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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 36년 만에 당대회 여는 북한 주요 노선 바꿀 가능성 배제 못한다”

중앙선데이 2015.11.22 01:18 454호 11면 지면보기
북한의 권력 동향에서 최근 가장 초미의 관심사는 최용해(65) 노동당 비서의 정치적 운명이다. 지난 10월 30일 마지막으로 얼굴을 드러낸 뒤 11월 7일 숨진 이을설 북한군 원수의 장의위원회 명단에서 이름이 빠지면서 그의 행방을 놓고 추측이 무성했다. 북한 당국이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평안도의 한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재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최근 방한한 북한 전문가 켄 고스(55·사진) 미국해군분석센터(CNA) 국제관계 국장은 “황병서(총정치국장)든 최용해든 김정은을 둘러싼 권력 내부(inner circle)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언제든지 숙청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30년간 북한 체제를 연구해 온 그는 한국해양전략연구소(소장 이서항) 초청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뒤 중앙SUNDAY와 두 차례 만나 북한 정세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장성택 실각’ 예측했던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에 대해선 “북한과 IS의 연관성이 없어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할 합당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이 IS에 집중하면 북한에 관심을 덜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성택 숙청(2013년 12월)을 2011년 예측했던 그는 지난달 워싱턴에서 『사상누각 북한(North Korean House of Cards)』(사진)을 출간했다.



-최용해가 혁명화 재교육을 받고 있다는 관측을 어떻게 보나.  “재교육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다만 북한 방송에 그의 영상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완전 숙청된 것 같지는 않다. 1994년 강등 경험이 있고 2004년에는 혁명화 교육을 받고 복귀했다. 과거처럼 다시 복귀하느냐, 정치적으로 완전히 끝나느냐가 중요하다.”



김정은 측근도 누구든 안전치 못해 -빨치산 그룹인 최현의 아들인 최용해 외에 오진우의 아들 오일정도 명단에서 빠졌는데.  “이런 조치는 김정은이 직접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권 내부 고위층에 엄청난 긴장을 조성할 것이다. 최용해를 둘러싼 부패 사건 때문이거나 그의 중국 문제 처리에 김정은이 불만을 가졌을 수도 있다.”



 -장성택·현영철에 이어 최용해가 김정은 권력의 희생양이 된 것인가.  “김정은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는 특정 인물을 핵심 요직에 너무 오래 놔둘 수 없다. 황병서든 최용해든 누구든 숙청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북한 권력층에 새로운 집단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잘 몰랐던 막후에 있던 30대부터 40~50대 그룹이 권력의 정점은 아니더라도 요직으로 자리 이동을 하고 있다. 요직의 3분의 2 정도가 이들에게 주어지면서 다른 사람들은 숙청되고 있다. 이들은 김정은에게 더 충성하고 있다.”



 -북한이 내년 5월 1980년 이후 36년 만에 당 대회를 여는 이유는.  “인사 변동만 한다면 당대표자회에서도 가능하다. 따라서 굳이 7차 당 대회를 소집한다면 새로운 주요 정책 노선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출간한 책 『사상누각 북한』의 핵심 메시지는.  “앞으로 2~5년이 북한 정치 변동에서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다. 이 기간에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히 하지 못하면 정권 안정을 잠식하는 압력이 생길 것이다. 물론 김정은이 숙청이나 암살을 당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정권이 유지해온 수령 지배체제 내부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당분간 권력 공고화에 집중할 것이다.”



 -왜 앞으로 2~5년이 중요한가.  “액면 그대로 2~5년이라는 것은 아니고 10~15년보다 짧지만 우리가 반드시 주시해야 할 기간이란 의미다. 김정은 권력의 정통성 원천은 김일성 혈통이란 데 있지만 혈통만으로 계속 정통성을 유지할 수는 없다. 커지는 기대를 충족해주지 못하면 지도자로서의 능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5년이 지나도록 권력을 공고하게 하지 못하면 일이 생길 수 있다. 정권 내부에 다른 권력의 구심점이 출현할 수도 있다.”



 -김정은의 권력은 안정적인가, 불안정한가.  “꽤 안정적이다. 다만 시간이 소진되고 있어 뭔가 터질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북한 정권의 안정성은 핵 프로그램에 연계되지 않는 외부 지원을 얼마나 얻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은 대북 강경 입장을 취해온 한국에 대화 신호를 앞으로 더 절박하게 보낼 가능성이 있다.”



향후 2~5년이 북한에 결정적 시기 -김정은의 리더십 스타일을 김일성·김정일과 비교하면.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에 비하면 훨씬 개방적이다. 김정은은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머리 모양과 표정, 행동거지까지 할아버지 김일성을 닮아가고 있다. 그만큼 나이도 경험도 부족한 김정은이 개인적 권위가 약하다는 의미다.”



 -최근 방북 인사들은 평양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도시가 밝아졌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북한 경제의 실상은.  “김씨 정권을 뒷받침하기 위해 불법 수단까지 동원해 ‘궁정 경제(royal economy)’를 유지해왔지만 과거보다 돈을 만들기 어려워졌다. 정권 내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김정은이) 마식령스키장이나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평양 인프라 건설에 돈을 쏟아 부은 것은 권력 공고화 과정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데, 정작 돈은 한정돼 있다.”



 -2013년 선언한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은 성공적인가.  “병진노선은 김정은을 벗어나기 어려운 궁지와 딜레마에 몰아 넣었다. 핵 프로그램 때문에 제재를 받아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핵과 정권의 정통성을 연계하다 보니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수도 없다.”



 -김정은이 노동당 70주년 때 미사일이든 핵실험이든 추가 도발을 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압력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북한 입장에서 지금은 중국보다 한국의 지원이 더 중요하다. 김정은이 미사일이든 핵이든 둘 중 하나라도 도발했다면 외교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려는 노력에 타격을 받고 제재를 더 받았을 것이다. 남북관계도 멀어졌을 것이다. 물론 중국 아닌 나라들의 지원을 못 받는다면 중국의 지원을 다시 받기 위해 손상된 북·중 관계를 복원하려 할 것이다.”



 -김정은이 취임 이후 처음 중국을 방문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  “가능한 얘기다. 다만 핵 문제에서 진전이 없으면 불편한 만남이 될 것이다. 김정은이 중국의 환대를 받지 못할 상황에서 방중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방중이 결정되지 않은 것 같다. 북·미, 남북, 북·중 관계 상황 진전에 달려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조언한다면.  “신뢰 프로세스는 모호한 개념이다. 비핵화를 먼저 하라고 하면 결국 실패할 것이다. 당장은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leverage)가 없더라도 북한을 상대로 관여(engagement) 정책을 쓰다 보면 지렛대가 생길 수 있다. 유일한 길은 대북 관여 정책을 차근차근 쓰는 과정에서 북한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유도하는 것이다.”



 



 



장세정 기자, 하준호 인턴기자(연세대 정치외교학 3)?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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