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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까지 살아 가는 김치 유산균, 한 조각이면 캡슐 한 알 효과

중앙선데이 2015.11.22 01:06 454호 22면 지면보기
한반도의 겨울은 추웠다. 푸른 잎은 자취를 감추고 가축은 귀했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는 먹을 게 없었다. 말라비틀어진 식물 뿌리와 나무껍질이 다였다. 그래서 지혜를 짜낸 게 김치다. 3~4개월가량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고, 겨울철 부족한 비타민과 무기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졌다. 하지만 최근 이런 김치가 폄하되고 있다. 높은 염도 탓으로 고혈압과 위암 발생을 높인다는 것이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는 “김치도 다 같은 김치가 아니다. 어떻게 담그느냐,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효과와 효능이 천차만별”이라며 김치의 효능을 강조한다. 그는 발효식품의 항암·항노화 효과만 30년간 연구해온 학자다. SCI논문만 100여 편에 이른다.



 박 교수가 권하는 건강 김치 포인트는 다섯 가지다. 우선 배추를 잘 골라야 한다. 여력이 있다면 유기농 배추를 권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속이 알차고 유산균도 더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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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는 소금이다. 간수를 뺀 천일염이 더 좋다. 일반 정제염은 미네랄이 거의 없어 유산균이 잘 살아남지 못한다. 나트륨 함량도 높다. 배추 줄기 부분은 두껍기 때문에 소금을 더 묻혀줘야 유산균이 고루 증식된다. 김치의 염도는 약 1.6%가 적당하다.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정도다. 10%의 소금물에 절이면 그 정도 염도가 나온다. 박 교수는 “예전에는 상하지 않게 하려고 염도를 5% 이상으로 담갔다. 요즘엔 냉장고가 있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김치는 혈압을 올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람에게 1.6% 정도의 소금물을 먹이면 혈압이 확 올라가지만 같은 염도의 김치를 먹이면 혈압에 변화가 없다. 오히려 약간 떨어진다. 배추의 칼륨과 발효 시 생기는 유산균이 나트륨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 위암을 일으킨다고 하는 것도 잘못 알려진 내용이다. 건강 김치 레서피로 저온에서 담그면 유익한 유산균만 발현돼 오히려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죽인다. 김치 부재료에 들어간 생강·마늘·파 등의 양념도 항암 작용이 탁월하다.



 네 번째는 숙성 온도다. 박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영상 5도에서 3주간 숙성시켰을 때 항암·항노화 효과가 가장 컸다. 관능점수(맛)도 높았다. 절인 배추의 발암물질이 발효를 거치면서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발효 과정에서 풍부하게 증식한 유산균이 발암 물질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찹쌀 풀을 조금 넣어 담그면 유산균이 더 잘 자란다.



 젓갈은 1년 이상 익힌 것을 넣는다. 젓갈에 생성될 수 있는 발암물질인 니트로산아민이 1년이 지나면 대부분 분해된다. 젓갈 대신 다시마 우린 물을 넣어도 비슷한 감칠맛을 낼 수 있다.



 김치의 유산균은 장까지 살아 작용한다. 박 교수팀이 2주 동안 김치를 섭취(하루 210g)하게 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군의 대변을 분석해봤더니 섭취한 군의 대장에서 유산균이 1000배 이상 높게 검출됐다. 즉, 김치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간다는 말이다. 김치 1g(엄지 손가락만한 크기)에는 약 10억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있다. 보통 유산균제제 한 캡슐에 1억~100억 마리의 유산균이 있는데, 김치 1~10g을 먹으면 유산균 제제를 먹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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