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거제주민들 "대통령 당선됐을 때 꽹과리 치고 춤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중앙일보 2015.11.22 13:28
‘민주주의(民主主義)’ ‘대도무문 (大道無門)’. 22일 찾은 경남 거제시 장목면 대계마을 김영삼(YS) 전 대통령 생가 본채에는 이 같은 글귀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생전에 민주주의를 향해 거칠 것 없이 나아갔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늘 따라다녔던 상징적인 수식어들이다.

1893년 지어진 생가는 김 전 대통령이 13살 때까지 성장한 곳이다. 108㎡ 대지에 들어선 본채와 사랑채를 돌담이 둘러싸고 있다. 내부에는 김 전 대통령 부부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통령 재직 당시 모습 등이 담긴 갖가지 사진들이 걸려 있다. 마당에는 김 전 대통령의 흉상과 그가 직접 글씨를 쓴 현판과 액자들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이 마을에서 50여 년간 살아온 정영자(76·여)씨는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온 동네 사람들이 이곳 생가에 모여 꽹과리 치고 춤을 추며 기뻐 안 했나.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돌아가셨다니 착잡하제”라고 말했다. 인근 장목면 대금마을에 사는 권재선(80·여)씨도 “거제의 자랑이었제. 아까운 사람이 왜 그리 빨리 갔노”라며 안타까워했다.

2010년 5월 생가 바로 옆에 지어진 ‘김영삼 대통령 기록 전시관’에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475㎡ 규모에 2층으로 지어진 기념관은 현재까지 41만5966명이 다녀갔다. 거제해양관광공사 관계자는 “보통 평일엔 700~1000여 명, 주말엔 1500여 명이 다녀갔는데 오늘은 서거 소식이 알려져서 그런지 아침부터 생가와 기념관을 찾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층에는 김 전 대통령의 학창 시절부터 6·10 민주항쟁, 부마항쟁, 김 전 대통령의 단식 모습 등 민주화운동 활동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물과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문민정부의 출범, 대통령 집무실 모습, 세계 정상들과의 기념촬영 모형,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등 대통령 재임 시절 전시물과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박광수(65·경북 영천시)씨는 “3김 시대의 주역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으니 이제 김종필 전 총리만 남았다”며 “우리나라 정치사의 한 축이었던 3김 시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생가마을을 지켜온 김 전 대통령의 6촌 동생 김양수(63)씨는 “형님께서는 대통령이셨을 때도 어머니와 조부모님 제사 때는 꼭 고향 마을에 내려올 정도로 효성이 깊었다”며 “가족과 친지들도 늘 살피고 도와줄 정도로 세심한 분이셨는데 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 빨리 가셔서 친척들 모두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시는 부산역과 부산시청 등 2곳에 분양소를 설치했다. 경남도는 경남도청에 분양소를 마련했다. 거제시는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과 생가 옆 기념관 1층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시민과 외지 조문객을 받고 있다.

이날 오후 기념관을 찾아 조문한 권민호 거제시장은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고 싸워오셨던 분”이라며 “이제 그 분을 다시 볼 수는 없지만 우리 후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김한표 의원은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모셨는데 참으로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분이셨다”며 “평소 ‘정치인의 주머니는 정거장’이란 말씀을 많이 하시며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셨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거제=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