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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침해 vs 국민 보호 팽팽 … 연쇄 테러로 제정엔 공감대

중앙선데이 2015.11.22 01:30 454호 5면 지면보기

경찰은 18일 2007년 위조 여권으로 입국해 충남 아산 등에서 일해온 불법체류자 A를 체포했다. A는 이슬람 테러단체 알누스라를 추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한 물품. [뉴시스]



세계를 무대로 한 이슬람국가(IS)의 ‘소프트 타깃(soft target)’ 테러에 대한 불안감은 이제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도 IS와 연계된 테러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2010년부터 국제 테러조직과 연계되거나 테러 위험인물로 지목된 국내 체류 외국인 48명을 추방했다”고 보고했다. 이날 경찰청은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 ‘알누스라’를 추종하는 인도네시아인 불법체류자를 체포했다. 국내에도 테러에 대한 염려가 커지면서 관련 법령 제정과 평상시 대비훈련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경 없는 테러 시대] 14년째 방치된 테러방지법

 당장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미국 9·11 테러를 계기로 정부가 처음 발의한 뒤 14년 동안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테러방지법안 처리가 과제로 떠올랐다. 이 법은 해외에서 대형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입법이 추진되다 국정원에 대한 권한 집중 등을 이유로 중단되기를 반복해 왔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2월 이병석 의원 등 의원 72명이 공동 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17일에는 여야 수뇌부 3대 3 회동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합의된 안을 처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견은 여전하다. 테러방지법안을 둘러싼 논란 내용을 짚어본다. 
불특정 다수 내사 등 권한 남용 우려논란의 핵심은 국가정보원이다. 법안에 따르면 국정원은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운용하며 테러와 관련된 의심자와 용의자, 단체에 대한 통신 정보부터 금융, 출입국 관리까지 정보 수집과 관련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광범위한 내사가 가능한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군사정권 시절 권력의 수호자 역할을 하거나 최근에도 대선개입 댓글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 등으로 불신을 받고 있는 국정원에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금융거래와 통신 내역 확인권 등을 모두 국정원에 주면 초법적 감시기구가 돼 남용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한 부장검사도 “국정원은 은밀성이 강해 권한을 주게 되면 누구도 컨트롤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주호영 국회 정보위원장은 “(야당이 국정원을 컨트롤타워에서 제외하려는 것은) 자가당착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낸 테러방지법안의 주무 기관도 국정원으로 하고 있다”며 “이제 와 해줄 수 없다는 것은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내년 테러 대응 예산으로 1000억원을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예산을 운용하며 테러 대응을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1982년 만들어진 국가대테러 활동지침도 ‘테러대책회의’라는 정부 협의체 수준의 형식적인 컨트롤타워를 규정하고 있다.



 공안 사건을 담당하는 한 검사는 “국가대테러 활동지침은 부처별 협조를 통해 테러 대응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효율적인 운용과 통제를 위해선 반드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대테러 업무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것에 논란이 계속되자 대안도 모색되고 있다. 테러 성격에 따라 담당 기관을 구분하거나 지휘와 집행기관을 분리하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일반 테러에 대한 대응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응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중심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테러방지법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청와대를 컨트롤타워로 하고 국정원은 집행만 하면 여야가 충분히 타협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제3의 조직을 신설해 대테러 기능을 통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경찰학 교수)은 “국정원이 최고 정보기관이지만 테러방지청 같은 별도의 기관을 만들어 총괄토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테러방지법의 또 다른 쟁점은 인권침해다. 국정원에 부여된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출입국 관리 권한이 개인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적절성을 검토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테러 용의자에 대한 지정이 자의적일 수 있고, 내·외국인 모두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 요소가 적지 않다”며 “침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법 제정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테러 예방에는 사전 정보 입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보 수집을 위한 인권침해는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만종 교수는 “테러 예방 목적에서 인권침해 요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로 침해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앞다퉈 법안 도입테러방지법은 미국·프랑스·영국·독일뿐 아니라 터키·싱가포르·필리핀·쿠바·우간다 등 세계 여러 나라가 9·11 테러 직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일본도 2001년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을 만들었으며 2008년부터 신테러특별법으로 이름을 바꿨다.



 미국은 ‘애국법(Patriot Act)’을 통해 22개 부처 등에 흩어져 있던 대테러 기능을 통합했다. 컨트롤타워인 국토안보부를 만들고 “테러리스트들과는 어떤 협상도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외국인을 구속할 수 있고, 통신도청의 권한도 강화했다. 그 중심에는 2004년 만들어진 국가정보국(DNI)이 있다. 국가정보국장은 국가안보국(NSA)과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주요 기관을 지휘하도록 했다.



 미국에서도 애국법과 관련한 인권침해 논란은 계속됐다.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을 무기한 구금하고 전화와 전자우편의 감청을 광범위하게 허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국의 이름으로 거침없이 인권을 유린한다”는 비판이 이어졌으나, 올해 자국민에 대한 전화 도·감청과 무차별 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미국자유법(USA Freedom Act)으로 대체됐다.



 영국은 미국보다 앞선 2001년 2월 대테러법을 도입했는데 IS의 유럽 공격이 거세지면서 대응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영국주재 대사관에 근무하는 이지민 주재관이 국회에 낸 리포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영국 내 IS 가담 세력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테러 가담을 위해 영국을 떠나려는 것으로 의심될 경우 최대 14일까지 여권을 압수하고, 영국인이 해외에서 테러에 가담하고 돌아오는 경우 입국 제한 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오이석·이충형 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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