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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다가 … 직장 스트레스에 암도 걸린다

중앙선데이 2015.11.22 01:12 454호 2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직장인들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느 나라보다 근로시간이 길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취업자 1인당 평균 근로시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2124시간으로 34개국 가운데 멕시코(2228시간) 다음이었다. 이는 OECD 근로시간 평균(1770시간)의 1.2배에 이르는 수치다.


피할 수 없는 직장인의 '적'

 반면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낮다. 통계청이 지난해 3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정도를 조사한 결과 72.9%(남자 74.3%, 여자 70.9%)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45.3%로 직장이 1.6배였다.



 중견기업 부장인 이모(45·남)씨는 새로 온 젊은 사장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현장과 동떨어지게 업무체계를 바꾸라는 사장의 지시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여러 번 의견을 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두 달 전엔 부하 직원들 앞에서 무능한 간부라고 면박까지 당했다. 이후 사장이 있는 회의에서 는 말까지 더듬게 됐다. 어느 날부턴가 이 부장은 회사에 갈 생각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해졌다.



 



몸과 마음은 물론 행동에도 악영향직무스트레스는 사회 초년생부터 중년층까지 고루 경험한다. 좁은 의미로는 업무 요구도가 근로자의 능력이나 자원과 맞지 않아 신체·정신적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것을 뜻한다. 범위를 넓혀 직장인이 겪는 모든 스트레스로 정의하기도 한다. 직무스트레스의 원인은 다양하다. 일이나 역할이 모호해서 생기는 스트레스, 갑자기 직무 내용이 바뀌는 것, 동료나 상사·조직에서 생기는 갈등, 권위적인 분위기,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압박, 획일적인 조직문화와 수직적인 인간관계, 가정과 직장 사이의 부조화 등이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일 중심, 성과 중심의 사회에서 속내를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경쟁사회에서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과 조직 부적응자로 낙인찍힐까봐 삭이는 경우가 많다.



 직무스트레스는 다른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 행동에까지 영향을 준다. 약간의 스트레스는 적절한 긴장감을 주기도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에 병을 가져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는 아드레날린·노르아드레날린·코티솔 등 스트레스성 호르몬이 활성화되면서 정신·신경·면역·내분비계 전반에 영향을 준다. 초기에는 불안하거나 신경이 예민해지는 정도지만 만성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우울증과 기분장애, 대인공포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불면증·과음·흡연·폭식, 약물이나 도박 중독, 직장 내 폭력, 과소비, 심하면 자살까지 이어진다.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면 몸에도 악영향을 준다. 긴장형 두통이나 말더듬·손 떨림·근육통·변비·소화불량·이명 등 증상도 제각각이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심혈관계 질환이나 고지혈증·고혈압·암 등의 원인이 된다.



 해외에서는 인력 관리의 방편으로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을 적극 활용한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전문 상담사를 연결해주고 업무시간을 조정하는 등 조직 차원에서 배려하고, 관련 비용을 대주는 제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EAP는 일반 상담을 포함해 업무나 생활에서 겪는 곤란을 지원하는 서비스, 위기상황 스트레스 관리법, 집단 상담이나 교육 등을 통해 직무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가정 내 문제, 개인의 심리 문제, 심지어 재정적 어려움과 법률 자문까지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되면 근로자는 업무 집중도가 향상되고 심리적 안정을 얻어 조직 만족도가 높아진다. 회사는 인력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스트레스 관련 사고율·결근율 등이 감소하고 생산성도 높아진다.



 



견디기 어려우면 전문가 도움 받도록스트레스를 조절하려면 먼저 자신의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내 몸과 마음이 어떤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첫 단계다. 최근에는 인지·행동치료 기법과 명상이 혼재된 마음 챙김 스트레스 관리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의 걱정에 마음을 두지 않고 ‘지금 바로 여기’에만 집중해 자꾸 번잡해지는 생각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훈련하는 방법이다.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사고방식을 조정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교정하면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장비를 이용한 바이오 피드백 기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근육긴장도·체온·위장 수축·혈압·심박동수·뇌파 같은 다양한 생리적 변수를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서 자신의 신체변화를 느끼고 조정하는 원리를 이용, 자신의 생리 상태를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이다.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데는 근육이완법이나 호흡훈련법이 도움이 된다. 근육이완법은 신체의 주요 부위 근육을 긴장시켰다가 이완시키는 것인데 규칙적으로 훈련하면 스트레스로 근육이 긴장될 때 의식적으로 근육을 이완시켜 마음이 평안해지는 효과가 있다. 복식 호흡을 중심으로 하는 심호흡과 적정 호흡법을 익혀두면 급성 스트레스 상황을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적당한 운동과 음식 조절도 효과적이다. 하루 한 시간 이상 운동하고 지방·설탕·소금·카페인은 적게 먹는 것이 좋다. 야채·과일·복합 비타민·식물성 단백질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다. 혼자 감내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채정호 객원 의학전문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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