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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내년 뒤가 겁난다

중앙일보 2015.11.23 00:10 경제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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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주택담보대출 1억2000만원(금리 연 3.5%)을 받아 집을 산 회사원 김모(40)씨는 요즘 미국 금리 인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받은 대출이 첫 5년은 고정금리, 이후 10년은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금리 혼합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상품 특성상 앞으로 2년 뒤인 2017년이 되면 변동금리를 적용받는다. 그런데 그 사이 미국 금리 인상 영향으로 변동금리가 현재 고정금리(연 3.5%)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 김씨의 이자 부담은 훨씬 커지게 된다. 그는 “은행에서 사실상 고정금리 대출이나 다름 없다며 추천해 가입했는데 변동금리 전환으로 금리 인상 충격을 그대로 받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 예상되자
은행들 금리 올리기 시동
2010년 이후 9배 늘어
변동금리 땐 이자폭탄 우려
‘무늬만 고정금리’ 평가 속
“당국 차원 안전장치 필요”

 다음달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권에서 ‘하이브리드 대출’로 불리는 금리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리가 단기간 오른 뒤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괜찮지만 장기간 큰 폭으로 오르면 변동금리 전환 시기에 ‘이자 폭탄’을 맞는 대출자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중은행의 9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최저금리 기준)는 연 2.84~3.08%로 7월(2.63~2.79%)보다 0.2%포인트 이상 올랐다. 각 은행이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대출금리를 슬금슬금 올렸기 때문이다. 금리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금융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변동금리 리스크(위험)를 5년 뒤로 미룬 ‘무늬만 고정금리’인 불완전 상품”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리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100조2000억원으로 전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371조9000억원)의 27%다. 변동금리(67%)에 이어 두 번째로, 고정금리(6%)보다 네 배 이상 많다. 혼합형 대출은 2010년(11조1000억원) 이후 5년 새 9배로 늘었다. 금융 당국이 2011년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은행권에 “향후 5년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30%로 늘리라”고 한 것이 발단이다. 은행권이 “저금리 기조로 장기 고정금리 수요가 많지 않다”고 하소연하자 금융 당국은 틈새상품이던 금리 혼합형 대출(고정금리 기간 5년 이상)을 고정금리 범주에 끼워주는 변칙 수단을 마련해줬다. 이때부터 은행권은 금리 혼합형 대출을 늘렸고 순수 고정금리 대출 규모를 크게 앞지르는 상품이 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저금리 기조 때문에 5년 고정금리 기간을 채우지 않고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대출자가 많았다.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더라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려는 금융 당국의 정책 목표와는 맞지 않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내놓은 안전장치의 혜택도 받지 못했다. 올 상반기 나온 연 2%대 장기 고정금리 대출인 ‘안심전환대출’이 대표적이다. 금융 당국이 고정금리 기간이 5년 이상인 금리 변동형 대출을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꺾이는 조짐은 고정금리보다 금리 변동형 대출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주택가격 상승률은 4월(0.64%)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점점 둔화돼 8월 0.35%, 9월 0.4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초 3만6000가구를 넘었던 미분양 주택도 5월 2만8142가구까지 줄었으나 다시 늘기 시작해 9월 3만2524가구를 기록했다.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금리 혼합형 대출은 금리 흐름에 따라 언제든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 당국 차원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혼합형 대출자가 고정금리 기간에 ‘적격대출’ 같은 장기 고정금리 대출 상품(만기 10년 이상)으로 곧바로 갈아탈 수 있도록 전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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