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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공습에 베트콩식 땅굴로 맞선 IS … 미 “지상군 보내자” 확산

중앙일보 2015.11.21 01:21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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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민병대원이 지난 16일 이라크 북부 신자르에서 발견된 이슬람국가(IS)의 땅굴을 살피고 있다. 연합군 공습 등을 피하기 위해 땅굴을 활용하는 IS의 작전은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의 땅굴을 이용한 전술을 연상시킨다. [사진 애틀랜틱,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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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콩이 미군을 공격하기 위해 파놓은 호찌민의 구찌터널. [사진 애틀랜틱, 중앙포토]

파리 연쇄테러와 러시아 항공기 폭파를 자행한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해 미국·프랑스·러시아가 ‘응징 공습’에 나섰지만 IS가 지하로 거점을 옮기는 두더지 전술을 구사하며 한계를 보이고 있다.

IS, 지하로 거점 옮겨 두더지 작전
땅밑 상점~집~ 폭탄공장 연결
연합군이 맹폭해도 격퇴 한계
매케인 “미 지상군 1만 명 필요”

워싱턴포스트는 18일(현지시간) 중동 전문가를 인용해 “IS는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하 네트워크를 발전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19일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IS의 회피 전술인 베트콩식 땅굴을 소개했다. WSJ에 따르면 쿠르드족이 지난 13일 IS로부터 탈환한 이라크의 신자르에서 무수한 땅굴이 발견됐다. 쿠르드 장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땅굴이 많다”며 “한 땅굴은 거리의 상점으로 향하고 폭탄 공장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땅굴 안에선 공습에 대비해 콘크리트로 만든 방공호가 발견됐다. 방공호 위의 민가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일부 땅굴에선 커피를 내리는 커피 추출기가 설치돼 있었고 환기를 위한 통풍 파이프까지 가설됐다.

땅 위의 민가 안에서도 집 안의 벽에 구멍을 뚫어 외부로 노출되지 않고 집에서 집으로 이동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 IS는 땅굴을 드론과 같은 연합군의 첨단 전력의 감시와 공습을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고 시가전에 대비한 식량과 탄약의 저장 장소로도 활용한다. WSJ는 “IS는 자신들이 장악한 전역에서 땅굴을 만들었다”며 “(한때 IS가 점령했던) 바이지에서도 이라크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땅굴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IS는 지난 3월 이라크의 라마디를 공격할 땐 이라크군 육군본부 건물의 지하에까지 땅굴을 파고 들어가 폭탄을 터뜨리는 땅굴 폭탄 수법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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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통신 등에 따르면 연합군과 러시아가 맹폭을 벌이고 있는 라카에서도 인근의 접근로에서 땅굴이 발견됐다. 라카 내부에선 지하 공간이 지휘소로 쓰이고 있으며, IS 조직원들에게 골목과 뒷길로 다니고 밤에는 차량으로 이동하지 말라는 새로운 지침이 떨어졌다. 병력을 민간에게 분산 배치해 민간인을 인질 방패로 활용하는 전략도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단순 공습만으로는 IS 격퇴에 한계가 있으며 지상군을 강화한 ‘역(逆) 두더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쿠르드족은 신자르 탈환 때 세 방향으로 공격하면서도 IS의 도주로를 열어줬고 연합군은 IS가 도주하는 과정에서 노출되자 공습을 가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간 지상군 투입을 주장해왔던 미국의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19일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IS를 격퇴하려면 아랍 주요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프랑스 등 동맹군과 더불어 미 지상군 1만 명가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이 (이라크를) 떠났을 땐 IS 같은 것은 없었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지상군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에는 궤를 같이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IS 격퇴전에서) 성공하려면 IS로부터 영역을 실질적으로 되찾을 지상군과 공습을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격퇴 능력을 갖춘 지상군이라는 표현으로 지상군 증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지상군에 대해 “우리가 대신할 수 없다”고 밝혀 대규모 미군 파병이 아닌 이라크군과 쿠르드족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럼에도 클린턴 전 장관은 시리아에 미군 특수부대 50명을 파견하는 데 대해 “더 늘리는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군이 현재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오바마 대통령의 IS 격퇴 정책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하선영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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