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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일본 학생은 왜 목숨 끊을까

온라인 중앙일보 2015.11.22 00:01
서방 사람들에게 9월 1일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다. 그러나 일본에선 상당히 슬프고 가슴 아픈 날이다. 일본의 학교 다수가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날이다. 또한 일본 학생들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날이기도 하다.

개인보다 전체를 중시하는 문화가 주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는 학생들이 등교 두려워해

최근 일본 내각부가 1972~2013년 1만8000명 이상의 일본 학생 자살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그중 131건이 9월 1일 발생했다. 두 번째로 자살이 많이 발생한 날보다 32건이나 더 많았다.

발생 빈도를 도표화한 결과 8월 말과 9월 초뿐 아니라 4월 중순에 자살 건수가 눈에 띄게 많았다. 8월 말과 9월 초는 여름방학 후 개학하는 시점과, 4월 중순은 봄방학 후의 개학과 맞물린다.

이 같은 수치는 의미심장하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자살률은 세계 평균보다 대략 60% 높다. 지난해만 해도 일본인 2만50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림잡아 하루 70명씩 자살한 셈이다.

지난해 10~19세 일본 청소년의 최대 사망 원인이 자살이었다. 10~24세에선 해마다 대략 4600건의 자살이 발생한다. 그 밖에 자해로 인한 입원도 15만7000건에 달한다.

일본의 문화유산에서 자살이 갖는 의미는 서방과 다르다. 일본의 사무라이 세계에선 명망 있는 전사가 치욕을 당하거나 죄를 덮어썼을 때 잡히지 않고 일종의 명예를 지키는 한 방편으로 자살의식의 일종인 ‘할복’이 신성시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가미카제 조종사들이 각광받을 만큼 중요한 문화적 시금석이었다.

서방에선 5세기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신국론’을 저술한 이후 기독교 교리에선 자살을 죄악으로 단정했다. 그와 달리 일본에선 자살이 “책임을 지는 한 방법”으로 간주된다고 도쿄 템플대학 심리학자 니시다 와타루가 말했다.

그것으로 일본 사회 전체의 높은 자살률은 어느 정도 설명된다. 그러나 일본 전체 인구의 자살률이 감소하는 동안에도 일본 학생 인구 사이에선 오히려 증가했다. 홋카이도대학 덴다 켄조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초등학교 연령 아동 12명 중 1명, 그리고 중학생 4명 중 1명이 울병을 앓고 있다.

일부 당국자는 괴롭힘 같은 학교 관련 문제가 일본 청소년의 자살위기를 유발한다고 추정한다. 괴롭힘 피해자로선 장기간의 방학이 끝난 뒤 다시 학교에 가는 것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

경찰이 2006년 자살사건의 유서를 수집해 조사했더니 학교 전반적인 압력을 일차적인 원인으로 지목하는 학생 수가 급증했다. 이 같은 학교 관련 문제는 초등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모든 연령의 학생에게 똑같이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일본 사회에선 집단적 사고가 구심점을 이룬다. 그런 사회에선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성은 희생된다. 그런 집단적 사고의 역학에서 튀는 사람은 낙인 찍힌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집단에 끼지 못하는 학생은 괴롭힘의 표적이 된다. 아동정신과 의사 다카오카 켄 박사가 CNN에 설명했듯이 학교가 이 같은 집단주의를 우선하고 “집단 내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은 고통받게 된다.”

히키코모리(일종의 은둔형 외톨이 상태) 같은 다른 문화 전반의 트렌드도 그런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히키코모리 상태에서 일부는 자신이 고립되고 감정을 분출할 통로가 없다고 느낀다. 배출구가 없는 학생들은 불평해선 안 되는 것으로 믿고 도움을 청하기보다 자신의 문제를 내재화한다.

결과적으로 분노와 우울감 같은 감정 표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감정을 건강한 방식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한편 정신건강 문제를 외부세계에 숨기게 된다.

일본에는 정신건강 시스템의 기초도 거의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BBC 보도에 따르면 가뜩이나 정신과 의사가 부족한 일본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들은 임상심리학자들과 거의 협력하지 않는다. 그리고 임상 심리학자들이 공식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공인 교육 프로그램도 없다.

일본 당국은 청소년 자살문제 억제의 일환으로 정신건강에 관한 국민 대토론을 유도하려 시도했지만 이 같은 시도가 아직껏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비정부단체들도 이 같은 노력에 동참했지만 마찬가지로 별무효과였다. 일본 비영리단체 후토코심분(不登校新聞)은 왕따 피해 학생들에게 등교하지 말라고 권유한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뿌리 깊은 문화적 거부감을 암시하는 빗나간 노력이다.

일본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청소년 자살 문제를 안고 있다. 유엔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40초마다 한 건씩 세계 어디선가는 자살이 발생한다. 1년간 모두 80만 건 이상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전체 변사 중 자살이 15%를 차지한다. 연간 자살 건수가 전쟁에서 발생하는 모든 변사의 5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자살을 줄이는 지름길은 없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일본의 자살률을 20%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할 계획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 스테파니 루 뉴스위크 기자 / 번역 차진우

[ 이 기사는 미국 계간지 더 윌슨 쿼털리에 먼저 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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