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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싱은 제약 주권 포기 아니다 … 글로벌 인프라 활용 과정”

중앙선데이 2015.11.22 01:21 454호 8면 지면보기
한미약품의 대형 계약으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세계적인 판매망과 연구 시설을 갖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약 주권을 넘겨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승주 사노피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사진)은 “한국의 제약산업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여하는 것은 제약 주권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확립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생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후 연구 과정을 마쳤다. 2010년 사노피 한국 R&D담당을 맡았고 2013년부터 사노피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노피 한국 R&D 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출판사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 유능한 저자를 찾아다니면서 어떻게 책을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과 같다. 한국의 연구 중 유망한 게 있으면 찾아서 어떻게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약으로 개발시킬까 고민한다. 신약 프로젝트를 만들고 기획하는 일이다. 현재 한국팀은 박사 4명, 석사 1명, 박사 후 연구원 2명으로 이뤄져 있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 아-태연구소 이승주 소장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념이 낯설다. “혁신이라는 건 갑자기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개념이 아니다. 유와 유를 합치는 과정이다. 외국계 큰 제약사의 전문성과 한국의 기술을 합치면 혁신적인 신약이 나올 수 있다.”



 -결국은 글로벌 제약회사만 좋은 일이 되는 건 아닌가. “아직은 국내에 세계적인 판매망을 가진 회사가 없다. 일단은 성장을 하려면 라이선싱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제약산업 특성상 특허에 대한 보호가 강하다. 그것만 잘 보호한다면 한국에도 세계적인 제약사가 나올 수 있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핵심기술을 수출하지만 완제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주도권이 없는 것이냐. 그렇게 볼 순 없다. 제약 주권도 그렇게 성립해 나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그간 한국 제약사는 신약보다는 제네릭에 집중한 경향이 있다. “신약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가 적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특허라는 개념이 일찍 성립했지만 제약 분야는 한참 늦었다. 물질특허라는 개념이 생긴 게 1987년이다. 신약을 개발해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99년에 처음 신약이 나왔으니 불과 16년밖에 안 됐다. 앞으로 축적된 연구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한국 제약사가 사노피 같은 다국적 제약사로 발돋움하려면. “미국이나 유럽, 이스라엘의 큰 제약사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했다. 사노피를 예로 들면 73년에 만들어진 역사가 길지 않은 회사다. 하지만 M&A를 통해 세계 상위 랭킹의 제약사로 성장했다. 한국 제약사들은 자금력이 있음에도 M&A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후계 구도나 이런 복잡한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신약 개발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외국처럼 바이오 인큐베이터를 키워야 한다. 실험 공간도 대주고, 법률자문도 해주고, 큰 제약사와 벤처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 바이오클러스터인 미국 보스턴이 좋은 예다. 그런 개념으로 봤을 때 아직 한국에는 인큐베이터라 부를 만한 시설이 마땅치 않은 것 같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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