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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얀마와 한국은 큰 세력 싸움 중심에 놓여" 이백순 대사

중앙일보 2015.11.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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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미얀마의 역사적 총선 이후 2주가 흘렀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이번 미얀마 총선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유권자 80% 투표에 아웅산 수지 대표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가 79.4%의 득표로 전체 657석 중 390석(59.4%)을 차지했다. 수지 여사는 “승자 독식은 없다“며 ”필요 시 군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미얀마에 대사관을 둔 각국 대사들을 네피도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전날 수지 대표를 만난 이백순 주 미얀마 대사를 20일(현지시간) 만나 미얀마의 변화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미얀마 선거를 총평하자면.
”이번 선거는 외교가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압승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보단 미얀마 국민 가슴속 군부 종식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두 번째 이유는 수지 여사의 후광이다. 수지 여사가 “나를 봐서 투표해달라“고 요청했고 심리적 카리스마가 큰 작용을 했다”. 세 번째는 보라색 새끼손가락 인증으로 유명한 SNS다.”

-미얀마의 이번 선거가 왜 주목 받았나.
“군부가 1990년 선거 결과를 뒤집었을 때와 비교해서 지금은 국제사회의 관심만 있으면 민주주의로 넘어갈 수 있는 티핑포인트였다. 또 테인 세인 대통령 때부터 개혁개방이 진행되며 미얀마가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주목 받고 있다. 수지 여사 개인도 노벨 평화상을 받고 전 세계 민주주의의 아이콘으로 주목 받으며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졌다.”

-미얀마의 변화를 느끼나.
“미얀마는 정치, 경제, 사회, 행정 4가지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개혁하려 하고 있다. 우선 대사관이 있는 양곤만 봐도 변화의 맥박이 느껴진다. 차량이 늘고 건설 현장도 많아졌다.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SNS 트래픽이 늘고 있는 곳이다. 미얀마에선 인력거를 끄는 서민도 SNS를 하고 있다.”

-미ㆍ중의 구애를 받고 있는 점이 한국과 비슷하다.
“한국과 미얀마는 지정학적으로 비슷하다. 큰 세력 싸움(Great Power Game)의 중심에 있는 거다. 미얀마는 굴기하는 중국, 즉 대륙세력과 미국과 일본으로 대표되는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 전략적인 중요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중국은 미얀마와 가장 긴 국경을 맞댄 국가로 미얀마 인들은 경계하면서도 협력해야 하는 존재로 여긴다. 반면 해양세력에 대해서는 필요하지만 ‘먼 곳의 물로 가까운 곳에 불을 끄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미얀마의 선택은?
“균형 외교를 고민할 것이다. 비동맹국가 창설국 중 하나로 외교 정책 속에 중립적인 노선 유지라는 전통이 있다. 수지 여사가 민주주의, 인권 등 서방적 가치를 가졌으니 그런 가치가 접합된 균형 외교를 추진하려고 하는 것 같다”

-미얀마 선거 결과가 동남아 전체에 영향을 미칠까.
“미얀마 총선 결과는 동남아 국가에게 신선한 충격이다. 동남아의 평균적 수준을 따라오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여겼지만 한번의 총선으로 급격한 민주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주변국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자국 국민들에게 자극과 열망, 일종의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질적 민주화를 이루지 못한 곳은 충격일 수 밖에 없다. 미얀마의 권력이양과 향후 2~3년간 실질적 민주화 이행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중동의 경우처럼 봄이 여름으로 가지 못하고 가을이 되는 경우도 있고, 열망이 실망이 되는 경우도 있다.”

-미얀마도 한국식 경제발전 모델에 관심이 많다
“새마을 운동부터 정부운영방식까지 경제부분에서는 한국이 롤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KDI처럼 MDI를 추진하고 코트라를 참고해 미얀트라를 만들고 있다. 수지 대표도 한국이 빠른 시간에 최빈국에서 성장해온 걸 알기에 한국식 발전 모델에 관심이 있다. 2013년 수지 여사가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는 만큼 내년 새 정부 출범 후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층 양국관계가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본다.”

-미얀마모델이 향후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있나
”정치 분야에서는 양국이 차이가 크다. 하지만 경제사회 측면에서 군부에 집중된 경제사회 권력을 어떻게 해결해가느냐는 우리에게 참고가 될 수 있다. 현재 군부가 소유한 기업, 농장, 토지 등 문제해결을 주목하고 있다.”

양곤(미얀마)=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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