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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프리뷰] 오프로드 달리듯…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중앙일보 2015.11.25 00:10 강남통신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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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캄머필 내한공연

연주회장에서 음악을 들으면 차를 탈 때처럼 느낄 때가 있다. 특히 오케스트라 공연이 그렇다. 관과 현이 어우러지는 앙상블의 매끄러움은 좋은 승차감과 통한다. 연주의 가속과 변속이 자유로울 때 제대로 된 표현이 나오곤 한다. 독일 오케스트라는 독일 차처럼 튼튼하다.

 그중에서도 도이치 캄머필은 컨버터블 같기도 4륜구동 같기도 하다. 틀에 박힌 해석을 거부하고 오프로드를 질주한다.

 도이치 캄머필은 독일 브레멘을 본거지로 하는 체임버 오케스트라다. 1980년 브레멘 음대생을 주축으로 창단됐다. 벤자고, 쉬프, 벨로흘라베크, 헹엘브로크, 다니엘 하딩에 이어 2004년부터 지금까지 파보 예르비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은 재작년 처음 내한해 베토벤 교향곡을 연주했다. 파보 예르비는 구질이 다양한 명투수처럼 끊임없이 악단을 독려하며 템포와 밀도를 조절했다. 수동 기어를 자유자재로 변속하며 익숙한 핸들링으로 예측된 드리프트를 하듯, 예르비는 액셀을 자주 밟았다. 복잡한 악구를 명확하게 ‘해치웠다’. 과도한 해석이 아닌가 싶을 정도까지 청중을 몰고 갔다.

 이들은 작년에는 브람스를 연주했다. 대구와 서울에서 3회를 공연하며 브람스 교향곡 4곡과 피아노 협주곡 2번, 테츨라프 남매가 바이올린 협주곡과 2중 협주곡을 연주했다. 이들의 브람스는 베토벤과 사뭇 달랐다. 가벼운 음색과 특유의 속도감으로 색다른 브람스를 구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왠지 모를 브람스의 깊은 속내까지는 열지 못했다. 차체와 엔진이 서로 다른 차를 타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도이치 캄머필이 12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르비와 3년 연속 내한공연을 갖는다. 올해 프로그램은 슈만이다.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의 슈만 연주는 명쾌하게 분절되는 프레이징과 힘찬 합주를 선명하게 그려내는 해석으로 이름 높다. 대전과 서울로 이어지는 공연을 통해 슈만의 서곡, 스케르초와 피날레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하는 피아노 협주곡이다. 예르비와 이번이 첫 협연인 김선욱은 평소 도이치 캄머필의 연주 스타일을 좋아해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선욱은 5년 전 아슈케나지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선욱은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 연주로 초연된 곡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서 “슈만에게 클라라는 어떤 존재였을까. 그가 의도했던 건 어떤 소리였을까. 그의 관점에서 이상적인 연주는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매일 접근을 달리해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작곡가에 강한 그가 어떤 슈만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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