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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순간 본드가 함께한 술

중앙일보 2015.11.25 00:10 강남통신 1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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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시리즈 ‘스펙터’ 개봉에 맞춰 출시한 ‘볼렝저 스펙터 한정판’ 샴페인.

샴페인의 계절이 왔다. 샴페인 병목을 내리쳐 승전을 자축했던 나폴레옹 이후 샴페인은 크리스마스나 신년에 가장 많이 마시는 축하주의 대명사가 됐다. 최근 영화 007시리즈의 24번째 영화 ‘스펙터’에도 샴페인이 나온다.

007 샴페인 볼렝저, 리미티드 에디션 출시

사랑을 나눌 때 등 14편에서 등장
19세기부터 영국 왕실 품질 인증
스펙터 한정판, 턱시도서 아이디어


 샴페인은 미녀와 영웅이 사랑하는 술이다. “여자를 아름답게 하는 유일한 술이 샴페인”이라고 칭송했던 루이 15세의 애첩 마담 퐁파두르, 샤넬 향수로 하루를 마감하고 샴페인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는 메릴린 먼로, 사냥터에 샴페인을 챙겨 나갔다는 영국 왕 에드워드 7세, 샴페인 하우스에 전용 셀러를 두고 매일 샴페인을 마셨다는 윈스턴 처칠까지 샴페인을 사랑한 명사는 무수히 많다. 제임스 본드도 샴페인의 매력에 빠진 ‘신사’다. 007시리즈 중 무려 14편에서 샴페인을 마셨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청포도로 만드는 최고급 스파클링 와인이다. 샴페인을 만드는 과정은 일반 스파클링 와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먼저 1차 발효한 포도즙을 병에 넣고 당분과 효모를 첨가해 저온에서 수개월 보관한다. 이 상태로 2차 발효가 끝나면 병 속에 효모 찌꺼기가 생기는데, 병을 거꾸로 세워 수작업으로 병목을 일일이 돌려주며 찌꺼기를 빼내는 작업(데고르주망, Degorgement)을 해야 한다. 겨울 동안 생긴 탄산가스가 새지 않도록 철사로 만든 병마개로 막아 숙성하면 그제야 섬세한 풍미의 샴페인이 완성된다. 최소 2년 이상, 길게는 수십 년 숙성하는 샴페인도 있다. 좋은 빈티지의 샴페인에서는 갓 구운 빵, 짭짜름한 미네랄 향, 흰 꽃다발 향 같은 아로마(향기)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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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레이커’도입부에 등장하는 제임스 본드(로저 무어)와 볼렝저 샴페인

  1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 2대 로저 무어, 3대 티모시 달튼, 4대 피어스 브로스넌, 5대 다니엘 크레이그에 이르기까지 근육질 신사들도 이 샴페인의 매력에 빠졌다. 역대 제임스 본드는 극 중에서 최고급 브랜드를 입고, 걸치고, 먹고 마셨던 당대 최고의 ‘취향남’이다. 영화에는 3억원대를 호가하는 본드 전용 자동차 애스턴 마틴, 700만원이 넘는 한정판 오메가 시계 등 곳곳에 명품 브랜드가 등장한다. 까다로운 제임스 본드가 선택한 술은 샴페인이다. 본드걸과 사랑을 나눌 때, 사건을 해결한 뒤, 제임스 본드는 아름다운 크리스털 잔에 샴페인을 따라 마셨다.

 무수한 샴페인 하우스(제조가) 중에서 영화에 등장한 건 볼렝저(Bollinger)다. 볼렝저는 가족이 경영하는 샴페인 하우스로 샹파뉴 아이(Ay) 지역에 위치한다. 1884년 빅토리아 여왕 때 품질을 인정받은 뒤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왕실 인증 마크(Royal Warrant)를 받았다. 현재 볼렝저는 프랑스 정부에서 인정하는 ‘현존 문화유산’(EPV)에 등재되기도 했다. EPV는 프랑스 기업 중 기술력과 전통을 모두 갖춰 특정 지역 기업가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볼렝저 샴페인 하우스에서는 다양한 샴페인을 만든다. 에드워드 7세가 즐겼다는 ‘스페셜 퀴베’(Special Cuvee)는 빈티지가 없는(NV) 볼렝저의 가장 기본급 샴페인이다. 처음 압착한 포도즙으로 만든 최상급 술로 1973년 개봉한 로저 무어의 ‘죽느냐 사느냐’에 등장했다. 호텔 스태프로 가장한 악당이 본드의 방에 볼렝저 샴페인을 서빙하는 장면이다.

 ‘RD’(Recently Degorgemant)는 최근에 데고르주망 작업을 끝냈다는 뜻으로 8~20년 숙성한 고급 빈티지 샴페인이다. 로저 무어의 ‘문레이커’(1979), ‘옥토퍼시’(1983), ‘뷰 투 어 킬(1985)’, 티모시 달튼의 ‘리빙 데이라이트’(1987), ‘살인면허(1989)’에 등장했다.

 ‘라 그랑 아네’(La Grande Annee)는 영어로는 ‘최고의 해’(The Great Year)를 의미하는 샴페인이다. 작황이 좋은 해의 포도를 선별해서 만드는 샴페인으로 최소 5년 이상 숙성해서 출시한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골든아이’(1995), ‘네버다이’(1997), ‘언리미티드’(1999), ‘어나더데이’(2002)와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로얄’(2006), ‘퀀텀 오브 솔러스’(2008), ‘스카이폴’(2012)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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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가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주문한 볼렝저 샴페인.

 피어스 브로스넌이 언리미티드에서 본드걸 소피 마르소와 라 그랑 아네 1990년 빈티지를 주문하는 장면, 어나더데이에서 감옥을 나오자마자 단골 호텔로 직행해 로브스터와 볼렝저 라 그랑 아네 1961년을 주문하는 장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요원과 함께 호텔 룸에서 라 그랑 아네 1999년을 마시는 장면 등이 유명하다.

 볼렝저와 007의 컬래버레이션(협업)도 화제다. 2012년 스카이폴 개봉 때는 4자리 숫자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 수 있는 권총 모양 케이스에 담긴 샴페인을 한정 출시했다.

 올해는 ‘볼렝저 스펙터 한정판’을 출시했다. 지금까지 많이 등장했던 RD나 라 그랑 아네와는 다른 샴페인이다. 그 두 개의 와인이 최고 등급인 그랑크뤼(Grand Cru)와 그 다음 등급인 1등급(Premier Cru) 포도를 섞어 만든다면, 스펙터 한정판은 그랑크뤼 포도로만 만든다. 제임스 본드의 턱시도에서 영감을 받은 패키지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카레 바쎄(Carré Basset)가 디자인했다. 케이스는 쿨링 기능도 있다. 국내 570병 한정 판매한다.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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