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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국내 진출 해외법인 절반은 법인세 한 푼도 안 내

중앙일보 2015.11.21 00:42 종합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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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다.”

[세상 속으로] '구글세' 도입 계기로 본 다국적 기업 조세 실태
글로벌 IT 기업들 정교한 절세
세율 낮은 아일랜드에 자회사 두고
조세 피난처, 페이퍼컴퍼니도 활용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죽음과 세금을 피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줄이면 줄일수록 이익은 그만큼 늘어난다. 그래서 세금을 피하기 위해 기업은 미술품을 사고 차명 계좌를 이용하기도 한다.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야후,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 대기업들은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35%)을 피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 있는 자회사 수십 개를 이용해 소득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같은 조세 피난처(tax haven)로 이동시켰다.

 다국적 기업의 ‘세(稅) 테크’를 막는 일은 지난 20년간 전 세계 각국 정부의 공통된 과제였다. 지난 15~16일(현지시간) 터키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은 바로 애플·구글·아마존 등이 벌이는 ‘사실상의 탈세 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첫 조치다. G20의 이번 결정에 따라 이르면 2017년부터 ‘구글세(Google tax)’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개념의 조세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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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G20의 이번 조치를 다른 어떤 국가보다 반긴다. 19일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발표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에서 매출을 올린 해외법인 9532개 중 4752개(49.9%)의 법인세 납부 실적이 0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에 진출한 해외 법인 둘 중 한 곳은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난해까지 국내 과세당국은 구글·애플이 국내에서 애플리케이션(앱) 등 콘텐트를 판매해 벌어들이는 이익에 세금을 매기지 못했다. 이들 기업이 중앙 서버나 데이터 센터를 아일랜드에 두고 있는 까닭이다. 더군다나 애플코리아·구글코리아 같은 회사들은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매출과 수익 내역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말 상법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지난 7월 이후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앱·음원·동영상 등 콘텐트 서비스에 대해 부가가치세(서비스 가격의 10%)만이라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애플·구글과 달리 SK텔레콤 T스토어, KT 올레마켓 같은 앱 장터에선 그동안 모든 콘텐트를 대상으로 10%의 부가세가 매겨졌다.

 글로벌 IT 기업의 절세 기술은 매우 정교하다. 특히 낮은 법인세율(6.25%)을 무기로 내세워 다국적 기업을 끌어들이는 아일랜드가 주요 활동 무대였다. 구글은 자회사 ‘구글 아일랜드’를 설립해 클라우드 서버를 비롯한 장비 일체와 지식재산권·특허권을 이관한다. 또 구글은 영업용 자회사를 하나 더 만들어 한국·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들이는 소득·로열티(특허료)를 이곳에 집중시킨다. 게다가 영업용 자회사에 모은 소득을 구글 아일랜드로 직행시키지 않는 대신 네덜란드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에 잠시 보관했다가 구글 아일랜드로 다시 옮긴다. 아일랜드에 있는 기업들끼리는 로열티 가운데 20%를 원천징수하지만, 국가 간 로열티 지급(아일랜드→네덜란드→아일랜드) 시에는 유럽연합(EU) 협약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구글은 한국이나 미국의 비교적 높은 법인세율(한국 22%, 미국 35%)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구글 아일랜드의 근거지를 다시 조세 피난처인 버뮤다로 옮겨놓으면 법인세를 아예 안 낼 수도 있다. 구글뿐만 아니라 IT기업들의 조세 회피 기술은 유럽에선 매우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영국에서 낸 법인세액은 760만원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으로 인해 발생한 법인세 수입 감소액이 매년 전 세계 법인세 수입액의 4~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수치로는 1000억~2400억 달러(약 116조5000억~279조7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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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세 도입 이전에도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기 위해 묘수를 짜냈다. 프랑스는 기업들이 집행하는 온라인 광고비용의 1%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온라인 광고세’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1년 만에 철회했다. 구글 검색엔진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노출시키는 방식의 모바일 광고를 규제할 목적이었지만, 자국 중소 광고업체들의 수입이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 까닭이다. 영국은 올 3월부터 연간 매출액 1000만 파운드(약 177억7000만원) 이상 다국적 IT 기업이 해외로 이전시키는 소득에 법인세율 25%를 부과했다. 3년 전인 2012년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을 상대로 엄포를 놓기도 했다. “미국은 세법에 허점이 많아 기업들이 조세 피난처로 돈을 빼돌리는 행위를 용인하는 듯하다. 독일은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G20 정상이 승인한 대로 구글세가 도입될 경우 각국 조세당국은 로열티가 빠져나가기 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에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구글세는 세계 각국의 재정적자를 일정 정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재목 기획재정부 국제조세과장은 “정부는 디지털 경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차원의 조세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내년 초부터 주요국이 구글세 액션 플랜을 입법화한다면 2017년에는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이 본격 시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구글의 모회사인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도 지난달 방한해 “세금 납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에 과세에 저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구글세를 도입한다고 해서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세금을 줄이고자 하는 기업의 심리는 선천적이기 때문에 그 어떤 규제나 제도로도 기업의 세테크를 100% 막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경제학 원론서 『맨큐의 경제학』을 쓴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8월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조세 회피를 막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법인세 폐지다.

 “기업가가 이익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행위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하고 외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이를 애국심만으로 싸잡아 비난할 수 있느냐. 아예 법인세를 폐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S BOX] 해외법인 둔 한국 기업도 ‘구글세’ 불똥

구글세에 한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를 비롯해 한국에 모회사를 둔 다국적 기업 또한 세계 각지에 현지법인·생산법인 등 자회사를 두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2012년 삼성전자가 국내외에서 영업소득을 한국 대신 세율이 낮은 국가에 있는 자회사 등 특수 관계법인에 이전시킨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OECD가 G20 정상회의에 제출한 ‘BEPS 프로젝트’에 따르면 본사와 자회사 간 자금 흐름을 본사가 있는 국가의 세무당국에 보고서 형태로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를 통해 조세회피 의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또 세계 각국은 다자간 또는 양자간 협정 형태로 다국적 기업이 제출한 보고서를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한국 조세당국에 제출한 국가별 영업활동이 적힌 자금 흐름 보고서를 미국·일본과 공유할 수 있고, 한국 정부는 미국 과세당국에서 구글이나 애플 등의 국가별 소득·세금 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영숙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 박사는 “국내 기업들은 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IT기업처럼 대규모 조세회피 기법을 활용한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면서도 “별도로 각국의 세금당국에 정보를 일일이 공개하고 사업을 재편해야 하는 부담도 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계장부를 정확하게 작성하지 못하거나 자회사 간 거래 사실을 실수로 누락하더라도 미국·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구글세를 낼 수 있다. 이정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대표는 “한국 기업들의 경우 미국 기업만큼 재무 데이터가 통합돼 있지 않다”면서 “의도적인 조세회피가 없더라도 대기업뿐 아니라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금융기관·협력업체도 세금 투명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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