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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보고 배우는 아들 아들을 보고 배우는 아버지

중앙선데이 2015.11.22 00:24 454호 30면 지면보기
어른을 위한 동화를 보면 일단 반갑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훌쩍 자랐는데 나 혼자 철들지 못한 것 같은 강박감에서 아주 조금은 자유롭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고 일컬어지는 호소다 마모루(細田守ㆍ48) 감독은 참 고마운 사람이다. 사는 게 팍팍하게 여겨질 때쯤이면 사고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를 한 편씩 들고 나온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에서는 타임리프를 통해 시간을 오갔고, ‘썸머 워즈’(2009)에서는 현실세계와 사이버 공간을 오갔다. 그리고 ‘늑대 아이’(2012)에 이어 이번 ‘괴물의 아이’(2015)를 통해서는 인간과 동물의 중간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애니메이션 ‘괴물의 아이’

9살 소년 렌(미야자키 아오이, 소메타니 쇼타)은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시부야 거리를 방황한다. 렌은 자기 편이 없는 세상과 단절되길 원했지만 되려 아무도 아는 이 없는 전혀 다른 세상과 연결된다. 우연히 마주친 쿠마테츠(야쿠쇼 코지) 일행을 따라 괴물계인 ‘쥬텐카이’에 발을 딛게 된 것. 마침 제자가 절실히 필요했던 쿠마테츠는 갈 곳 없는 소년을 받아들이고, 소년은 강해지고 싶단 열망에 큐타란 이름으로 훈련을 시작한다.



이 영화가 일반적인 성장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혼자 있는 삶이 익숙했던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자란다는 것이다. 쿠마테츠는 검술에는 능하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몰라 가르치는 덴 좀처럼 소질이 없다. 반면 큐타는 호기심이 많고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쿠마테츠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다 보니 상대의 동작이 자연스레 몸에 익는다. 그러다보니 일단 휘두르고 보던 쿠마테츠는 다시 큐타를 보며 배운다.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다음 스텝은 어떻게 예측하는지 등등. 때로 스승과 제자 같고, 아비와 자식 같던 두 사람의 관계가 시소마냥 종종 역전되는 셈이다.



큐타를 종종 선택의 기로에 놓는다는 점 역시 특이하다. 이 영화에는 주인공이 어쩔 수 없이 처한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다. 괴물계 행이 본인의 선택이었던 것처럼 어떠한 장애물이나 방해 없이 인간계를 오간다. 9년의 수행 기간 동안 하지 못했던 공부에 대해 다시금 욕심을 내는 것도, 헤어졌던 아버지를 만나 이후의 향방을 정하는 것도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주변에선 그가 옳다고 믿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뿐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판타지가 호소다 감독이 기존에 지니고 있던 장기라면 한층 강화된 리얼리티는 새롭게 장착한 무기다. 전작이 완벽한 가상공간으로 관객을 데리고 갔다면 이번엔 시부야 한복판을 휘저으며 현실감을 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진로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사춘기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누구나 안고 있는 숙제 같은 일이기도 하다. 나를 낳아준 아버지와 키워준 아버지, 내가 필요로 하는 곳과 나를 필요로 하는 곳 등은 단칼에 나눌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영화를 만들며 실제로 아버지가 된 감독은 “제가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워보니 오히려 아이가 부모를 키워나간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동양의 전통적인 가치관처럼 부모나 스승, 어른이 자녀나 제자, 아이보다 반드시 낫다기 보다는 서로 공존하며 배움을 주고 받는 존재라는 것. 이어 그는 “아이가 자랄 때 역시 아버지 한 사람의 영향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이 아버지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양아버지의 대표 격으로 쿠마테츠를 설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자라고 있는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멈춰버린다는 건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뿐더러 퇴보의 시작을 의미할 테니까. 큐타는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쿠마테츠가 말하던 ‘마음 속 검’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는다. 어둠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마음을 다잡고 치열히 고민한 결과다. 극중에서처럼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어둠이 있다면 우리도 그 검을 찾기 위한 훈련을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고 싶다면 말이다. 25일 개봉. ●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사진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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