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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무라야마 전 총리 "그 시대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인물"

중앙일보 2015.11.22 17:06
전세계 지도자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업적을 회고하고 서거를 애도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1) 전 일본 총리는 22일 국내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마음으로부터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그 시대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어울리는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총리 재직 시절 김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던 무라야마 전 총리는 퇴직 후에도 김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하는 등 고인과 개인적 교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1995년 8월 15일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하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김 전 대통령은 3개월 뒤 한중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관련 망언에 관해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말해 한일 관계가 경색됐다.

외신들은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에 큰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대통령은 정치화된 장군들을 숙청하고 금융실명제 실시로 금융 거래에 기념비적인 개혁을 도입한 대통령”이라며 하나회 척결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기소한 걸 거론했다. 신문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김 전 대통령의 말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한국인들의 표어가 됐다”며 “그는 군부가 지지한 정당의 도움으로 당선됐지만 본인의 뿌리를 잊지 않았다”고 했다. NYT는 신민주당 대표 선거 당시 김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1979년 5월 27일자)를 다시 온라인에 게재했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그가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김 전 대통령의 의원직 박탈로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4년 북한 영변 핵 위기 때 전쟁 발발을 우려했던 김 전 대통령이 새벽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정부의 북한 폭격 계획을 막아냈다고 소개했다. AP 통신은 “김 전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의 나라에서 평화적 정권 교체의 초석을 놓았다”고 전했다.

중국신문망은 "반 부패와 청렴을 기치로 변혁 바람을 일으켰으며 인재를 쓸 때는 당파나 개인의 배경 대신 능력을 중시하는 '유재시거(唯才是擧)’를 실천한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김 전 대통령이 93년 금융실명제를 도입한 것과 관련, "한국의 반(反) 부패를 이끈 지도자"로 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재임 중 전 정권의 군부 색채 지우기와 부정 추방에 힘을 쏟았지만 말기에는 외환 위기로 고심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을 통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쿠데타의 책임을 추궁했다”고 전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그가 역사 바로 세우기의 하나로 서울에 있던 옛 조선총독부 청사가 철거되고 독도에 접안 시설이 건설된 점을 소개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민주화에 기여했지만 정치 승부사 스타일로 대통령 재임 시 혼란을 부르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도쿄·베이징·워싱턴=오영환·최형규·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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