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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 성분 화장품으로 눈병 막은 3300년 전 이집트인들의 지혜

중앙선데이 2015.11.22 00:36 454호 25면 지면보기

화장한 얼굴은 호감도가 높아진다. 그림은 프랑스 화가 툴루즈 로트렉의 ‘화장하는 여인(1889년)’



내가 몇 살로 보일까? 영화 ‘도망자(1993)’의 주인공 해리슨 포드의 지금 모습은 73세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젊어 보인다. 같은 또래에 비해 족히 10년은 젊어 보이는 ‘동안(童顔)’은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그만의 비법이 있을까? 할리우드 스타 오드리 헵번은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로마의 휴일(1953)’에서의 청순함을 간직한 채 아프리카 봉사를 다녔다. 이들의 우아한 얼굴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김은기의 ‘바이오토크'] 화장품의 역사

지난 7월 CNN은 나이 들어도 우아하게 얼굴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10가지를 소개했다. 뉴욕의대 피부과 전문의 랜스 브라운 교수가 추천한 비결 1, 2위는 꾸준한 얼굴관리, 그리고 지속적인 운동이었다. 꾸준한 피부 관리 방법으로 자외선차단제·보습제·레티노이드 사용을 권장한다고 했다. 이들은 피부를 보호·개선하는 기능성 화장품이다. 남성화장품 소비가 10년 사이 6배 늘어났다. 차림새에 신경을 쓰는 ‘그루밍족’에 이어 꽃중년이 단장을 시작했다. 화장품은 내 얼굴 관리에 무슨 도움을 주는 걸까? 서울 명동에서는 중국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싹쓸이 하는데 이런 인기를 누리는 한국 화장품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우아한 얼굴을 미래 화장품에 맡겨보아도 될까?



 

짙은 눈화장을 한 이집트 여왕 네프레티티 조각상. 베를린 박물관 소장



나일강 범람에 눈병 잦았던 고대 이집트오드리 헵번은 클레오파트라 같은 외모를 가졌다. 정연한 이목구비, 확연히 대비되는 눈과 이마. 이렇게 눈에 띄는 대조가 미인의 특성이다. 클레오파트라가 다스리던 이집트에는 역사책을 장식한 또 한 사람의 미인이 있다. 바로 파라오인 네프레티티(BC 1370~1340) 여왕이다. 기원 전 1300년 이전에 나일강 지역을 지배했던 네프레티티의 미모는 지금 봐도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눈썹과 눈 주위의 짙은 검정색 아이라인은 여왕으로서의 카리스마와 여인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검은 물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는 이집트 왕들의 무덤에서 발견된 화장품 용기가 있다. 2010년 프랑스 연구팀이 용기 안에 있는 검은색 원료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납 화합물이었다. 납은 치명적인 중금속이다. 한때 얼굴을 희게 한다고 불티나게 팔린 중국산 화장품이 있었지만 수은 독으로 피부 세포를 죽게 만들었다. 납도 심장·뼈에 치명적이다. 그런데 어떻게 네프레티티 여왕은 자신의 얼굴에, 그것도 가장 눈에 잘 띄는 눈 주위에 납 성분이 든 검은 색 아이라이너를 발랐을까? 얼굴이 예뻐 보인다고 독도 마다하지 않은 것일까?



연구팀이 ‘분석화학’ 저널에 밝힌 바는 더 놀랍다. 바로 극소량의 납 성분은 피부세포의 면역력(일산화질소, NO)을 두 배 이상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소량의 독은 오히려 약이 된다는 소위 ‘호르메시스(hormesis)’ 이론이다. 당시 이집트 나일강이 범람하는 홍수로 질병이 많았고 특히 강물이 눈에 접촉할 경우 눈병이 발생한다. 검정 색소는 피부면역을 높여서 이런 질병 예방 효과를 냈다고 연구진이 밝혔다. 더구나 납 화합물은 천연물이 아니라 합성한 것이라니 그런 효과를 미리 알고 메이크업 화장 겸 눈병 예방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 발랐다는 이야기다. 3000여 년 전의 지혜에 감탄할 따름이다.



 

옷 속에 가려진 피부에 비해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는 노화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 [서울대 정진호 교수]



두뇌반응 따라 화장품 개발하는 시대화장품은 피부색을 변화시키는 ‘색조’와 피부를 좋게 하는 ‘기능성’ 두 종류다. 이집트 여왕의 ‘검은색’ 소재는, 비록 지금은 중금속 없는 다른 소재를 쓰지만, 색조와 기능성을 모두 가진 드문 화장품 소재인 셈이다. 색조 화장품은 화장품 역사의 시작이다. 어떻게 색칠해야 아름다워 보일까? 백설공주 동화에 나오는 계모 왕비는 거울에게 물어본다.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예쁘니?” 지금 화장품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같은 질문을 거울 대신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에게 물어본다. 즉 어떻게 화장을 해야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두뇌의 반응을 보고 과학적으로 평가한다.



미인은 우선 얼굴 모양이 대칭, 평균적이어야 하고 눈 부분이 주위 피부색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어야 한다. 평균적, 즉 ‘많이 보던 사람 같은’ 얼굴 모양이 호감을 가지게 한다. 진화론은 그 이유를 유전적 다양성에서 찾는다. 몇 가지 특정 색으로만 이루어진 벽지보다는 다양한 색이 많이 들어간 벽지일수록 색이 서로 비슷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유전자를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가장 평균적인 얼굴 모습을 가진다. 얼굴의 틀을 이렇게 ‘호감 있는 형태’로 바꾸는 것은 대규모 성형수술이다. 하지만 눈 주위를 강조하는 소규모 메이크업만으로 얼굴은 달라 보인다. 같은 얼굴이라도 화장을 할 경우는 ‘생얼’, 즉 맨 얼굴에 비해 훨씬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fMRI 결과가 2014년 ‘신경과학회지’에 발표됐다.



젊게 보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자신감이 생기고 사회활동이 늘어난다. 하지만 화장으로 나이를 감추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생얼’, 즉 맨 얼굴이 진짜 젊어야 한다. 내가 몇 살로 보이는가는 두 가지, 즉 몸의 건강 상태와 피부 관리 정도로 결정된다.



 

동안의 비결은 꾸준한운동과 피부관리다. [삽화 박정주]



자외선 피하고 꾸준히 운동해야 ‘동안’퉁퉁하던 지인의 부인이 다이어트로 조깅을 시작했다. 한 달을 매일 열심히 달려서 5㎏을 줄여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던 그녀가 돌연 달리기를 중단했다. 이유인 즉 갑작스런 감량으로 얼굴의 피하지방이 사라지자 돌연 얼굴이 난민처럼 말라버린 것이다. 그녀에게는 불어난 체중보다도 쪼글쪼글해진 얼굴이 해결해야 할 1순위였다. 중장년의 경우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노화를 촉진한다. 피부를 포함한 모든 장기는 같이 나이를 먹는다. 세포 텔로미어(telomere, 말단소립)의 길이로 피부 노화를 측정해보면 피부는 운동과 건강식으로 도로 젊어진다. 과학자들은 주 3회, 하루 30분, 말을 하며 달릴 수 있을 정도의 ‘저강도’ 조깅을 권장한다. 하지만 피부는 자외선으로도 늙는다. 햇빛을 많이 받는 어부의 피부는 훨씬 더 나이 들어 보인다.



실제로 지난 5월 저명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피부 세포의 25%는 자외선 때문에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긴다. “집에 있을 때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는 어떤 여배우의 이야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피부를 검게 하는 자외선A는 유리창도 통과하고 여름 아닌 다른 계절에도 여름만큼 자외선에 노출된다. “무인도에 갈 때 챙겨야 하는 단 하나의 화장품은 자외선 차단제”라는 랑콤 피부연구소장의 말이 이해가 된다. 자외선 차단제, 보습제 그리고 피부세포 성장 촉진하는 ‘레티노이드(비타민A 유도체)’는 피부 나이를 멈출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이다.



 아름다움은 결국 마음의 평화에서 나와글로벌 기업인 P&G는 하버드의대·MIT와 공동으로 ‘동안’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즉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20~70세 여성을 대상으로 ‘젊은 얼굴’ 유전자를 선별했다. 이 연구로 어떤 물질이 젊은 얼굴을 만드는지 알 수 있다. 서울대 의대 피부과 정진호 교수 연구팀은 예민한 피부의 원인 유전자를 발견, 피부를 진정시키는 물질을 피부에 적용한 결과를 지난 13일 한국화장품학회에서 발표했다. 화장품이 하이테크 기술로 점프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2012년 보고서)에 의하면 미래화장품은 재래의 화학 기반에서 바이오기반으로, 감성 상품에서 기술 상품으로 진화 중이다. 특히 피부 생태계가 중요하다. 피부에 붙어 살고 있는 피부 박테리아(세균)는 여드름만 일으키는 말썽꾼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피부의 면역 세포와 끊임없이 접촉하면서 면역을 훈련시킨다. 실제로 아토피 환자는 피부균의 조성이 정상인과 완전히 다르다.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피부 면역인 점을 감안하면 어떤 화장품을 쓸 때 피부 면역세포가 무슨 반응을 보이는가를 파악하는 방법이 가장 근본적인 트러블 방지책이다.



지난달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피부에 살고 있는 바이러스는 10%만 알려졌지만 이들은 피부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부 생태계에서의 으뜸은 피부 줄기세포다. 모근·피지선내부·표피-진피경계 등에 있는 피부 줄기세포는 죽거나 상한 세포를 대체·공급한다. 자외선으로 쭈글쭈글해진 피부는 줄기세포도 줄어있다. 녹차·포도·효모발효액은 이런 줄기세포의 감소를 억제해서 피부 노화를 막는다. 결국 미래 화장품의 방향은 피부의 생태계를 완전히 이해하고 피부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메이크업을 통해 ‘정신적 젊음’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부 자체 건강을 통해 ‘신체적 젊음’을 찾는 것이 동안의 비결이고 미래 화장품방향이다.



CNN이 제시한 또 다른 동안 비결은 흰머리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즉 나이에 주눅 들지 말고 매일 운동과 숙면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마음의 평화가 피부의 최대적인 스트레스·불면을 없애는 지름길이다. 오드리 헵번은 배우로서 1막을 보냈다면 2막은 소외받는 이웃, 특히 가장 극빈층이 많은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해 남은 생을 보냈다.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해 뛰어다니던 그녀의 모습은 청순미를 뽐내던 ‘젊음’이 아니고 힘든 이웃과 사랑을 나누던 우아한 ‘성숙’이었다. 아름다움은 얼굴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 얼굴은 ‘마음의 평화’에서 나오지 ‘메이크업’에서 나오지 않는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ekkim@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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