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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자갈길도 … EQ900, 렉서스·벤츠 못잖군

중앙일보 2015.11.23 00:10 경제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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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미국 모하비 사막에 있는 현대차 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을 위장막을 쓴 채 달리고 있는 제네시스 EQ900. 현대차는 올해 EQ900 시험차 20대를 16만㎞ 이상씩 주행해 성능을 가다듬었다. [사진 현대차]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만들어진 현대자동차그룹의 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이하 CPG). 여의도 면적의 6배(1770만㎡·약 536만 평) 크기인 CPG는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을 위해 2009년 완공됐다. CPG에 위장막을 씌운 현대차의 제네시스 EQ900 3대(330터보·380·500)와 일본 도요타의 LS460, 메르세데스 벤츠의 S550 등 5대의 차량이 들어섰다. 다음달 초 국내에 출시되는 제네시스 EQ900과 경쟁 차들의 성능 비교를 위해서다.

커브길 시속 100㎞에도 쏠림 없고
노면 거칠어도 진동·소음 못 느껴
지구 80바퀴, 혹서·혹한 시험 통과
“내년 고급차 시장 다크호스 될 것”


 비교시승은 안전 문제 때문에 운전은 전문 드라이버가 맡고 기자는 뒷좌석에 앉았다. 위장막에 덮힌 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 앉자 품에 안기는 듯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CPG 내1.2㎞ 길이의 직선로에서부터 비교시승이 시작됐다. 이어진 1.2㎞ 길이의 승차감·소음시험로에는 18가지의 노면 상태가 구현돼 있다. 콘크리트 길을 가다가 갑자기 자갈길이 나오는 식이다. 서로 다른 노면을 연이어 달리더라도 승차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소음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자갈길 구간에 이르렀지만 EQ900에선 차량 진동이나 소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차 곳곳을 차음재 등으로 보강하고, 차량 하부를 감싸는 언더커버를 확대해 작은 소리까지 잡은 덕이다.

 고속조종안전성시험로에서도 EQ900은 안정적인 성능을 뽐냈다. 시속 100㎞넘는 속도로 ‘S자’ 형태의 구불구불한 코너 구간을 감속 없이 반복해서 통과했다. 끊임없이 급커브가 이어지는 데도 생각했던 것보다 몸이 흔들리지 않았다. 기존 2세대 제네시스에 탑재했던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기능을 높이고 조종안정성 강화를 위해개발한 HVCS(현대가변제어서스펜션)를 최초 적용했다.

 총 연장 10.3㎞짜리 고속주회로에 다다르자 EQ900의 가속 성능이 빛을 발했다. 시속 200㎞까지 가속해 달려도 차량 내부는 별다른 소음이나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150㎞를 넘어서자 풍절음(달리는 차체에 바람이 부딛혀 나는 소리)이 다소 나는 듯했다. 현대차 측은 "풍절음이 아니라 차량 전후방에 씌운 위장막에 바람이 닿아 나는 소리”라며 "위장막이 없었다면 나지 않았을 소음”이라고 설명했다. 위장막에 의한 풍절음을 포함해도 경쟁 차들과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고속주회로를 지나 LA프리웨이에 다다랗다. 미국의 실제 도로에 가깝도록 만든 2㎞짜리 길이다. 차량 운전을 맡은 미국인 드라이버는 “요철과 움푹 페인 곳이 많은 미국 내 도로에 최대한 적응시킨 것 같다”며 “오늘 처음 EQ900를 타봤지만 기대해 볼만한 차”라고 소감을 전했다.

 기자가 도요타 LS460과 벤츠 S550도 탔지만 EQ900이 밀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차량 내 정숙성이나 고속주행시 안정성, 급회전시 자세 제어 등은 LS460보다 나아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EQ900 출시를 위해 끊임없는 담금질을 해온 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 초부터 20대의 EQ900 시험차(파일럿 버전)를 CPG로 옮겨와 수개월간 내구성과 주행성능을 비롯한 차량 전 분야를 다듬었다. 이 기간 동안 각 시험차는 최소 10만 마일(약 16만1000㎞) 이상을 이곳에서 달렸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달린 총 길이를 합치면 약 320만㎞에 달한다. 지구 둘레 길이(약 4만㎞)의 80배에 달하는 수치다.

 EQ900 시험차는 이곳뿐 아니라 혹한의 알래스카와 캐나다 토론토, 혹서의 사우디 담맘과 스페인 그라나다 등 미주와 아시아, 유럽 등지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기후 및 도로 조건을 빠짐없이 달리며 성능을 다듬었다.

 남은 건 제네시스 브랜드가 얼마만큼 글로벌 소비자들에 어필할 수 있는가다. 미국 자동차 정보 비교 전문 사이트인 트루카닷컴에 따르면 전작인 에쿠스는 미국 시장에서 올해 평균 5만8195달러(시그니쳐 모델 기준·한화 약 6730만원)에 거래됐다. 경쟁상대인 도요타의 LS460는 6만6812달러(7727만원), S550은 9만360달러(1억450만원)에 각각 팔렸다.

현대자동차는 EQ900가 제품력을 앞세워 내년 미국시장에서만 최대 5000대 가량 팔릴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1만6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현대차 관계자는 전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에쿠스(7577대)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계획대로라면 현대차는 EQ900를 앞세워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한 독일 럭셔리차 3사에 내준 국내 고급차 시장을 상당 부분 회복하는 것은 물론,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럭셔리카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게 된다.

캘리포니아시티=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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