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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괴물 오타니가 부럽다면 사무라이 재팬을 배워라

중앙일보 2015.11.24 00:37 종합 2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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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는 해피엔딩이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일본, 결승에서 미국을 연파하며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김인식(68)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들의 투혼이 만들어 낸 성과다. 결과가 좋았다고 과정을 잊어선 안 된다. 오히려 실패한 ‘사무라이 재팬(일본 야구 대표팀의 별칭)’으로부터 한국 야구가 배울 게 많다.

일본, 야구대표팀 브랜드 만들어
스폰서십·물품 판매로 수익 거둬
유소년 선수들 지원해 미래 준비
김인식 “한국도 토대 필요” 일침


 일본의 대회 준비는 단연 1등이었다. 지난 1월 고쿠보 히로키(44)를 전임(專任) 감독으로 선임해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3년 계약을 했다. 고쿠보 감독은 각 팀의 스프링캠프를 돌며 선수들을 점검했다.

 앞서 2014년 11월 일본야구기구(NPB)는 자회사 ‘NPB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유소년·학생·여자·사회인·성인 야구 국가대표팀을 총괄한다. 뿐만 아니라 ‘사무라이 재팬’을 브랜드로 만들어 다양한 상품 판매사업도 벌이고 있다.

 앞선 세 차례 WBC에서 일본은 우승 두 번, 준우승 한 번을 차지했다. ‘사무라이 재팬’이 스폰서십·중계권 등을 통해 수익도 창출했고, 이 돈으로 유소년 야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사무라이 재팬’은 일본 대표팀의 현재이자 미래다.

 일본이 프리미어 12에 사활을 건 것도 그래서다. WBC와 맞먹는 규모의 국제대회를 통해 ‘사무라이 재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부활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일본은 3위에 그쳤지만 한국전 시청률 25.2%(관동지방 기준)를 기록했다. 이날 도쿄돔을 찾은 관중도 4만명이 넘었을 만큼 마케팅에서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전 역전패로 고쿠보 감독은 위기에 몰렸다. 그렇다고 경질될 것 같진 않다. 그는 내년 두 차례 평가전과 2017년 WBC를 지휘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28일간의 소집기간이 끝나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각자의 팀으로 흩어졌다. 내년엔 모일 계획이 없다. 큰 대회 때마다 특정 감독에만 의지하고, 투혼을 바라고, 기적을 기다리는 게 한국 대표팀의 현실이다.

 프로를 총괄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아마추어 기구인 대한야구협회(KBA)는 수년째 협조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프리미어 12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대회로 대표팀 운영 주체는 KBA가 돼야 했다. 그러나 각종 비리와 추문으로 업무수행이 어려운 KBA는 지난 3월 대표팀에 관한 전권을 KBO에 넘겼다.

 올림픽에 야구가 재진입하면 WBC와 프리미어 12를 더해 4년마다 세 차례 국제대회가 열린다. 한국 야구대표팀도 안정적인 기반에서 대표팀을 구성하고 운영할 필요가 생겼다. 여기서 수익을 거두고, 기반이 취약한 유소년 야구를 지원해야 일본·미국 야구와 맞설 수 있다.

 극적인 우승을 이뤄낸 김인식 감독은 마냥 기뻐만 하지 않았다. 그는 “나도 한화 감독을 맡으면서 두 차례 WBC를 치렀다. 현역 프로야구 감독이 대표팀을 맡는 건 사실 부담스럽다. 대표팀 전임 감독제가 꼭 필요하다”며 “(시속 160㎞의 강속구를 던지는)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를 부러워만 할 게 아니다. ‘한국의 오타니’가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인식 감독이 던진 화두를 한국야구 전체가 받아들고 고민해야 한다.

김원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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