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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한국, 일본 꺾고 결승 진출…9회초 4:3 대역전극

중앙일보 2015.11.19 23:01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33·소프트뱅크)가 끝냈다. 이대호가 또 한 번의 '도쿄대첩'을 일궈냈다.역대 최고의 한·일전으로 기록될 만한 명승부였다.

한국이 일본 야구의 성지 도쿄돔에서 일본을 꺾고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19일 열린 4강전에서 0-3로 끌려가던 9회 초 4점을 내며 4-3, 대역전극을 펼쳤다. 오는 21일 미국-멕시코전(20일 오후 7시) 승자와 대회 초대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격돌하게 됐다.

한국은 지난 2006년 3월 5일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에서 1-2로 뒤진 8회 우측 담장을 넘긴 2점 홈런을 터뜨려 3-2 로 역전했다. 이 때부터 '운명의 8회'라는 말이 나왔다.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8회 역전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은 '운명의 9회'였다. 선발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에 이어 8회부터 등판한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를 상대로 한국은 선두 타자 오재원(두산)의 좌전 안타를 포문을 열었다. 이어 대타 손아섭(롯데)도 중전 안타를 때렸다. 노리모토는 연타석 안타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날 대표팀의 첫 안타를 터뜨린 정근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정근우가 매섭게 때린 타구는 좌익 선상을 따라 흘렀고, 2루주자 오재원이 홈을 밟았다.

노리모토는 이용규(한화)에게 몸에 맞은 볼을 내주며 무사 만루에 몰렸다. 바빠진 일본 벤치는 뒤늦게 노리모토를 내리고 왼손 마츠이 유키(라쿠텐)를 투입했다. 그러나 마츠이는 제대로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꽂지 못했다. 김현수(두산)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밀어내기 점수를 내준 뒤 마쓰이 히로토시(요미우리)에게 공을 넘겼다.

2-3, 턱 밑까지 추격한 뒤 맞은 무사 만루에서 운명처럼 이대호가 등장했다. 관중석에선 쥐 죽은 듯 정적이 흘렀다. 이대호가 때린 타구는 좌익수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흘렀다. 2루주자까지 홈을 밟았다. 그렇게 대역전극이 완성됐다.

이날 한국은 오타니에게는 완패했다. 그러나 경기를 이기면 그만이다. 오타니는 7이닝 동안 안타 1개만 허용하고 삼진 11개를 잡으며 한국 타선을 농락했다. 한국은 6회까지 안타를 한 개도 치지 못해 큰 망신을 당할 뻔 했을 정도로 오타니는 완벽했다. 입을 굳게 다물고 무심한 듯 타자를 바라본 뒤 오른 팔을 높게 들어 내리 꽂는 시속 160km의 빠른 직구는 칠 수 없는 마구(魔球)였다. 직구처럼 들어오다 빠르게 가라앉는 포크볼은 더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오타니가 내려간 일본 마운드는 쉽게 힘을 잃었다. 한국은 4회 3실점을 한 뒤 추가점을 내주지 않으며 추격의 기회를 노렸다. 선발 이대은이 4회 내려갔지만 차우찬(삼성)-심창민(삼성)-정우람(SK)-임창민(NC)을 적절한 타이밍에 투입하며 실점을 막았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노장(老將) 김인식(68) 감독은 기다리며 준비했다. 반격의 기회는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선발 이대은(지바 롯데)은 3회까지 무실점으로 일본 타선을 잘 막았다. 그러나 4회 말 첫 타자 나카타 쇼(니혼햄)의 타석 때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낮은 코스에 던진 공이 볼 판정을 받으면서 급격히 흔들렸다. 이대은은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에 주저 앉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현역 메이저리그 심판인 주심 마르쿠스 파틸로는 한국 투수가 던진 그 코스에 유난히 인색했다. 수 차례 같은 코스에 공이 들어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 번쯤 항의를 해볼만 했지만 김 감독은 쉽게 나서지 않았다. 볼 판정으로 흔들린 이대은은 연속 안타를 맞았고, 김재호의 실책까지 겹치며 3점을 내줬다.

김 감독은 예선 때와 마찬가지로 투수들을 적절한 시기에 투입하며 실점을 막았고, 오타니가 내려간 9회 대타를 연이어 내세우며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기회를 잡았을 때는 한없이 엄격했다. 9회 말 정대현을 투입해 2아웃을 잡았지만 정대현이 나카타 쇼에게 안타를 맞자 주저하지 않고 이현승을 투입했다. 이현승은 대타 나카무라 다케타(세이부)를 3루 땅볼로 잡고 팔을 높게 들었다. 결승전 선발 투수까지 정해놓으며 자신만만해 하던 일본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도쿄=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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