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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옷 벗기니 전선이 가득”…테러 부상자 구조하던 간호사 '경악'

중앙일보 2015.11.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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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연쇄 폭발 테러가 발생한 프랑스 파리 11구 근처의 카페 거리. 당시 테러 현장에서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던 남성 간호사 다비드는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폭발로 최소 10명의 사람들이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다비드는 즉각 카페를 박차고 나가 위급해 보이는 사람들 순으로 심폐소생술(CPR)과 응급 조치를 시작했다.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한 여성을 치료한 다비는는 경찰서와 소방서에 신고한 뒤 부상자 치료를 이어갔다. 카페 앞 거리에서 상황을 수습하던 다비드의 눈에 테라스 근처에서 테이블 잔해에 깔려 있는 한 남성이 들어왔다. 이 남성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정확한 부상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겉옷을 벗긴 다비드는 옷 사이로 빠져 나와 있는 전선을 발견했다.

옷을 조금 더 올려보자 이 남성의 허리 부근에 흰 색과 검은 색, 붉은 색의 전선이 잔뜩 감겨 있었다. 테러를 감행한 IS 대원이자 파리 테러 직후 벨기에로 도주한 살라 압데슬람의 형 이브라힘이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이브라힘은 자폭 테러를 감행했지만 작동 오류로 폭발하지 않은 폭탄 조끼가 그대로 감겨 있었던 것이다. 하마터면 심폐소생술 도중 전선을 잘못 건드려 추가 폭발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브라힘은 다른 부상자들과 함께 병원에 실려갔지만 치료 도중 숨졌다.

다비드는 21일(현지시간)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브라힘의 몸에 감겨 있는 전선을 보고서야 가스 폭발이 아니라 테러가 발생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모두가 공포에 떨던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주변 사람들을 구해냈던 다비드는 또 “만약 테러범의 겉옷을 벗기지 않은 채 심폐소생술을 하다 폭탄 조끼가 폭발했으면 나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결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사진=가디언 인터뷰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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