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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리아인을 IS와 연관 짓는 분위기에 힘들어요”

중앙선데이 2015.11.22 01:30 454호 5면 지면보기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국가(IS) 사람들은 진정한 무슬림(이슬람교도)이 아니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을 죽인 진짜 나쁜 사람들일 뿐이다. 한국에 사는 시리아인들 중에 IS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한국 정부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은 시리아인 자피에르 이스마엘(51)은 지난 20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파리 테러 이후의 심경을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의 한 중소도시에서 살고 있는 그는 지난해 초 시리아 내전을 피해 한국에 입국해 난민 인정을 받았다.


IS의 파리 테러 이후 한국 체류 시리아인들은

 그는 “한국에 온 시리아인들과 IS는 다르다”며 “시리아에서 나도 수니파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았다”고 말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트파 출신이다. 이스마엘은 “중동에서는 한국이 살기 좋고 한국인들이 친절하다고 소문이 나 있다”며 “내전으로 아주 위험한 시리아를 떠나 평화를 찾아 살기 위해 한국에 온 시리아인들을 한국인들이 테러 이전처럼 잘 도와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이스마엘은 비교적 운이 좋은 경우다. 법무부의 9월 말 기준 집계에 따르면 내전을 피해 한국에 입국해 체류 중인 시리아인은 933명이다. 이들 중 출국한 사람을 제외한 848명이 난민을 신청해 단 3명만 승인을 받았다.



 난민 자격도 얻지 못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시리아인들은 IS의 파리 테러 이후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알누스라를 지지하는 불법체류자가 체포되면서 국내에도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에 대한 공포)’가 번지고 있다.



 파리 테러 발생 일주일 만인 20일 시리아인을 비롯해 무슬림이 많이 사는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이슬람 거리’를 찾아갔다. 불야성을 이룬 인근 이태원 거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서 3번 출구를 나오니 한국이슬람교중앙회로 가는 길 양쪽으로 할랄(무슬림들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전문 수퍼마켓, 중동 음식점, 이슬람 전통 의상점, 터키풍의 베이커리 등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한국에 정착한 무슬림들이 직접 운영하거나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모스크 근처 할랄 디저트 카페에서 만난 한 시리아인 종업원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빵을 팔고 있었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물었더니 어두운 얼굴로 “제가 사실 기분이 좀 안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테러 이후에도 여러 번 인터뷰를 요청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파리 테러 이후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오해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말하기가 꺼려진다”며 대답을 피했다. 제주시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시리아인에게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이 없었다.



 이슬람 거리의 인도 음식점에서 일하는 한국인 매니저는 “한국에 사는 시리아인들이 시리아 국적자라는 이유만으로 테러 세력으로 오해받고 범죄자로 몰아 가는 분위기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헬프시리아(시리아를 돕는 친구들) 박지훈 대표는 “한국에 사는 시리아인들이 테러 이후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고 했다.



 



 



장세정 기자, 김도원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 3)?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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