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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담 쌓은 여학생

중앙선데이 2015.11.22 01:15 454호 2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검은 고무줄을 나무에 묶고 높이뛰기를 연습하는 초등학생을 본 적이 있다. 검은 고무줄을 보니, 고무줄놀이를 하던 내 어린 시절을 잠시 회상하게 됐다. 틈만 나면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노느라 학교는 마치 노는 시간 사이에 공부를 하는 곳처럼 느껴지던 때였다.


요즘 웰빙가에선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 소아·청소년 비만에 대해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과체중을 포함한 소아·청소년 비만 비율이 남자 26.4%, 여자 14.1%였다. 성별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졌다. 남자아이의 비만에 더욱 신경 써야 할까 싶지만 단순히 그렇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여자아이들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음식 섭취도 잘 해서 나온 결과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 여자아이들이 모여서 운동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주말에 학교 운동장에는 축구나 농구를 하는 남학생은 있어도 운동하는 여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주말 야구팀이나 축구팀에서도 여학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인라인 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타는 여자아이 대부분은 어린이들이고 청소년은 드물다. 여자아이들은 왜 운동을 하지 않을까? 공부하느라 바쁜 것도 이유겠지만, 그 나이에 재미있게 할 만한 적절한 운동이 없어서 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춘기가 되면 남자아이들은 근육이, 여자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지방이 증가한다. 특히 여자는 신체 활동량은 줄고 딱히 할 만한 운동도 없어 포동포동한 사춘기 소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비만율은 높지 않다니 웬일일까.



 사춘기 소녀들은 외모에 관심이 많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행태 조사에서 최근 한 달 동안 체중 감량을 시도한 중·고교 여학생 비율은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 운동은 안하고 간식을 즐기지만, TV에 나오는 저체중 연예인 같은 모습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쉽게 할 수 있는 무조건 굶기 같은 방법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참기 어려운 허기와 식욕을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해결한다. 앞선 조사에서도 체중 감량 시도 중 설사약이나 이뇨제, 성분 미상의 살 빼는 약제, 단식, 먹고 토하기 등과 같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했던 여학생의 비율이 18%에 이르렀다. 이런 행태는 정상체중일지라도 근육량은 적고 체지방은 많은 몸을 만들고 식사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남녀의 운동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해외에서는 어릴 때부터 남녀가 함께 운동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고, 청소년기 여자아이들도 소프트볼·필드하키·축구 같은 단체운동을 즐긴다. 혼자 하는 운동도 좋지만 단체운동으로 어울림과 리더십을 배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접근성 좋은 주거지 근처에 있어야 한다. 또 아이들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아져야 한다. 비만 관련 연구를 하면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현장에서 고민하는 선생님을 여럿 만났다. 과거 도움을 받았던 선생님이 지금도 꾸준히 아이들의 체육을 연구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며, 그런 분들 덕에 희망적이란 생각을 했다. 요즘 복고가 유행이라 한다. 그 유행을 타고 여자아이들 사이에 고무줄놀이가 다시 유행됐으면 좋겠다.



 



박경희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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