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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붕괴시키려면 긴 시간 … IS 분열 유도가 현실적

중앙선데이 2015.11.22 01:33 454호 4면 지면보기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 공습에 나선 러시아군이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 20일 러시아 국방부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사진이다. [AP=뉴시스]



“이슬람국가(IS)는 파리 테러를 통해 외교관들이 실패한 일을 해냈다. 테러집단에 맞서기 위해 미국·러시아·프랑스가 함께하면서 국제 질서는 재편됐다.”


[국경 없는 테러 시대] 뾰족한 수 못찾는 ‘IS 격퇴’

지난 18일자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기사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동안 이해관계에 따라 편을 가르던 전 세계가 IS라는 ‘공공의 적’ 앞에서 손을 잡았다. 터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머리를 맞댄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중국인 인질이 IS에 의해 살해되자 IS를 공개 비난했다.



현재의 ‘반(反)IS 전선’을 제2차 세계대전 때의 ‘반히틀러 동맹’에 비교하기도 한다. 미국의 루스벨트, 영국의 처칠, 소련의 스탈린이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연합군을 결성한 것처럼 국제 공조를 통해 IS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IS 격퇴’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다음주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오바마·푸틴 대통령과 연쇄 회동한다.



전 세계가 힘을 모으면 나치 독일의 항복을 받아낸 것처럼 IS를 격퇴할 수 있을까. 외신은 중동 및 테러 전문가, 각국 정부 관계자가 보는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그 내용은 비관적이다. IS가 스스로의 한계 속에서 자멸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최악의 전망마저 나온다.



‘알아사드 딜레마’에 빠진 미국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매달렸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렀고, 10년 만인 2011년에 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 목적을 달성했지만 막대한 희생과 비용을 치렀다. 공식 발표로만 미군 5700여 명이 숨졌고, 1조7000만 달러(약 1900조원, 미 의회조사국 추산)가 넘는 전쟁 비용을 썼다. 테러와의 전쟁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IS와의 전쟁은 훨씬 어려울 것이라 예상한다. 단지 IS가 차원이 다른 테러집단이어서가 아니다. IS를 낳고 기른 중동의 정세, 여기에 개입한 강대국의 입장이 탈레반이나 알카에다와 싸울 때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이라크, 내전에 시달리는 시리아, 수니파·시아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 쿠르드족의 독립운동 등 중동 각국은 각자의 전쟁과 내전을 치르고 있다. 이 판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다른 편에 서 있다. 전선은 피아(彼我) 구분이 어려울 만큼 뒤엉켜 있다.



그중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IS 문제 해결의 최대 걸림돌이다. 『ISIS: 테러 국가』의 저자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JM 버거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알아사드를 해결하지 않고는 IS 문제를 풀 수 없다. 이 사실이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알아사드 딜레마’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국민을 학살한 알아사드는 미국 입장에선 제거해야 할 독재자다. 그의 축출을 위해 시리아 반정부 세력과 손을 잡으면 되지만 반군은 사분오열 상태이고 그중에 IS가 끼어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이란은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한다.



미국은 독재자인 알아사드도, 알아사드와 싸우는 IS도 동시에 축출해야 한다. 이젠 알아사드를 지지하는 러시아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 적의 적이 친구이면서 친구가 아닌 아주 복잡한 상황이다. 미국이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알아사드와 IS 중 하나를 선택해 전선을 단순화해야 한다. 아니면 러시아가 알아사드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여야 한다. 그래야 IS 격퇴를 위한 양강(兩强)의 공조가 가능해진다. 어느 쪽도 쉬운 선택이 아니다.



러시아의 안보전문가인 키릴 카바노프는 “동시에 두 패를 쥘 수는 없다”며 “해법은 차악인 알아사드와 함께 IS를 격퇴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알아사드를 지지하는 러시아·이란과 함께 IS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수니파 무장단체인 IS를 제거하려면 수니파의 지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알아사드를 먼저 축출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여기엔 러시아와 이란의 동의가 필요하다.



미국이 딜레마에 빠져 있는 사이 알아사드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자신의 시아파 정권이 수니파 무장단체 IS를 격퇴하고 있다며 테러리즘에 맞서는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국가들은 IS 방관하는 모양새주변국들은 IS를 방관하는 모양새다. 이탈리아에 있는 ‘유럽대학’의 올리비에 로이 교수는 지난 16일자 NYT에 기고한 글에서 “프랑스를 제외한 어떤 나라도 IS를 최대의 전략적 위협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썼다. IS로 인한 실(失)만큼 득(得)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터키의 주적은 IS가 아니라 쿠르드 분리주의자다. 터키·시리아·이라크 국경지대에 사는 쿠르드족은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터키와 여러 차례 충돌했다. 자국 내 쿠르드족의 독립 움직임을 경계하는 터키 입장에서 쿠르드족의 세력 확장은 반갑지 않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에 맞서 싸운 핵심 세력이 쿠르드족이다. 시리아계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와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정부군 ‘페쉬메르가’는 IS와 교전을 벌이며 미국의 주요 협력 세력이 됐다. 터키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터키가 언짢게 여기는 현 상황을 쿠르드족은 반기고 있을까. 아니다. 쿠르드족은 IS와의 전쟁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중동이 분열되고 이라크·시리아 정부가 약화될수록 독립국가 건설에 유리하고, 이를 위해선 IS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쿠르드족은 영토를 지키기 위해 싸울 뿐이다.



이라크의 시아파 정권도 IS를 방관 중이다. 로이 교수는 “IS가 붕괴되면 수니파를 주류 정치 세력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시아파 정부는 권력을 나누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의 입장도 “수니파 무장단체인 IS 진압을 원하지만, 파괴할 필요는 못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러를 일삼는 IS가 수니파의 연합을 방해하고 있는 만큼 IS의 존재가 이란에 해가 되는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심지어 이스라엘은 현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이스라엘을 괴롭혀 온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IS에 보복을 천명하는 등 아랍끼리 다투는 데다 IS 덕에 팔레스타인 문제는 관심 밖으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동 각국에 IS는 필요악이다. 프랑스만 즉각 응징을 바랄 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전면전은 아랍 젊은 층 자극할 수도미국은 IS를 겨냥해 지난해 8월 이라크, 9월 시리아 공습을 개시한 이래 약 13개월간 8000번 넘는 공습을 퍼부었다. 그러나 IS는 여전히 건재하고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공화당 등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보병 없이는 전쟁에 이길 수 없다”며 지상군 투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IS 격퇴에) 성공하려면 IS로부터 영역을 실질적으로 되찾을 지상군과 공습을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직접 파병에는 아직 동의하지 않지만 지상군의 역할 확대로 입장을 틀었다.



테러 전문가들은 훨씬 단호하다. 2012년 시리아 내전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자문역을 지냈던 라피크 하리리 중동연구센터의 선임연구원인 프레드 호프는 “공습만으로 IS를 격퇴하겠다는 건 한 손으로 박수를 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전문가들은 초강수를 둬야 한다고 말한다. 인명 피해가 필연적인 걸 알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에 따라 잔혹한 IS에는 똑같은 잔혹성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수장을 지낸 샤브타이 샤비트는 지난 15일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화는 그만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를 궤멸하기 위해선 법이나 도덕, 개인의 권리는 잠시 접어둬야 한다”며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드레스덴에 가해졌던 수준의 공격을 IS 점령지에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연합군의 폭격은 나치 독일의 항복을 앞당겼지만 수십만의 민간인 희생자를 낳으면서 윤리적 논란을 일으켰다.



러시아의 테러 전문가들도 전방위적인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체첸 반군 진압을 위해 그들의 가족까지 볼모로 잡았다. 반군 가족의 집은 불태워졌고 형제자매는 납치됐다.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인 코바노프는 “(이 같은 작전은) 지하디스트들이 폭탄 벨트를 두르기 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에 또 한 번의 ‘전쟁’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 전면전이 오히려 아랍의 젊은이들을 자극해 더 많은 테러리스트를 양성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더 큰 화를 초래할 것이란 경고다.



“IS 문제는 종교로 풀어야”‘해야 한다’는 원칙만 있을 뿐 방법은 오리무중이고 의지도 약하다. IS 문제를 종교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IS가 이라크에서 세를 확장한 배경엔 종파 갈등이 있다. 이라크 국민의 약 65%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미군 철수 후 권력을 잡으면서 종파적으로 정국을 운영했다. 수니파는 소외됐고, IS는 이들의 피난처가 됐다. 사우디는 이란이 주도하는 시아파 연대를 막기 위해 IS를 방조했다. 카타르는 알아사드의 시리아 시아파 정권에 맞서는 반군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했다. 알아사드와 IS를 포함한 시리아 반군, 이라크 정부와 IS, 이들의 전쟁 이면엔 시아파-수니파의 종교전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CNN 등이 “미국이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며 “각 종파의 맹주인 사우디와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 시리아의 미래에 대해 합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하는 까닭이다. 이는 힘으로는 끝내 IS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기도 하다. 로이 교수는 “IS가 갑자기 붕괴되지 않는 한 격퇴하는 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 상황에서 IS의 최대 적은 자기 자신이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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