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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세탁해선 안 되는 까닭

중앙선데이 2015.11.22 00:06 454호 31면 지면보기
한국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자랑스러운 역사를 더욱 돋보이게 하려고 한다. 한국은 일본이 식민지 시대의 가혹행위를 역사에서 지우려 하고 있다고 격분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는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역사수정주의와 교과서 왜곡 문제는 아시아 지역 밖에서는 요란하게 제기되지 않는다.



영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제국주의 과거사의 어두운 면을 조용히 눈가림해왔다.


글로벌 톡톡

대영제국은 절정기에 세계 면적의 25%,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그러나 많은 영국인들은 국부가 어떻게 해서 쌓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학생들은 영국이 한때 식민지로 삼았던 인도와 캐나다, 호주와 같이 영연방을 구성하고 있으며, 노예무역을 했다고 배운다.



그렇지만 10만 명의 인도인이 죽은 1857년 세포이 항쟁은 가르치지 않는다. 일부 역사가들은 당시 수백만 명이 실종됐다고 주장한다. 1950년 ‘마우 마우 반란’을 제압하기 위해 아프리카 케냐인 수천 명을 감금·고문·살해한 역사는 어디로 숨어버렸는가. 이러한 예들은 주류 영국 역사가들이 논쟁하거나 경시하는 아주 일부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인들은 400년 넘게 억압적인 제국주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착취하고 살해를 일삼았으며 힘이 약해진 2차대전 이후에서야 이러한 행위를 중단했다. 지나간 세대의 학생들은 “해외의 영웅적인 식민지 지도자들 덕분에 대영제국의 해는 결코 지지 않는다”고 배웠다.



로마제국 역사는 필수로 배워야 하며 대영제국의 발전사는 선택할 수 있다. 교사들은 독일의 홀로코스트를 가르쳐야 하지만 영국이 운영했던 강제노동 수용소에 대해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최근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대영제국에 대한 진실과, 제국주의 치하에서 사람들이 겪었던 일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도 정치인 샤시 타로어는 지난 7월 옥스퍼드대 연설에서 인도는 수 세기에 걸친 영국의 착취로 받은 고통을 금전적으로 보상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과거사에 얽매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역사의 모든 부분을 올바로 보지 않고서는 지금 현재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문제는 오늘날 동북아에서 ‘명백한 도전’이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중학생들 모두는 일본의 위안부 범죄에 대해 알고 있다. 반면 일본 학생들은 식민지 시대 과거사의 상세한 내용을 잘 모른다.



학교에서 자기 나라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면 미래의 지도자들은 이웃나라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오해를 할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반대되는 내용을 배운다면 국가 간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인이나 일본인 그리고 영국인은 과거를 세탁하지 않은 자기 나라 역사의 모든 면을 배워야 할 것이다.



 



커스티 테일러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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