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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반 총장, 대권 도전 쪽으로 기울어 마땅한 주자 없는 친박계서 눈독"

중앙일보 2015.11.21 00:44 종합 1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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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열흘 새 국내 정치권이 ‘반기문’ 때문에 두 번 들썩거렸다.

‘반기문 대망론’ 정치 전문가 5명에게 물어보니
개헌론·방북 뉴스 맞물려 관심
최근 여론조사, 여권 주자 중 1위
성향은 중도보수 … 야당서도 손짓
정치경험·지지기반 없는 게 흠

 1탄은 지난 12일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의 발언이었다. 친박계 핵심인 그가 라디오에서 던진 한마디가 정치권을 요동치게 했다. ‘외치(外治) 대통령과 내치(內治) 총리’의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며 ‘개헌 함구령’을 깬 것도 충격이었지만 이어서 나온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조합이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은 정치권에 충격을 던졌다.

 제2탄은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16일 터졌다. 이번엔 ‘반기문 방북 뉴스’였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이 이틀 뒤인 18일(현지시간)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그의 방북은 초읽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반 총장이 남북 문제 해결사로서의 이미지를 쌓은 뒤 2016년 말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금의환향해 바로 대선가도에 뛰어들 것”이라는 호사가들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지도 모른다는 수군거림이 정치권을 뒤덮었다.

 이처럼 정치권에 ‘반기문’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지난해 여권의 친박계와 야권의 동교동계가 경쟁적으로 ‘반기문 찬가’를 부른 뒤 1년 만이다. 반 총장 본인은 늘 그랬듯이 아무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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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한국 정치판의 호객 행위에 모호한 태도를 취해도 반 총장은 이미 2017년 대선의 큰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남녀 2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반 총장은 여권 주자들 중 1위(31.5%)를 기록했다. 국내 정치 전략가·전문가 5인에게 ‘대선 주자 반기문’의 가능성과 한계를 물어본 건 그 때문이다. 답을 준 5인은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다(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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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정말 대선에 뛰어들까=5인의 저울추는 출마 쪽으로 약간 더 기울었다. 하지만 확신에 찬 전망보다는 “여건이 되면 뛰어들 것”이란 응답이 많았다. 반 총장 특유의 신중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동관 전 수석은 “그동안은 그야말로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의 반반 정치였는데, 최근 들어 여야에 딱 부러지는 후보가 없으니 약간 더 출마 쪽으로 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도 “반 총장 입장에서 볼 때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서 ‘나라고 왜 못할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고, 이원종 전 수석도 "권력에 대한 현실적인 욕심이 왜 없겠나. 여건이 되면 뛸 수도 있다”고 했다. 이철희 소장은 “결정적인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주저할 것”이라면서도 “아예 생각이 없어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②친박계와 손 잡을까=반 총장이 대선판에 정말 뛰어든다면 가장 먼저 그에게 손을 내밀 세력은 친박계다. 현재로선 계파 내에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과 반 총장 간 ‘코드’가 잘 맞는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철희 소장은 “(반 총장이 친박계 말고) 다른 데로 갈 이유가 있느냐”고 단언했다.

 역시 계파를 대변할 주자가 없는 야권 내 동교동계도 반 총장에게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기문 야당 후보’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동관 전 수석은 “반 총장은 중도보수 성향”이라고 했고, 윤 전 장관도 “오랜 관료생활 때문에 현재 권력에 거슬러 뭔가를 쟁취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강원택 교수 정도만 “지금은 여당 후보가 되는 것이 유리해 보이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여지를 뒀다. 반면 반 총장이 정말 대권에 뜻이 있다면 친박계의 손을 잡아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원종 전 수석은 “친박계는 박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흩어질 사람들”이라며 “친박계는 그런(대통령을 만들) 능력이 없다”고 했다.


 ③‘제3후보의 저주’ 넘을까=역대 대선에서 등장한 이른바 ‘제3후보’가 최종 승자가 된 전례는 없다. 든든한 지역 지지세를 등에 업은 양대 정당의 그늘이 그만큼 짙었기 때문이다. 반 총장도 여도 야도 아닌 독자노선을 가겠다면 이런 진입장벽을 뛰어넘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자 충고다.

 ▶윤 전 장관=“지지자가 많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정당, 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

 ▶강 교수=“반 총장은 정치 경험이 없고, 뒷받침할 세력이 없는데 명성만 갖고 되겠느냐.”


 ④‘충청 대망론’ 실현될까=반 총장은 충북 음성 출신이다. 그가 대선판에 뛰어든다면 ‘한국인 최초 유엔 사무총장’이란 꼬리표만큼이나 든든한 스펙이 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오랜 세월 정치권에 쌓여온 ‘충청 대망론’이란 장작에 반 총장이 불을 붙이면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전문가와 전략가들의 시각은 다소 달랐다. 이철희 소장은 “유엔 사무총장과 충청 대망론 두 개가 결합한 인기가 영향을 미치겠지만 아직까진 실체가 없는 띄워 주기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원종 전 수석도 “과거 호남이 김대중 후보에게 보여준 만큼의 지지를 기대하기엔 충청도엔 호남만큼의 한이 없다”고 했다. 강 교수도 “반 총장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어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했다. 반 총장이 대권가도에 발을 내디딘다면 충청 출신 유엔 사무총장이란 스펙 외에 국가 지도자로의 비전도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원종 전 수석은 “지역감정은 다른 선택 기준이 없을 때 등장하는 차악(次惡)일 뿐”이라고도 했다.


 ⑤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반 총장 측 요청으로 국내 여론조사 기관들은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 때 반 총장을 뺀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국정 수행을 누가 잘할까”를 묻는 ‘적합도 평가’ 땐 반 총장을 넣고, 그렇게 하면 반 총장은 늘 1, 2등을 다툰다. ‘대통령 반기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강 교수는 “비판을 받아들이고, 설득하면서 반대파를 포용하고 자기 세력을 만드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종 전 수석도 “‘루저(실패한 사람)’의 심정을 잘 모르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이동관 전 수석은 “본인과 DNA가 같은 정치세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유능한 참모를 쓴다면 국내 (정치 경력)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유미·이지상 기자 yumip@joongang.co.kr

[S BOX] 성공 못한 제3후보 정주영·이인제·문국현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제3후보’는 늘 등장했다. 여당이나 제1야당에 속하지 않은 채 대중지지도를 기반으로 삼아 선거판의 변수가 된 인물들이다.

 1992년 2월 대통령 출마 선언과 동시에 그해 4월 총선에서 국회 의석 31석을 확보했던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가 대표적이다. 1997년의 이인제(국민신당), 2002년의 정몽준(국민통합21), 2007년의 문국현(창조한국당), 2012년의 안철수(무소속)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제3후보론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한국 정치사에서 아직 없다. 92년 정주영 후보는 대선 득표율 16.3%로 3위에 그쳤다. 이인제 후보도 97년 대선에서 김대중·이회창 후보와 겨뤄 19.2%의 득표율(3위)을 기록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월드컵 열기와 함께 등장한 정몽준 후보는 그해 추석 직후까지 일부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단일화 경선에서 패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도 한때 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 1위를 기록할 만큼 강력했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뒤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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