 15명을 서울대에 합격시켰다. 서종원 서문여고 3학년 진학부장은 “지역 자율고가 신입생을 선발하기 시작한 2010학년도에 학교가 느낀 위기감은 대단했다”며 “우리 학교에 입학했던 최상위권 학생 중 상당수가 근처 자율고로 전학 가는 사례가 많았다”고 기억했다. 위기감을 느낀 학교는 교사진의 모든 역량을 진학 지도 강화에 쏟았다. 서 부장은 “매주 목요일 전 교사가 학년별로 모여 대학 입시 스터디를 시작했다”며 “3학년 교사진은 매주 한 대학씩 전형 요강을 집중분석해 다른 학년 교사와 정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방과후수업은 수준별로 구성하고, 인문·수학 영재학급 등 최상위권 학생을 위한 특별반을 운영했다. 논술 수업도 6~7명 소수 정예로 편성해서 경쟁력을 길렀다.

강남구에 있는 단대부고도 대학의 수시모집 선발 증가에 맞춰 변화를 꾀했다. 오장원 단대부고 진로진학상담부장은 “특목고·자율고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대학 입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했다”며 “고려대가 2018학년도 입시부터 논술 전형을 폐지하고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50%를 선발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3일 만에 자기소개서 대회를 열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1·2학년 때부터 자기소개서 작성 역량을 기르면서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비할 수 있는 진학 로드맵을 짜고, 여름방학엔 ‘학생부 종합 전형 준비 과정’이라는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오 부장은 “교사 대상 입학사정관 초청 연수 등을 통해 진학 지도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며 “수년간 쌓인 진학 결과를 토대로 자체 배치표를 개발, 수천 건의 합격과 불합격 사례를 분석해서 대학 지원 전략을 짠다”고 말했다.

서울고(서초구)·영동고(강남구)의 사례도 있다. 서울고는 여름방학 때마다 외국 대학교수를 초빙하고, 카이스트 등 이공계 대학 학부생을 조교로 참여시켜 재학생들의 연구 역량을 기르는 ‘글로벌 리서치’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심중섭 서울고 교감은 “영재학교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우리 학교 수준에 맞게 변형한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신 경쟁이 치열한 강남권에서 수시모집 준비가 어렵다고 하지만 그건 학교 하기 나름”이라며 “지난해 서울대에 합격한 17명 중 11명이 수시모집으로 합격했다”고 설명했다. 영동고의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 수는 16명인데, 이 중 8명이 수시모집으로 들어갔다. 윤성철 영동고 교감은 “우리 학교 교사진은 1교사 1프로젝트가 원칙”이라며 “토론·발표 대회 등 각종 경시대회는 물론 프로젝트 수업까지 교사마다 최소 1개 이상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하면서 교내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넓혔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고교 선택제로 학교 간 학력 수준 더 벌어져
 
강남·서초·송파·양천·노원구 등 교육특구의 서울대 진학 실적 개선은 지역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 지역의 중학교 졸업생의 평균적인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이 아닌 경우 일반고의 학력 수준 저하는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강북·관악·도봉·마포·성동·중·중랑구 등 7개 구는 2015학년도 수능 국어·영어·수학 평균 3등급 이내 학생 비율이 10%가 넘는 학교가 관내에서 각 1개 학교뿐이다. 심지어 금천·서대문구는 아예 없다. 임 대표는 “국어·영어·수학 수능 평균 3등급 이내는 서울 소재 대학에 지원해볼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며 “교육특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학력 수준 저하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학교 간 서열화가 고착화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권 교사는 “특목고·자율고·일반고순으로 대변되는 학교 간 서열화 토대 위에서 고교선택제가 시행되면서 일반고 내에서도 다시 층이 나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25개 구별로 수능 평균 3등급 이내 비율이 가장 높은 일반고를 살펴보면 사립 여고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25개 구 중 15개 구가 그렇다. 임 대표는 “여학생이 갈 수 있는 지역 자율고 수가 적다 보니 여학생들이 관내에서 학력 수준이 높은 여고로 쏠리는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특목고 설립이 한 번, 자율고 신설이 또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교 선택제가 일반고 공동화 현상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이 교사는 “일반고에 교과 과정 편성의 자율권을 더 부여하고 우수 교사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일반고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다”며 “비강남 지역 일반고에 대한 지원을 늘려 성공 사례를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현진·전민희·조한대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강남통신 기사를 더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