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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순서와 성격 상관없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5.11.22 14:41
[뉴스위크]

나이와 혼동하고, 고정관념으로 연관성 있다고 믿을 뿐 근거 없어… IQ는 맏이가 높은 편

형제 자매가 있는 사람은 종종 그들이 자신과 너무 다르다는 사실을 잘 안다. 부모와 가족력은 같지만 성격은 더 다를 수 없을 정도다. 그런 당혹스런 차이는 직감적으로 출생순서로 설명하는 게 가장 쉽다. 하지만 단 한가지 문제가 있다. 그런 추측이나 주장은 근거가 없다.

성서 창세기에서 농부인 카인과 그의 남동생인 양치기 아벨은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그런데 신은 카인의 제물을 받지 않는다. 화가 난 카인은 아벨을 죽인다. 하지만 형제간의 경쟁은 카인과 아벨 이야기 이전부터 있었을 게 분명하다. 형제나 자매가 있는 사람은 거의 어떤 형태로든 그런 경쟁을 경험한다.

심리학자들은 약 1세기 훨씬 전부터 출생순서가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측했다. 영국 유전학자로 우생학의 창시자인 프랜시스 골턴은 맏이가 부모의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고 가정했다. 그 결과 성공하는 사람들 중 맏이가 많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신경과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형제간의 경쟁을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투쟁으로 설명했다. 또 그의 제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형제가 자기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서로간의 차별성을 추구한다고 믿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인류발달학 교수 수전 맥헤일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형제가 서로 다른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자연 선택의 압박이 가해질 때 형제가 똑같다면 전부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 아들러는 동생이 태어나 맏이가 부모의 관심을 빼앗기게 되면 성격에 영구한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맏이가 책임감에 짓눌려 신경과민적이고 권위적인는 사람들 중 맏이가 많다는 것이다. 경향을 띠며, 동생들은 응석을 부리고 전통적인 성과보다 기발한 대안을 찾는다고 가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심리학 교수 프랭크 설로웨이는 1996년 저서 ‘타고난 반항아(Born to Rebel)’에서 출생순서가 성격에 미치는 영향을 누구보다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맏이가 동생보다 더 성실하고 강박적이며 새로운 경험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보살핌이라는 동일한 자원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형제들이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전략을 구사하게 되고, 그 결과 맏이는 권력이나 권위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체제 순응적이고 보수적인 반면 동생은 모험적이고 창조적이며 반항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설로웨이 교수는 역사적 기록에서 맏이가 아닌 사람이 맏이보다 프랑스 혁명과 종교개혁을 지지할 가능성이 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맏이가 아닌 사람이 다윈의 진화론 같은 과학혁명을 지지할 확률도 높았다.

성격과 출생순서 사이의 이런 연관성은 많은 사람에게 사실처럼 들린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친 연구에서도 그런 연관성을 보여주는 일관적이고 실질적인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10월 발표된 논문 2편이 출생순서 효과에 종지부를 찍은 듯하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첫 논문에서 연구팀은 미국·영국·독일의 대규모 샘플을 바탕으로 5대 성격 유형(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동조성, 신경과민성)을 조사했다.

모든 샘플에서 성별과 나이, 가족 규모 등의 요인을 통제한 결과 특정 성격과 출생순서의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믿을 만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가족 안에서나 다른 가족과 형제들을 비교할 때 맏이의 성격은 동생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두 번째 연구는 미국 고등학생 37만7000명의 5대 성격 유형을 조사했다. 성별, 나이, 가족 규모, 사회경제적 지위, 가족 구조의 요인을 통계적으로 통제하자 성격과 출생순서의 연관성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들이 발견한 사소한 연관성도 출생순서 효과에 관한 통념과 모순됐다. 맏이는 동생보다 성실성이 약간 높게 나왔지만 기대와 달리 동조성은 약간 높고 신경과민성은 약간 낮았다.

출생순서가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미미한데도 왜 사람들은 계속 연관성이 있다고 믿을까? 이런 믿음은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착각적 상관관계(illusory correlation)’의 전형적인 예다. 어느 두 가지가 실제와 상관없이 연관됐다고 맹신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착각의 한 가지 이유는 출생순서를 나이와 혼동하는 것이다. 형제들의 성격 차이는 단지 맏이의 나이에 따른 성숙도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성실성은 어린이 발육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강화된다. 맏이는 동생보다 나이가 많아 어느 시점에서나 더 성실한 경향을 띤다.

착각의 둘째 이유에는 출생순서에 관한 고정관념과 관련 있다. 출생순서에 관한 통념을 아는 사람은 그런 사회적인 기대에 맞추기 위해 뒷받침되는 증거가 없어도 그쪽으로 인식을 편향시킨다.

점성술의 별자리와 성격이 관련 있다는 것도 이런 상호작용으로 설명된다. 특정 성격과 자신의 별자리가 관련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서만 약간의 연관성이 나타난다. 그들 자신이 성격을 점성술에 따른 기대에 맞춰 인식하기 때문이다.

출생순서와 성격의 착각적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셋째 이유는 지나친 일반화다. 출생순서가 초기 가족 생활의 맥락에선 행동의 차이와 연관성이 실제로 있을지 모른다.

나이 많은 형제는 좀 더 지배적이고 책임감이 강하며, 어린 형제는 좀 더 응석을 부리고 자유분방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가족 환경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특정 역할의 차이가 성인 생활의 넓은 세계에서 특정 성격으로 일반화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출생순서가 지능지수(IQ)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일반적으로 인정된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 2편도 이런 연관성을 뒷받침한다. 평균적으로 맏이가 동생보다 IQ가 약간 높다. 형제 중 둘째가 맏이보다 IQ가 낮은 경우가 60%로 나타났다.

출생순서 효과는 신체적 건강까지 확대될 수 있다. 스웨덴 군인 2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맏이가 심혈관 건강이 동생들보다 약간 나았다. 또 스웨덴인 100만 명 이상을 조사한 연구에선 맏이가 사고나 자살 등으로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상당히 작았다.

출생순서는 분명히 중요하다. 성격만이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그렇다. 우리 삶에서 형제 관계는 중요하며 그들 각각의 개성은 뚜렷하다. 그런 차이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출생순서에 관한 근거 없는 믿음과 주장이 그런 설명을 해줄 뿐이다.

- 닉 하슬람 / 번역 이원기

[ 필자 닉 하슬람은 호주 멜버른대학 심리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처음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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