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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변신이 긍정적인 이유

중앙선데이 2015.11.22 01:27 454호 18면 지면보기
요즘 신문을 보면 온통 한국경제와 그간 경제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한 대기업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대한민국 대표기업들의 전망이 우울한 건 맞는 말이다. 예컨대 포스코는 과거의 영화는 사라진 채 철강 공급과잉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이 되었고, 한국의 대표 수출상품인 조선·플랜트 분야 대표주자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조 단위의 기록적인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과 경합도가 높을수록 두려움은 더 배가된다. 중국에서 샤오미와 화웨이의 선전으로 갤럭시 스마트폰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제 아무리 삼성전자라 해도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며, 중국 기업이 미국의 반도체 회사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그나마 앞서고 있는 반도체마저도 경쟁력을 잃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 마련이다. 최근 자동차 분야도 전자산업처럼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일기도 했다.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절망 상황에서 희망 찾는 가치투자이러한 환경 변화에 가장 예민한 건 역시 주식시장이다. 중후장대형 산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의 주식은 투자자들의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대부분 시가총액이 장부가치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으니 시장참여자들이 그만큼 향후 영업상황을 좋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탈피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일러스트 강일구



올해 두드러졌던 바이오주의 상승은 기존 산업에 대한 답답함이 야기한 반작용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와 대규모 기술수출계약을 맺으며 투자자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에 열광적인 찬사가 쏟아졌던 이유도 한국경제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내는 기업은 소수일 수밖에 없어 주가에 프리미엄이 크게 붙어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많은 투자자는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에서 대박이 터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모두가 비슷한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탓에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함정이다. 솔직히 필자는 네이버가 야후와 다음을 꺾고 포털 분야의 왕좌에 오를지 알지 못했다. 또한 모두가 유망산업으로 보고 뛰어들기 때문에 경쟁이 무척이나 치열해 이익을 낼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요즘 화장품 사업이 유망하다고 너도나도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 결국 최종적인 승자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의외로 대박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 것의 변화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가치투자자는 절망 가운데서 희망의 불씨를 찾는 사람들이다. 그래야 절망적인 가격에 주식을 사서 뒤늦게 희망을 발견한 매수자에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현재 대기업들에서 느끼는 변화의 모습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첫째, 문어발식 사업 전개가 아닌 전문화·집중화의 길을 가려는 모습이 포착된다. 그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이 최근 경제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는 재벌간 빅딜이다. 삼성그룹이 방산사업을 한화그룹에 넘겨주고, 화학사업을 롯데그룹에 넘겨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심지어는 카드와 증권을 매물로 내놓고 잠재매수자를 찾고 있다는 소문마저 돌 정도로 사업 개편의 의지가 강해 보인다. 이외에도 CJ그룹이 알토란 같은 케이블방송업체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에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코웨이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대기업의 생존본능 과소평가 말아야이런 움직임은 중국 기업, 나아가 글로벌 기업들과 맞붙어야 하는 현재의 환경에서 최적의 선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통상 삼성이 하면 다른 그룹들도 따라 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 같은 빅딜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이 과정이 일단락되면 각 산업에서의 경쟁력은 개선돼 있을 것이다.



둘째, 주주정책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 역시 선도적 역할을 하는 곳은 삼성이다. 최근 현금성 자산이 많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순차적으로 대규모 자사주매입 공시를 발표했다.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현대차그룹은 배당에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핵심 경영지표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언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자본의 효율성을 중시 여기는 주주들로서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성장속도는 비록 과거와 같지 않겠지만 이익 분배 문제에서 혁신은 주가의 드라이버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생존본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어두운 등잔 밑에서 칼을 갈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살펴보자. 거기에 돈이 있다.



 



 



최준철?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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