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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꿈을 요리하는 마법카페<10> 지금 이 순간의 마법

온라인 중앙일보 2015.11.22 00:02

꿈을 찾는 열 번째 숙제
이제까지 이룬 꿈이 있다면 그 비결을 담은 드림 레시피를 만들어보세요. 다음으로 도전하고 싶은 꿈 5개를 적어보세요.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가슴속 START 버튼을 눌러

지난 이야기 초등학교 5학년 디아는 장마가 시작되는 날 학원 수업이 취소되면서 우연히 카페 ‘꿈꾸는 지구’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꿈 부자’ 언니에게 매일 꿈에 관한 비밀을 배우는 동안 같은 반 남학생 정혁이의 고백으로 단짝 지나에게 왕따를 당하고, 아버지는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기도 한다. 어느덧 꿈꾸는 지구의 오픈 전날, 파티하던 중에 문정혁이 따라온 것을 발견하는데….

“문정혁…!”

아니 쟤가 어떻게 이곳을…? 나를 미행한 걸까?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 언니는 “혹시 남자친구?”하고 내게 윙크를 했다.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아무 말도 못하자 언니는 “디아에게 아주 중요한 선물을 주려고 하는데 잘됐네. 증인이 생겨서”라며 정혁이를 들어오게 했다. 정혁이 역시 낯선 상황에 아무 말도 못하고 눈치를 보며 머뭇머뭇 들어왔다. 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디아야. 내일부터 네 삶의 많은 것들이 변할 거야.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해 주고 싶은 선물이 있어. 이 선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니?”

“네….”

언니가 믹서기의 ‘START’버튼을 누르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왱왱하고 믹서기가 돌아가면서 그 속에 있던 액체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컵에 따른 액체는 마치 물에 별가루를 풀어놓은 것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이…이게 뭐예요?”

“앞으로 네가 살아갈 날들이야.”

자세히 보니 별가루 하나하나가 투명한 캡슐이었고 각각의 캡슐엔 수많은 내 모습이 담겨 있었다. 놀랍게도 어른인 모습, 할머니가 된 모습까지…!

“디아 너는 네 이름에 담긴 의미를 모르지? 디아라는 말은 스페인어로 ‘하루’ 그리고 이탈리어로 ‘여신’이라는 뜻이야. 즉, 너는 너의 하루를 주관하는 절대적인 존재인 셈이지.”

“…”

“인생은 이런 하루하루들의 합이란다.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10년 후, 30년 후, 50년 후 모습이 달라질 거야. 너는 네가 갖지 못한 것을 불평하고 우울해 하며 살 수도 있고, 원하는 걸 이루면서 살 수도 있지. 어떤 삶을 택하겠니?”

“원하는 걸… 이루면서 사는 삶이요….”

그 순간 믹서기의 ‘START’ 버튼에 있던 글씨들이 3D영화처럼 허공으로 튀어나왔다. 5글자의 알파벳은 공중에서 더 많은 글자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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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생각을 멈추고 너의 진정한 꿈을 이루기 위해 행동해야 할 때 필요한 버튼이야. 살면서 매 순간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이 버튼을 누르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많던 글자들은 다시 ‘START’ 다섯 글자로 압축되더니 믹서기 버튼 모양으로 돌아와 내 심장에 날아와 박혔다. 가슴께에서 홀로그램처럼 총천연색으로 빛나던 ‘START’ 버튼은 서서히 색깔이 옅어지더니 마침내 살색으로 변했고 어느새 흔적조차 보이지 않게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잊지 말아.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네가 이 세상에 온 것도, 나를 만나게 된 것도, 다 이유가 있으니까.”

언니는 꿈빛 스무디를 내밀었고 나는 꿀꺽꿀꺽 들이켰다. 민트향이 나는 상쾌한 알갱이들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그 캡슐들이 세포 하나하나에 알알이 박히며 시원한 느낌이 몸속 가득 퍼져나갔다. 수많은 순간들이 눈앞을 스쳐지나가며 온몸이 서서히 투명해졌다. 한 잔을 완전히 마신 순간,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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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혜승(떠다니는 섬)]


장마와 함께 사라진 꿈꾸는 지구

눈부신 햇살에 눈이 절로 떠졌다. 새소리도 어디선가 들려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언제 장마였냐는 듯 맑게 개어 있었다. 모처럼 개인 하늘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젯밤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했다.

‘내가 꿈을 꿨던 걸까?’

아침 식사 내내 엄마가 뭐라고 말했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계속 어젯밤의 일을 곱씹으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문정혁이었다.

“디아야, 어젯밤에….”

“묻지 마, 지금은 머리가 너무 복잡해.”

“설명 안 해도 되는데 한가지만 답해줘 . 우리 사귀는 거지? 어제 그 누나가 나더러 ‘디아 남자친구’라고 한 거 들었어!”

“…”

“답 안 해도 돼.”

문정혁은 눈깜짝할 사이에 내 심장에 있는 START 버튼을 눌렀다. 순간 투명한 민트향의 에너지가 온몸의 투명한 세포 알갱이를 훑고 지나갔고 나도 모르게 답이 나왔다.

“당연하지! 오늘부터 우리 1일이야!”

그때 학교 앞에서 서성이던 엄마와 눈이 마주치며 화들짝 놀랐고 정혁이는 도망갔다.

“엄마… 웬일이야? 오늘 일 안 해?”

“하루 휴가 냈어. 너 아침 내내 엄마 말에 대꾸도 안 하고 도대체 요즘 왜 그래? 매일 학원은 안 가고 어딜 쏘다녔는지 한번 직접 가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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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지구 레시피 ⑩
온몸의 세포까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마법 스무디
본문에 나온 꿈빛 스무디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법이 필요합니다. 그 마법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둘게요. 대신 여러 색깔을 층층이 쌓은 예쁜 스무디를 만들어 볼까요? 재료 빨강 스무디 딸기 ½컵, 얼린 바나나 컵, 그릭요거트 ¼컵, 아몬드우유 ¼컵 하양 스무디 코코넛 조각 2스푼, 얼린 바나나 컵, 그릭요거트 ¼컵, 아몬드우유 ¼컵, 파랑 스무디 블루베리 ½컵, 얼린 바나나 컵, 그릭요거트 ¼컵, 아몬드우유 ¼컵
만드는 법 믹서기에 색깔별로 재료를 넣고 돌린다. 색깔이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각의 스무디를 따른 후 5~10분 정도 냉동고에 넣어 살짝 굳힌 후 다음 색깔을 따른다. 맨 위에 코코넛조각과 딸기, 블루베리 등을 얹어 예쁘게 꾸민다. 층을 더 다양하게 하고 싶다면 비슷한 방법으로 키위 또는 아보카도(녹색), 망고 또는 파인애플(노랑), 오렌지(주황) 등을 추가해 무지개 스무디를 만들 수도 있다.

한참을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엄마는 요지부동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 손을 잡고 우체국 사거리를 향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낯선 풍경들이 펼쳐졌다. 매일 가던 골목길은 보이지 않고 건물들만 주욱 있었다.

“어? 이상하네? 왜 골목길이 안 보이지?”

“너 수작 부리지 말고 빨리 말해!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저기 만화방? PC방? 노래방?”

“아니, 정말 골목길이 있었는데….”

“얘가 이제 거짓말까지 하는 거야?”

집에 와서 엄마에게 회초리를 맞기까지 했지만 아픔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꿈을 요리하는 마법 카페는 어디에 있는 걸까? 꿈 부자 언니는? 키츠는?

START 버튼을 심장에 장착한 후 디아의 삶은 달라졌다. ‘할까 말까?’망설이는 순간이 올 때마다 눈을 질끈 감고 심장의 START 버튼을 누르면 신기하게도 용기가 생겼다. 우선 디아는 자신을 왕따시키는 지나와 다른 아이들에게 밝은 모습으로 ‘얘들아 같이 놀자!’하고 먼저 다가갔다. 아이들은 당당한 디아의 모습에 의아해 하며 점점 ‘그…그래’하고 받아들이게 되었고 한 달쯤 후에는 자신들이 디아를 왕따시켰던 것마저 잊어버렸다.

또 디아는 길을 가다 ‘마흔 살, 다시 글을 쓰다’라는 문화센터의 플래카드를 보고 엄마를 끌고 가 수업을 듣게 만들었다. 엄마는 “도대체 왜 이러니?”라면서도 “얘가 벌써 커서 엄마한테 이런 걸 다 제안하고 세상에…”하면서 못 이기는 척 등록을 했다. 또 지나가다 한 낡은 카페 입구에 붙은 ‘매주 수요일 공연하실 분 찾습니다’라는 전단지를 보고 떼어다 아빠에게 가져다 드렸다.

중학생이 된 디아는 세계일주를 위해 본격적으로 외국어와 전 세계의 역사·문화·경제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여러 나라 문화원에서 여는 행사도 가고 관광지에서 외국인 여행객들을 안내하는 활동도 했다. 기업·정부에서 주최하는 캠페인에 응모해 필리핀 봉사활동도 다녀왔다. 대학 진학보다는 세계일주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인문계 고등학교를 포기하고 관광전문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인터넷을 뒤져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알아본 끝에 1년간 멕시코에 가서 스페인어를 익혔다. 처음에는 스페인어도 모르고 친구도 없어 외로웠지만 그럴 때마다 START 버튼을 누르며 용기를 내 현지 친구들에게 다가가 완벽하게 스페인어를 익혔다. 스페인어에 100% 몰입하기 위해 한국어를 당분간 잊고 살기로 결심한 디아는 정혁이와 주고받던 편지도 끊고 부모님께도 양해를 구하고 전화 연락을 하지 않았다.

교환학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디아는 멕시코 음식 타코의 맛을 잊지 못했다. 그래서 오후 4시에 학교를 마치면 근처 공원에서 ‘타코 디아!’(타코 먹는 날!)라는 노점을 운영했는데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곤 했다.

그렇게 돈을 모은 디아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거기서 농장과 크루즈, 호텔 등에서 일을 하고 여행을 다녔다. 이후 인도로 가서는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고 뭄바이에 가서 발리우드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중동에 가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아랍어를 배웠다. 남미에서는 요가를 가르치며 살사·탱고·삼바 등의 춤을 배우기도 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숱한 위기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START 버튼을 누르면서 되뇌었다.

“내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다음 장면을 어떻게 연출할까?”

※다음 회에 마지막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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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은 작가이자 여행가. 기업인, 콘텐트 제작자로도 활동 중이며 80여 개국을 여행한 꿈쟁이이자 사랑쟁이. 한때 중학교도 자퇴한 문제아였으나 꿈이 생긴 후 독학으로 공부해 최초로 골든벨을 울렸고, 연세대에 진학했다. 암 수술 후 ‘해외에서 커리어 쌓기’ ‘부모님 집 지어드리기’ ‘다큐 제작’ ‘킬리만자로 & 에베레스트 등반’ 등 73개의 꿈 목록을 만들고 지난 10년간 61개의 꿈에 도전했다. 저서로는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 ?드림레시피?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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