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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빠져 나가는 신흥시장

중앙선데이 2015.11.22 00:12 454호 31면 지면보기
신흥시장 투자자들에게 올해는 분명 힘든 한 해였다. 수익률이 대체로 선진국 시장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를 재개하면서 신흥시장 자산유출 현상이 반전되고 있다는 데이터가 속속 나오고 있다. 긍정적인 소식이다. 혹여 지난 여름과 같은 변동성 장이 반복되더라도 나는 신흥시장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최근 신흥시장의 변동성을 초래한 많은 요소들은 일시적인 변수이고, 통상 여름마다 줄어드는 유동성 때문에 더 심해진 측면도 있다.



구조적인 위험은 눈에 띄지 않는다. 몇몇 국가에서 취약점이 보이기도 하지만 시장 전체적으로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외환보유액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는 양호한 수준이다. 전반적인 성장세도 선진국에 비해 견고하다. 넓게 봤을 때 현재 신흥시장 증시에 위기가 엄습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는 어렵다. 세계 대다수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신흥시장 비중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중요한 것은 신흥시장에 투자할지 여부가 아니라 어느 나라의 어느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마크모비우스의 시대공감

올해 신흥시장 실적에 영향을 미친 두 요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중국경제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였다. Fed의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시장이 과민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일부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이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오히려 Fed에 금리 인상을 촉구한 것은 흥미롭다.



과거 Fed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설 즈음엔 신흥시장 통화와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실제로 금리 인상이 이뤄질 땐 주가가 다시 상승했다. 시장은 미리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반영한다는 나의 믿음을 방증하는 것 같다. MSCI 이머징마켓 지수를 보면 통상 Fed 금리 인상 이후 1년 동안 지수가 12.4% 상승했다. 1994, 1999, 2004년 Fed가 금리를 올렸을 때 신흥시장 증시는 타격받지 않았다.



Fed가 여러 차례에 걸쳐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시장 증시가 흔들릴 것 같지만 그럴 가능성은 실제론 낮다고 본다. 미국경제는 과거 금리 인상 때보다 신흥시장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신흥시장의 성장률이나 환율은 미국경제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학습효과가 있고, 이는 Fed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유럽·일본·중국 등 미국 이외의 다른 중앙은행들도 양적완화나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의 성장 둔화에도 투자자들은 과도하게 공포를 느끼고 있다. 지난 여름 주가 급락과 중국 정부의 비효율적인 개입을 비난하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나는 중국 정부의 경제개혁이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본다. 중국의 주가가 오르내릴 때마다 기사 제목을 뽑기는 좋겠지만 최근 중국 본토 주가 하락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비중이 20%가량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령 중국 주가가 폭락한다 해도 개개인의 부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경제가 안착 중인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같은 나라들은 특히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선진국 기업들이 아직 활용되지 않고 가치가 알려지지 않은 이들 나라의 인적·자연자원을 활용한다면 엄청난 성장이 가능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성장률을 6.5%로 보고 있는 베트남은 이미 신흥시장 전체 평균 성장률을 뛰어넘었다. 베트남이 최근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참여한 것은 수출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물론 이 지역엔 단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는 올들어 달러 대비 9%나 떨어졌다. 하지만 거시경제 상황은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좋아졌고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처할 능력도 과거보다 낫다. 최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경제팀을 교체하면서 친성장·반부패 개혁을 표방했다. 수마트라 유료도로 건설, 20개 이상의 항구 신설, 대규모 전력공급 확충 등의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신흥시장 투자자로서 나의 주된 관심은 거시경제보다는 개별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지표다. 나는 장기적으로 큰 성장 잠재력을 지닌 기업이지만 시장에서 버림받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조심스럽게 늘려왔다. 오늘의 금융시장 위기는 중기적으로는 최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걸 깨닫는 게 중요하다. 주가수익비율과 주가순자산비율로 볼 때 현재 신흥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고조된 변동성이 우려될지라도 멀리 보고, 신흥시장 전반을 통틀어 안정적인 성장 주도 기업을 발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크모비우스



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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