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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일 우정 50주년 음악회 일본 요나고 현지취재

중앙일보 2015.11.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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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너와 재일교포 3세 소프라노의 이중창이 홀을 가득 채웠다.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중 ‘밤의 정적 속으로 소란은 사라지고’. 방송에서 활약해온 류정필과 후지와라 오페라단 단원인 이천혜의 목소리는 잘 어울렸다. 낭만적인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의 러브 듀엣은 요나고시문화홀의 650여 청중을 별이 빛나는 키프로스 해안으로 이끌고 갔다.

23일 오후 6시 30분 요나고에서 열린 ‘한·일 우정 50주년 기념 음악회’ 모습이다. 이 지역의 재일교포 2세 사업가 사다야마 유지(한국명 이유사)씨가 주최하고 TV프로 ‘클래식 오디세이’를 연출했던 KBS 전 프로듀서 김상기씨가 총지휘했다. 김상기씨는 “음악의 힘은 강하다.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양국의 성악가가 함께 부르는 우정의 무대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돗토리현에 위치한 인구 15만의 요나고는 우리나라 강원도와 비슷하게 다가온다. 요괴 만화의 거장 미즈키 시게루가 태어난 곳이고, 일본식 정원을 갖춘 아다치 미술관으로도 알려졌다. 이날 요나고시 문화홀 중극장 입구에는 5시부터 입장객이 줄을 섰다.

프로그램은 1부에 오페라 ‘오텔로’와 ‘토스카’ 아리아, 2부 세계의 민요였다. 류정필이 첫곡 오텔로의 아리아 ‘신이시여 당신은 불행을 안겨주었나이다’를 불렀다. 아사노 나오코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오텔로의 고뇌를 생생한 연기와 함께 전달했다. 이천혜가 부른 ‘오텔로’ 중 ‘아베 마리아’에서는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부르는 데스데모나의 간절함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의 아리아들이 이어졌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에서는 이천혜의 메사 디 보체(음을 점점 세게 했다가 여리게 하는 기교)가 빛났다. ‘별은 빛나건만’에서는 카바라도시의 애절함이 인상적이었고, 2중창 ‘마리오! 마리오! 마리오!’는 두 가수의 연기가 돋보였다.

2부에서 류정필이 분위기를 띄웠다. ‘그라나다’와 ‘베사메 무초’ 등 익숙한 멜로디를 열창하자 얌전했던 청중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류형길의 자유로운 피아노 연주는 곳곳에 숨통을 틔워주었다. 류정필의 노래에서 고추장 같은 화끈함이 느껴졌다. 이천혜가 부른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에서는 은근하면서 정교한 일본 성악의 특징이 잘 드러났다. 반응은 류정필이 부른 한국 민요 ‘신고산 타령’, ‘뱃노래’, ‘새타령’, ‘밀양 아리랑’에서 절정을 이뤘다. 교포로 보이는 청중은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레하르 오페레타 ‘메리 위도우’ 중 사랑의 왈츠에서 두 성악가는 실제로 춤을 추며 웃음을 자아냈다. 앙코르 요청은 최근 한국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세 곡의 앙코르 중 마지막곡 베르디 ‘축배의 노래’에서는 테너와 소프라노뿐 아니라 한·일 두 피아니스트가 함께 앉아 네 손으로 연주했다. 우정의 축배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공연을 지켜본 청중들은 하나같이 “사이고(최고)”, “스바라시이(훌륭하다)”를 연발했다. 오자와 미츠오(70)씨는 “처음엔 서먹했는데 점차 뜨거워졌다. 진짜 예술을 만났다. 지금 한국과 일본의 실제 모습이다. 예술을 통한 민간 교류가 많아져야 한다. 이런 공연이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나고=글·사진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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