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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36.5℃] 김치가 대장암 줄인다

중앙일보 2015.11.23 01:12 종합 2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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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

김장철이다. 서울에선 25일이 김장의 적일(適日)이라고 기상청이 발표했다. 김장은 겨울부터 봄까지 먹기 위한 김치무리를 입동(立冬) 전후에 많이 담가두는 연중행사다.

 문화·건강·영양 등 여러 측면에서 김장은 우리가 오래 보전해야 할 풍습이다. 2년 전엔 김장 문화 자체가 김치·한식에 앞서 유네스코로부터 인류 무형문화유산 지정을 받았다. 생채소를 구하기 힘든 겨울에 김장 김치는 옛 사람들의 거의 유일한 비타민·미네랄 공급 식품이었다.

 김치를 요즘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건강의 3중주’인 유산균·채소·발효식품이기 때문이다. 절인 배추의 유산균 숫자는 g당 1만 마리에 불과하나 김치가 맛있게 익으면 g당 1억∼10억 마리로 늘어난다. 김치 유산균은 변비·대장염 예방 등 장(腸) 건강에 이롭다. 부산대 김치연구소 박건영 교수팀이 일부러 대장염을 유발시킨 실험동물(쥐)에 김치 유산균을 먹였더니 2주 뒤 뚜렷한 염증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약용식품저널’ 올 10월호). 김치 유산균이 이런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은 자연살해(NK) 세포의 활성을 높이는 등 면역력을 증강시킨 덕분으로 추정된다. 김치 유산균은 암·비만·아토피·과민성 대장증후군·알레르기의 예방·치료에도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치엔 장(腸) 운동을 촉진시켜 변비 예방을 돕는 식이섬유도 듬뿍 들어 있다. 김치 담글 때 부재료로 사용되는 마늘·고춧가루·생강 등 양념엔 알리신·캡사이신·진저롤 등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따라서 가공육·적색육을 섭취할 때 김치를 곁들이면 대장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김치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며 그 비결로 고춧가루의 캡사이신(매운맛 성분)을 지목했다. 고춧가루를 사용해 담근 일반 김치의 항(抗) 비만 유산균 수가 백김치보다 1000배 이상 많았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김치에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고혈압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염분(나트륨)이다. 김치의 웰빙 효과를 100% 누리려면 소금 농도를 2% 이하(종래 3∼4%)로 낮출 필요가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대장암·만성 궤양성 대장염·크론병 환자는 대형 병원에서도 만나기 힘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세계 1위의 대장암 대국이다. 젊은 세대에선 크론병·만성 궤양성 대장염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보다 김치 섭취가 크게 감소한 탓이란 지적(분당서울대병원 이동호 교수)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될 것 같다.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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