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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의 은밀한 진화] 동대문 짝퉁? SNS가 본거지

온라인 중앙일보 2015.11.22 00:01
summary | 짝퉁이 은밀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동대문시장을 비롯한 오프라인을 넘어 블로그·카페·오픈마켓·카카오톡에도 뿌리를 내렸다. 품목도 명품 잡화 일색에서 식품·화장품·의약품으로 다양해졌다. 해외직구를 가장해 버젓이 유통되기도 한다. 위조상품 적발 건수와 금액도 천정부지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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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청이 올해 초 동대문패션타운과 남대문시장 등에서 단속한 짝퉁 명품 1만여 점을 공개했다. / 사진:중앙포토

지난 10월 25일 새벽 서울 동대문종합시장 인근의 한 쇼핑 상가. 대형 관광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중국인 관광객들이 상가 안을 한바탕 휩쓸었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 여주인공이 입고 든 것으로 알려진 가방과 의류 디자인을 본딴 이른바 ‘짝퉁’ 상품에 주로 관심을 보였다. 그중 30여명의 중국 관광객을 인솔하는 한 가이드는 “인기가 많은 제품일수록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하는 디자인이 있으면 아쉬운대로 동대문시장을 찾는다”며 “비록 정품은 아니지만 싼값에 감쪽같은 제품을 구할 수 있어 한국산 짝퉁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가이드는 “(관광객이) 예전에는 주로 명품 브랜드 가방이나 지갑만 찾았는데 최근에는 한류 영향으로 화장품부터 건강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 브랜드를 미리 알고 온다”며 “동대문에 오면 어지간한 건 다 구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백화점에 명품을 사러가듯 동대문 등 도매시장은 위조상품을 구매하러 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위조상품의 규모는 지난 5년 새 10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공개 운영, 거래는 대포통장으로 … 해외직구 통관 완화가 부채질


위조상품 압수 금액 2010년 55억→2014년 88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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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국회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상표권 특별사법경찰대(특사경)가 설립된 2010년 9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최근 5년간 위조상품 적발 건수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사경 설립 이후 4개월 간 2만8000여점이던 위조상품 압수량은 2012년 13만점, 2013년 82만점으로 급증하더니 지난해 111만점에 달했다. 올해 7월 말 기준 113만점으로 이미 지난 한 해 적발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5년간 압수한 물품만도 325만점에 달한다. 금액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아 2010년 55억원에서 지난해 88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915억원을 기록 중이다. 5년간 누적 액수는 2751억원에 이른다.

규모만 커진 게 아니다. 품목도 과거 ‘루이뷔통 가방’ ‘샤넬 백’ 등 명품 잡화에 집중된 것과 달리 이제는 ‘비아그라’ 등 의약품류, ‘정관장’ 등 식품류, 자동차 부품류로 다양해지고 있다. 품목별 단속실적 분석 결과, 의약품류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한 점도 없었으나 2013년부터 적발되기 시작해 지난 2년7개월 간 58만9682건이나 단속됐다. 지난해 건강식품 부자재도 63만9185점이나 적발됐다. 홍지만 의원은 “짝퉁 상품이 급증하고, 품목 역시 늘어난 것은 짝퉁 제품이 이제는 국민 건강과 안전까지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증거”라며 “단순히 특정 브랜드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짝퉁 상품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SNS으로 더욱 은밀하게, 과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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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상표권 특별사법경찰이 중국에서 유통된 국산 마스크팩 위조품(왼쪽)과 진품을 비교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외국인 관광객들이 동대문 일대에서 ‘짝퉁 쇼핑’을 한다면 국내 소비자는 주로 블로그와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하는 분위기다. 동대문의 한 가게에서 명품 브랜드 위조품을 구경하자 상인은 “블로그에 들어가면 더 다양한 상품을 볼 수 있다”며 주소가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블로그에서 사진을 보고 원하는 상품에 댓글을 남기면 상품 가격과 계좌번호를 알려주겠다”며 “찾는 브랜드가 없으면 구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블로그를 비공개로 운영, 회원 가입을 해야 볼 수 있게 만들어 단속이 쉽지 않은 점을 노린 것이다.

SNS를 통한 판매는 더욱 은밀하게 이뤄진다. 지난 7월 서울 본부세관은 중국에서 밀수한 유명 상표 위조 가방, 시계 등을 인스타그램과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이용해 판매한 일당을 상표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이들이 판매한 짝퉁 상품은 8000여점으로, 정품으로 따지면 시가 330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루이뷔통, 구찌 등 명품 제품의 중국산 짝퉁 제품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카카오스토리에서 친구 추가를 하면 더 많은 제품을 볼 수 있다고 유인했다.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제품을 상세히 홍보한 뒤 친구를 맺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며 가격을 흥정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휴일이나 공무원이 퇴근하는 금요일 오후 6시 이후 시간대를 이용해 위조품을 판매했고, 대금을 대포통장으로 받았다. 특히 이들은 지난 5월 서울세관에 적발돼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으면서도 보관 장소를 옮겨 계속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대규모 짝퉁 밀매 조직이 검거된 뒤에도 SNS를 통한 짝퉁 판매는 멈추지 않고 있다. 판매업자들은 ‘직구’라는 명목 하에 짝퉁 상품을 공공연히 유통시키고 있다. 위조품이라 하더라도 정품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유사한 점을 내세워 수십만원에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방식을 이용하다가 물건을 받지 못한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판매업자들이 개인정보를 도용해 SNS를 개설하고, 대포통장으로 돈을 받기 때문에 추적이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애초에 짝퉁을 구매하려다 피해를 본 것이기 때문에 신고를 꺼린다.

짝퉁 거래가 난립하는 이유는 결국 위조품을 찾는 자와 판매하는 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욱 대범한 판매자는 아예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에 정품으로 둔갑시켜 짝퉁을 유통시키기도 한다. 판매자가 명품이나 유명 브랜드 제품을 소량 병행수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속여 짝퉁을 정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최근 해외직구가 활발해진 탓에 소비자 역시 병행수입에 대해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는다. 특히 공동구매로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면 일반적인 소셜커머스에서 정품 행세가 더욱 쉬워진다.

실제로 지난 9월 경찰에 적발된 일당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짝퉁 의류와 가방, 신발 등 80억원치(정품가 기준)를 해외에서 들여와 온라인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에서 정품처럼 팔아 4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의 정품 제조공장에서 품질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폐기 대상 제품과 도난 물품, 짝퉁 제품 등을 정식 병행수입 제품인 것처럼 국내로 들여왔다. 제품 선적 국가가 홍콩이나 싱가포르, 미국 등일 경우 세관 통과가 쉽다는 점을 악용해 이들 나라를 거쳐 국내로 들여오기까지 했다. 특히 이들은 오픈마켓 등에 관세청장 직인을 마음대로 찍어 만든 ‘해외 브랜드 정식수입 확인서’라는 문서를 올려놓았다. 이들에게 속아 산 피해자들은 오히려 ‘정품을 저렴하게 샀다’는 후기를 자랑스럽게 남길 정도였다.

이같은 수법으로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배경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유통 업체가 운영하는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판매 상품이라면 소비자가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는 이에 대해 무책임한 반응을 보인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우리는 유통 플랫폼만 제공할 뿐 판매한 물품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정품이냐 가품이냐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찾는 사람 있는 한 모조품 유통 막기 어려워”

최근 정부가 해외직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펼친 정책이 오히려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해외직구 목록통관 대상을 일부 식·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소비재로 확대 적용했다. 그동안은 의류, 신발류, 화장지·주방용기류, 서적·인쇄물류, 가구·조명기구류, 음악·영화 CD 등 6개 품목만 통관이 가능했던 것을 완화한 것. 적용 기준은 100달러 이하, 미국발 물품에 대해서는 200달러 이하다.

목록통관은 특송 업체가 구매자 성명, 주소, 품명 등 통관목록만을 세관장에게 제출하고, 별도의 수입신고 절차는 생략하는 제도다. 세관이 직접 물품을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해 그만큼 통관이 원활하게 진행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미 해외직구를 이용한 짝퉁 밀수가 공공연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책이 더욱 완화됐으니 짝퉁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이를 막기 위해 지난 1월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짝퉁 상품을 특급탁송과 국제우편을 이용해 국내에 소량 반입하는 것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위조 상품은 품목당 1개씩 총 2개까지는 개인용도로 인정돼 지식재산권 보호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통관을 허용했다. 그러나 짝퉁 유통업자들이 이를 악용해 해외에서 위조 상품 제조 업체나 인터넷 서버를 이용, 무단도용한 개인정보를 통해 1∼2개씩 해외직구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이 포착되면서 단속을 강화한 것이다. 관세청은 이후 통관 과정에서 엑스레이 검사 등을 통해 위조 상품으로 의심되는 품목은 권리자 등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하고 위조 상품으로 확인되면 관련법에 따라 유치나 폐기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로는 짝퉁 밀수 중 극히 일부만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된데다가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짝퉁을 쉽게 사고 팔 수 있게 됐다”며 “특히 SNS를 통한 거래는 개인 간 대화만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라 단속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찾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정부도 모조품 유통을 막긴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코노미스트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



[박스기사] 국산도 이젠 ‘짝퉁 주의보’
한류 열풍 타고 가짜 정관장·헤라 활개

길을 가다보면 똑같은 가방을 멘 사람이 5초에 한번씩 보인다고 해서 일명 ‘5초 백’으로 불린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 그중 대부분은 위조상품이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로 한때 짝퉁 루이뷔통이 활개를 쳤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올해 1~7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적발된 짝퉁은 뜻밖에도 건강식품 브랜드 ‘정관장’이었다. 2위는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인 ‘헤라’가 차지했다. 국산 브랜드에 자리를 내준 루이뷔통은 3위에 그쳤다.

특허청에 따르면 정품가액을 기준으로 위조상품 적발 규모가 가장 큰 브랜드는 정관장이다. 총 652억5000만원어치가 압수됐다. 2위 헤라는 86억6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루이뷔통(68억4000만원), 프랑스 ‘샤넬’(12억8000만원), 이탈리아 ‘구찌’(6억5000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위조 상품 적발 상위권은 외국 명품 브랜드가 점령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명함도 못 내밀게 생겼다.

압수 물품 기준으로도 국내 브랜드가 압도했다. 10개 가운데 1~6위 모두 국내 브랜드다. ‘정관장’(식품류, 63만9185점)을 필두로 ‘리더스 인솔루션’(화장품류, 21만3176점), ‘헤라’(화장품류, 8만2690점), ‘CJ’(세제류, 6만2054점), ‘보령메디앙스’(세제류, 1만802점), ‘삼성’ (전자제품류, 1만425점) 순이다. 독일 ‘아디다스’(의류, 4058점), 미국 ‘애플’(전자제품류, 3087점), 프랑스 ‘라코스테’(2884점), 독일 ‘BMW’(차량부품류, 2133점) 등 외국 브랜드는 7~10위에 그쳤다. 외국 브랜드 일색이던 2013~2014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짝퉁에 부는 한류 열풍이 자리한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끄는 국산 브랜드일수록 위조품이 많이 생산되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유독 큰 중국인에게 정관장 제품은 늘 인기 상품이다. 시내 면세점에서도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헤라 화장품은 한국 여배우의 광고로 유명해졌고, 리더스 인솔루션의 마스크팩 역시 중국의 한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되며 인기몰이를 했다.

국산 제품의 높은 인기에 겉포장을 유사하게 만들어 파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허청 상표권 특별사법경찰은 최근 국산 화장품 브랜드 짝퉁 상품을 만들어 시중에서 유통·판매해온 일당을 적발했다. 이들은 화장품 유통업을 운영하면서 ‘헤라 미스트 쿠션’의 위조 상품 8만여점을 불법 제조해 국내에 유통한 혐의다. 특사경 조사결과 이들은 판매망을 국내뿐 아니라 중국으로까지 넓혀 짝퉁 제품을 유통시킬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례가 지속적으로 적발되면서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기업에 때아닌 ‘짝퉁 주의보’가 불고 있다. 특히 이번에 짝퉁 논란이 일어난 미스트 쿠션의 경우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상품으로, 지난해에만 1200만개가 판매됐다. 이에 가짜 에어쿠션 제품 수만개가 시장에 유통됐다는 소식은 국내 소비자에게도 충격이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과거 모조품 유통은 가방이나 지갑 등 주로 명품에 국한됐는데 이제는 국산 화장품까지 불법적으로 생산되니 달라진 위상을 새삼 느낀다”면서도 “포장이나 용기는 유사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제품 성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가 피부 발진 등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회사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브랜드 짝퉁 상품 범람으로 인한 피해자는 일부 국내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현재 중국 등 외국 소비자의 ‘역(逆) 직구’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 인기있는 국산 브랜드를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품이 아닌 가품이 역직구를 통해 해외에서 먼저 유통된다면 제품력은 물론 한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특허청 관계자는 “압수된 짝퉁 화장품을 분석한 결과 정품에 포함된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며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위조상품에 대해 기획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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