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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와 알카에다, 영향력 키우려 극단적 테러 경쟁

중앙선데이 2015.11.22 01:36 454호 3면 지면보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0일 엘리제궁을 방문한 모로코의 무함마드 6세 국왕과 악수하고 있다. 올랑드는 “말리를 돕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파리 AP=뉴시스]



“알카에다 등 다른 테러 단체들이 이슬람국가(IS)에 밀리지 않기 위해 경쟁적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있다.”

20일 인질극이 벌어진 말리 수도 바마코의 래디슨 블루 호텔에서 보안요원들이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바마코 AP=뉴시스]


[국경 없는 테러 시대] 지구촌 위협하는 두 ‘악의 축’

지난달 31일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건이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IS의 소행임이 드러나자 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지낸 마이클 모렐이 한 말이다. 그의 예언이 현실이 되고 있다. IS에 의한 파리 테러 일주일 만인 20일 벌어진 말리 호텔 인질극의 배후가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알무라비툰으로 지목되고 있다.



알무라비툰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 조직은 말리 바마코 호텔에서 수행된 작전에 책임이 있다. 용감한 기사들이 (이슬람) 예언자를 조롱한 서방에 복수했다”고 주장했다. CNN은 “미국 정보당국은 알무라비툰과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가 공동으로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알무라비툰은 2013년 1월 알제리 천연가스 시설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39명을 살해한 ‘애꾸눈 테러리스트’ 모크타르 벨모크타르(43)가 이끄는 단체다.



불과 20일 만에 이집트·프랑스·말리에서 잇따라 발생한 3건의 대형 테러는 알카에다와 IS가 테러 경쟁에 돌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 단체가 세계의 이목을 끌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국 민간인을 대상으로 대량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카에다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슬람 테러집단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하지만 2011년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의 공격을 받아 사망한 이후 눈에 띄게 쇠퇴하기 시작했다. 반면 같은 시기 IS는 더욱 과격한 노선과 무자비한 테러로 추종 세력을 늘려갔고, 이로 인해 세력 경쟁이 촉발됐다.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의 무슬림 테러집단 대부분은 자신이 어느 단체에 소속 또는 연계돼 있는지를 밝힌다. 알카에다의 지부임을 자처하거나 IS에 공개적으로 충성을 맹세하는 식이다. 하지만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가 아닌 비교적 느슨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알카에다나 IS란 명칭이 하나의 프랜차이즈인 셈이다.



두 집단 간 경쟁은 과거 알카에다 연계 조직들이 최근 IS로 갈아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 북부에 거점을 둔 베이트 안사르 알마크디스와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테러 행각을 벌이고 있는 보코하람이 대표적이다. 알카에다 연계 단체로 분류되던 알마크디스는 지난해 11월 IS 지도자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조직명도 ‘시나 윌라야트’(시나이 지방)로 바꿨다. 이들은 최근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여학생 276명을 납치해 세계를 경악케 했던 보코하람도 알카에다와 연계됐다고 알려졌으나 올해 3월 IS에 충성을 맹세했다.



테러리즘 분석가 에번 콜먼은 “극단적 성향의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이 접속하는 10개 가까운 온라인 포럼 중 단 한 곳만이 알카에다에 충성하고 있다”고 NBC에 전했다. 그가 언급한 포럼은 관리자들이 테러집단의 공식 성명과 지침을 발표하고 지하디스트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콜먼은 “이들 포럼은 과거 모두 알카에다를 추종했지만 4년 전부터 알카에다를 이탈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턴 이런 추세가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양대 테러집단 간 판도에 변화가 생기는 결정적 계기는 2011년 빈 라덴의 사망이다. 그의 후계자가 된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카리스마와 인기가 부족해 빈 라덴의 명성을 잇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알자와히리는 지난해 9월 조직원들에게 무차별 공격 대신 이슬람을 전파하는 데 힘쓰라는 ‘지하드 지침’을 내리는 등 온건 노선을 걸었다. 무자비한 테러를 일삼는 IS와 선을 긋겠다는 뜻이었지만 오히려 테러집단들의 IS 추종을 부채질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그사이 IS는 지난해 6월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포하고 참수 동영상 유포 등 공포 전략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군에 대항해 폭탄 테러와 게릴라전 등 비대칭 전술을 능숙하게 사용했고, 이라크 사담 후세인 휘하에 있던 군부 잔당까지 합세시켜 정규전 능력까지 키웠다. 그러자 사우디아라비아·예멘·바레인 등 걸프 지역은 물론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에서까지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조직들이 늘어났다. IS 지부를 자처하는 것이 세 과시에 유리하다는 판단들을 한 것이다.



IS는 또 알카에다와 달리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 활동을 펴 나이 어린 급진적 성향의 청년 세대들을 대거 포섭하고 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IS는 시리아·이라크 일부 지역을 점령하자마자 먼저 국가부터 선포했다. 전 세계에 흩어진 잠재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들이 마음으로 기댈 조국을 만들어 준 것”이라며 “하지만 알카에다는 그러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중심이 IS 쪽으로 완전히 쏠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가장 위협적인 반군 세력으로 꼽고 있는 알누스라 전선은 대표적인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다. 시리아 북부와 레바논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난 20일 알누스라를 추종하는 인도네시아인이 국내에서 구속되기도 했다. 알제리의 AQIM과 예멘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소말리아의 극단 무장조직 알샤바브 등 알카에다 연계 조직들이 건재하다. 2002년 202명을 숨지게 한 발리 폭탄 테러의 배후인 인도네시아 테러조직 제마이슬라미야(JI)도 알카에다 소속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두 조직 간 충돌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7월 IS 근거지인 리비아 데르나에서 있었던 자살폭탄 테러, 예멘에서 AQAP와 IS 간 충돌 등이 그 사례다. 팔레스타인에선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조직 하마스와 IS 추종 세력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알카에다와 가까운 탈레반과 IS 간의 무력 충돌이 빚어진다.



두 집단 간엔 인적 구성과 종교 성향의 차이도 존재한다.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는 “IS 추종 세력은 주로 18~35세로 젊고 9·11 테러나 빈 라덴에 대한 기억도 희미한 반면 40대 이상은 알카에다를 지지한다. 또 IS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이슬람 율법에 무지한 이들이 많고, 알카에다에는 율법학자 같은 종교 엘리트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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