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view &] 벤처 20년, 이젠 대기업으로 성장할 때

중앙일보 2015.11.24 00:10 경제 8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정 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쏠리드 대표이사

대한민국에 벤처기업이 태동한지 20년이 지났다. 성년의 해를 맞이하기까지 우리나라의 벤처기업들은 국가 경제와 사회의 새로운 주역으로 성장해 왔다. 그간 벤처기업은 IMF 경제위기 극복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벤처는 20년 동안 정보통신·소프트웨어·전기전자·바이오·정밀기계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신산업을 개척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디지털시대의 한국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오고 있다. 특히 청년들에게 기회의 창을 열어주면서 대한민국 사회의 역동성과 활력을 강화시키는 모델이 되고 있다. 벤처기업 창업과 성장을 통해 자수성가형 신흥 기업가 그룹이 등장하면서 대기업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벤처기업은 청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 모범적인 경제 주체로 자리매김해 왔다. 벤처기업들의 고용 인력은 총 71만9000여 명으로 이는 전체 산업체 근로자수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스타트업 벤처들의 최근 5년간 고용증가율은 8%대로 대기업이나 일반적인 중소기업보다 현저히 뛰어나다. 특히 벤처기업의 일자리는 성차별이 없는 양성평등의 직장문화, 일과 삶의 균형을 지향하는 근무방식 등 선진적인 경영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터 문화를 만들어 가는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벤처기업이 출현하기 전까지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은 대부분 독자 개발한 제품 없이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임가공 생산을 하는 방식으로 생존하였다. 정부주도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부응한 대기업의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에 의존하여 성장하는 것이 전형적인 한국의 중소기업 모습이었다. 그러나 벤처기업은 첨단기술을 토대로 혁신을 선도하는 자주 독립형 중소기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였다.

 한국의 벤처는 바람직한 지배구조, 소유권의 분산, 호칭 직급과 직함의 폐지, 수평적 팀제 등 혁신적 기업조직을 위한 여러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상하종속적 위계문화를 탈피하고 수평적인 조직 및 사회관계를 만들었으며 투명한 기업문화 창달을 선도하는 등 한국의 사회문화와 산업문화를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되도록 변화시키는데 있어서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

 이제 남아 있는 과제는 더 많은 벤처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일이다. 지금의 대기업도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여야 하지만 새로운 대기업이 더 많이 탄생되어야 한다. 시총 상위에 오른 기업 중 절반 정도는 당대에 창업된 새로운 기업들이 차지하여야 고용과 성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어린 시절부터 창의적인 사고력이 길러지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마음껏 발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제도권 내 체계적인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기업가로서의 역량을 길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창조결과물을 존중하고 공정거래질서 구축의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는 문화적 환경조성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융자중심의 자금조달 환경을 투자중심으로 개선하고 스톡옵션의 추가적인 세제인센티브 등을 통해 우수한 인력들이 안정된 진로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극복하고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도전하도록 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벤처 20년, 창조경제 3년차를 맞아 사회 각계 각층의 국민대표가 참석하여 창조경제의 성과와 비전을 공유하는‘창조경제박람회’가 이번주 개최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창조경제 플랫폼을 통한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모색하는 정부와 민간의 창조경제 성과를 소개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이번 행사는 혁신적인 벤처가 글로벌 경쟁 시대의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갈 씨앗임을 함께 확인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쏠리드 대표이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